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에 김나박이(김범수, 나얼, 박효신, 이수)가 있다면 뮤지컬계에는 조홍3박이 있다.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박효신, 그리고 막내 박강현이다. ‘뮤지컬계 아이돌’로 불리며 짧은 시간 내에 완벽하게 대세로 자리잡은 박강현이 뮤지컬 ‘모차르트!’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달 16일 개막한 뮤지컬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로서의 운명과 그저 자유로운 인간이고 싶은 내면 속에서 끝없이 갈등하는 모차르트의 인간적 고뇌를 그려낸 작품이다. 이번이 여섯 번째 시즌인데 완전히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무대와 짜임새 깊어진 드라마로 예매율 1위를 내달리고 있다.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OSEN과 만난 박강현은 “큰 작품을 해봤지만 ‘모차르트!’는 워낙 유명하고 대학에서 공부할 때에도 가장 큰 작품 중 하나였다. 그동안 ‘모차르트!’를 한 배우들이 제일 힘든 작품이라고, 또 하지 않겠다고 할 정도다. ‘웃는 남자’ 때 박효신 형한테 제일 힘들었던 작품을 물었는데 ‘모차르트!’ 얘기를 했다. 4대천왕인 박효신 형이 힘들 정도면 얼마나 힘들까 싶더라. 하지만 10주년 공연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아주 큰 부담이지만 아주 큰 뿌듯함이기도 하다. 부담이 컸지만 해내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더 커서 이 작품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박강현은 모차르트 청년기의 자유롭고 반짝이는 천재성을 특유의 밝고 에너지 넘치는 연기로 그려내는가 하면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외면 당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을 처연하게 표현하고 있다. 김준수, 박은태와 동반 캐스팅 됐는데 막내 모차르트로서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박강현은 “그동안 거쳐간 배우들이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 모른다. 다만 같은 연기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하면 다르게 보일 거라고 믿는다. 그 점에서 김준수와 박은태 배우에게 좋은 자극을 받고 있다. 박은태 형은 처음 만났지만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노련함이 있는 배우다. 김준수 형은 ‘엘리자벳’, ‘엑스칼리버’에 이어 3번째 만났는데 몸이 부서져라 하니까 에너지를 발산하는 부분을 많이 배우고 있다. 형들은 했던 작품이라 의견을 많이 내는데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2015년 뮤지컬 ‘라이어타임’으로 데뷔한 박강현은 단 5년 만에 대극장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베어더뮤지컬’, ‘인더하이츠’, ‘광화문연가’, ‘킹키부츠’, ‘엘리자벳’, ‘웃는남자’, ‘엑스칼리버’, ‘마리 앙투아네트’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는데 예그린뮤지컬어워드, DIMF어워즈 신인상, 한국뮤지컬어워즈 남우조연상 수상 등 이미 ‘믿보배’가 됐다.
박강현은 “‘모차르트!’ 첫 공연 때 떨리더라. ‘웃는 남자’를 마치고 쉬는 텀이 있어서 오랜만에 관객들 앞에 선다는 떨림과 ‘모차르트!’ 첫 공연이라는 떨림이 같이 있었다. 정말 소중한 시간을 내서 마스크까지 쓰고 와주신 관객들에 대한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컸다. 아깝지 않은 시간이 되길 바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기립박수와 마스크 환호를 받았는데 너무 감사하고 뿌듯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었다”며 관객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공연계는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최근에는 작품들이 하나둘씩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데 엄청난 방역에 힘을 쓰고 있다. ‘모차르트!’ 역시 마찬가지. 정부의 수도권 방역 강화 지침에 따라 한 차례 개막을 연기해 지난달 16일부터 막이 올랐는데 공연장 출입 전 관객 발열 모니터링과 QR코드를 활용한 전자문진 작성, 공연장 수시 소독, 개인용 손세정제 배포 등의 철저한 예방 수칙 아래 관객들이 안전하게 공연 관람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강현은 “코로나19로 공연을 못 할수도 있었다. 무슨 일을 해야 하지? 그런 생각도 했다. 공연이 멈춰서 다른 일을 하는 분들도 생기니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최악의 상황에선 다른 일도 찾아봐야겠구나 싶을 정도였다. 항상 살얼음을 걷는 기분이다. 그래서 현재가 더 감사하다. 5일만 뒤로 밀린다고 했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는 배우들도 있었다. 무대에 오를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5년 만에 폭풍성장을 이룬 박강현이다. 조승우, 홍광호, 박효신, 박은태와 함께 조홍3박으로 불릴 정도. 이 얘기에 박강현은 “말도 안 되는 과찬”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아낌없는 사랑을 주는 팬들을 위해 더 열심히 노래하고 연기하겠다고 했다.
그는 “벌써부터 이 칭찬에 맛들면 안 되니까 좋은 댓글들도 오래 담아두지 않고 흘려보낸다. 악플 역시 덤덤하게 본다. 스스로 예술한다고 크게 생각한 적은 없다. 예술하는 나에게 빠져 있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난 그저 무대 위에선 노동자다. 음악을 잘 아는 것도 아닌데 감히 예술을 한다고 하기엔 주제 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그냥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이다. 좀 더 조심스럽게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이뤄내야 할 게 더 남았다. 조금 더 인정받기 위해서는 제가 더 발전을 해야 한다. 시간이 해결해 줄 부분도 많다. 다음엔 카메라 앞 영화 연기도 하고 싶다. 다 잘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박강현의 모차르트는 처음이니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차르트가 궁금하다면 공연을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 넘버가 굉장히 좋으니 꼭 들으러 와 주길”이라며 활짝 웃었다.
박강현 외에 김준수, 박은태, 김소향, 김연지, 해나, 민영기, 손준호, 신영숙, 김소현 등이 함께 하고 있는 뮤지컬 ‘모차르트!’ 10주년 기념공연은 8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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