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삼진 많이 잡게 하고 내일 형들이 덜 당한다고 해주셨어요.”
NC 다이노스 구창모는 지난 1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11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는 등 7이닝 2실점으로 호투,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구창모는 시즌 7승 째를 수확했다.
지난달 25일 수원 KT전에서 4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부진했다. 그리고 그동안 유지해오던 0점대 평균자책점이 깨졌다. 0.87의 평균자책점은 1.37로 수직 상승했다.
0점대 평균자책점은 ‘꿈의 기록’이다. 선동렬만이 1986년(0.99), 1987년(0.89), 1993년(0.78)에 세 차례 달성한 바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전인미답의 기록을 향해 가는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0점대 평균자책점은 신이 쉽게 허락하는 기록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창모 스스로도 0점대 평균자책점에 부담이 컸다. 지난 1일 경기가 끝나고 만난 구창모는 “0점대 평균자책점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었지만 0점대 평균자책점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1실점만 해도 기록이 올라갔다”면서 “오히려 잘됐다. 이젠 후련해졌고 좀 더 편안하게 던질 수 있게 됐다. 지난 KT전에 대한 아쉬움 70%, 후련함 30%의 감정이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제 0점대 평균자책점이 깨졌고 이날 7이닝 2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은 다시 1.50으로 상승했다. 여전히 특급 기록이지만 이 부문 1위는 키움 에릭 요키시(1.42)에 내줬다. 다승 역시 7승으로 공동 1위. 다승과 평균자책점 모두 본인이 조절할 수 없는 영역의 기록이기도 하다. 다만, 이미 리그 최고의 투수 반열에 올라선 상황에서 팀의 승리를 이끄는 것은 물론 다른 개인 기록 타이들에 대한 욕심도 생길 법 하다.
구창모는 그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구창모가 의욕을 보이고 있는 타이틀은 탈삼진이다. 1일 롯데전에서 올 시즌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인 11개를 잡아내면서 76개로 리그 탈삼진 1위로 올라섰다. 앞서 롯데 댄 스트레일리(65개)와 공동 1위였지만 구창모가 먼저 앞서나갔다. 9이닝 당 탈삼진은 10.36개(66이닝 76탈삼진)으로 이닝 당 1개가 넘는다.
그는 “다른 타이틀보다는 탈삼진 타이틀에 욕심이 난다. 탈삼진은 내가 마음 먹고 욕심을 내면 많이 잡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구창모가 욕심을 내비치면서 동료들도 지원사격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구창모에게 탈삼진 타이틀 1위를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공교롭게도 구창모가 11개의 탈삼진을 잡고 부문 1위로 치고 나간 다음날인 2일, NC는 롯데 선발 투수로 스트레일리를 맞이한다.
구창모와 호흡을 맞춘 양의지는 구창모의 탈삼진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타석에서는 스트레일리의 공을 공략해 삼진을 덜 당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구창모는 “경기 전에 (양)의지 선배님께서 ‘오늘 너 삼진 많이 잡게 하고 내일 형들이 삼진을 덜 당하면 된다’고 말씀을 해주셨다”는 일화를 전했다. 그만큼 구창모의 탈삼진 타이틀에 동료들이 마음을 모으고 있다. 구창모로서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스트레일리는 현재 10경기 63이닝 동안 65탈삼진을 기록 중이다. 9이닝 당 탈삼진은 9.29개다. 구창모의 못지 않은 탈삼진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과연 양의지를 비롯한 동료들이 구창모의 탈삼진 1위를 향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