통산 121승에 빛나는 롯데 장원삼은 베테랑의 관록투를 펼쳤다. 그러나 롯데 벤치의 규정 숙지 미숙과 판단 착오, 계속된 야수진의 무더기 실책으로 이를 빛바래게 했다.
장원삼은 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4자책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의 2-6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일단 장원삼의 이날 등판은 약 2년 만에 만들어 낸 6이닝 경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장원삼의 6이닝 소화는 삼성 소속이던 지난 2018년 5월 11일 대구 KIA전(6⅔이닝 1실점) 이후 782일 만이다.
그러나 7회초와 7회말 상황들이 아쉬움이 짙었다. 6회까지 장원삼이 NC 타선을 비교적 잘 틀어막았다. 투구 수도 경제적이었다. 6회까지 79개의 투구 수. 전날 불펜 11명을 쏟아부었던 롯데 입장에서는 장원삼이 효율적으로 NC 타선을 틀어막았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었다.
이날 주전들의 휴식을 위해 1.5군급 라인업을 내세웠던 롯데 벤치도 4회 전준우를 시작으로 주전급 선수들을 하나둘 씩 투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7회 구창모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대타 안치홍이 안타로 출루했다. 정훈이 유격수 땅볼을 때렸지만 병살을 모면하며 기회를 이어갔다. 그리고 2사 1루에서 전날 경기의 결승포 포함 5타점의 히어로 이대호가 대타로 등장해 우중간 깊숙한 저기 2루타를 때려내며 2-4까지 추격했다.
그런데 이후 코칭스태프들의 판단이 아쉬웠다. 2사 2루 상황에서 딕슨 마차도가 좌전 안타를 때리며 기회를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윤재국 3루 주루 코치가 팔을 돌리며 이대호를 홈까지 파고들게 만들었다. NC 좌익수 이명기의 어깨와 송구가 약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판단 착오였다. 이명기의 홈송구는 정확했고 이대호는 여유있게 아웃됐다. 추가 득점 기회가 무산됐고 이닝이 종료됐다.
그리고 7회말 벤치의 규정 숙지 미숙에 더해 수비진의 무더기 실책이 나왔다. 경기가 어수선해졌다.
롯데는 6회까지 역투했던 장원삼을 7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선두타자 박석민에게 볼넷을 내줬다. 노병오 투수코치는 모창민의 타석에 앞서 마운드를 방문해 장원삼의 상태를 점검했다. 그리고 모창민을 상대로 초구도 던지기 전에 다시 노병오 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해 교체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효동 구심이 노병오 코치를 제지하려는 찰나, 이미 3루 파울 라인을 넘어섰다. 심판의 제지를 무시하고 교체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간주했다. 이는 투수 교체 규정 위반이었다. 야구규칙 5조 10항(I)-(4)에 '감독(혹은 코치)이 한 번 마운드에 가고 나서 같은 이닝, 같은 투수, 같은 타자일 때 또 다시 갈 수 없다는 심판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감독(혹은 코치)이 두 번째 갔다면 그 감독은 퇴장되며, 투수는 그 타자가 아웃되거나 주자가 될 때까지 투구한 후 물러나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결국 허문회 감독은 투수교체 규정 위반으로 퇴장을 당했고 투수교체 타이밍을 놓쳤다. 장원삼은 계속 마운드에 머물러야 했다. 이후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팀 전체가 집중력을 잃었다.
모창민 타석 때 폭투가 나왔는데 NC 1루 대주자 이상호가 누상에서 머뭇거렸다. 포수 김준태가 1루로 정확히 송구하면 아웃을 시킬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1루에 악송구를 범했다. 이후 송구는 우익수에 포진한 김동한마저 잡지 못하며 3루까지 주자를 보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계플레이마저 매끄럽지 않게 이어지면서 이상호를 홈까지 들여보냈다. 허무한 실점이었다. 결국 장원삼은 모창민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개운치 않은 마무리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롯데는 1루 대주자 김성욱에게 2루 도루를 허용했고 노진혁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우익수 김동한과 1루수 이대호의 중계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추가 실점했다. 2-6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고 롯데는 더 이상 추격하지 못했다. 7회말에만 3개의 실책을 범했고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넘겨줬다.
장원삼이 관록의 역투를 펼치며 경기를 어느 정도 대등하게 이끌었다. 하지만 벤치의 판단 미스와 야수진의 무더기 실책들이 겹치며 경기를 내줬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