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올라가면 더 빨라질거야". 아빠의 격려가 현실로 이어졌다.
KIA 타이거즈 고졸신인투수 정해영(20)이 평생 잊지 못할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1일 한화 이글스와의 광주경기에서 1-3으로 뒤진 9회초 등판해 1볼넷을 내주고 1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팀이 9회말 역전극을 연출해 데뷔전에서 승리를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첫 등판까지는 기다림이 있었다.
2020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을 받아 입단해 플로리다 스프링캠프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개막을 앞두고 자체 연습경기에서도 존재감 있는 투구를 했다. 개막은 2군에서 맞았다.
KT 소형준 등 다른 팀의 프로 동기생들은 제몫을 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정해영은 꾸준히 선발수업을 하면서 1군 승격을 기다렸다. 드디어 지난 6월 25일 더블헤더 특별 엔트리로 콜업에 성공했다.
그러나 부산 더블헤더가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됐고 주말 키움과의 3연전은 올라갈 틈이 없었다. 1차전에서 8-3으로 앞선 9회말 등판기회가 있었지만, 마무리 투수 문경찬이 마운드에 올라갔다. 2차전 0-2, 3차전 0-1의 박빙승부가 등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이날 드디어 1-3으로 뒤진 9회에 등판 기회를 얻었다. 첫 타자 정은원에게 긴장감 때문에 볼넷을 내주었으나 다음타자 오선진은 주무기 슬라이더를 던져 3루 병살타로 유도했다. 베테랑 타자 김태균은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정은원과 오선진은 이날 3안타씩 때린 타자였다.
주목할 대목은 스피드였다. 정은원을 상대하면서 던진 직구 4개의 스피드는 141~142km를 찍었다. 오선진에게도 142km짜리였다. 김태균을 상대하면서 초구는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고, 2구 직구는 143km(파울)을 찍었다. 마지막 투구는 146km짜리였다.
확실한 스피드업이었다. 작년 고교 무대에서는 갑자기 구속이 떨어져 고민이었다. 130km대 후반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스피드를 140km대 초반까지 올렸다. 그래도 140km대 중반까지는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데뷔전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었다. 정해영은 "하체보다 상체가 빨리 나오는 약점을 고치고 있다"는 말로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는 아버지 정회열 전 KIA 수석코치의 격려도 있었다. 아버지는 "1군에 올라와 등판 기회를 받지 못하면 2군행 걱정을 하기 마련이다. '반드시 기회가 온다. 만일 등판하면 무조건 3km 이상은 올라갈 수 있으니 걱정말고 던져라'라고 말해주었다. 데뷔 등판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정말 대견하다"며 웃었다.
정해영도 경기후 "아빠! 나 승리했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 전 수석은 해태 왕조의 안방마님으로 활약했다. 선동렬, 이강철, 조계현, 이대진 등 기라성 같은 투수들의 공을 모두 받았다. 투수들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데뷔 마운드에 오르면 젖먹던 힘까지 내기 마련이니 당연히 스피드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아들이 그것을 실현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