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버스 타는 쪽이 마음이 편하죠."
살짝 수줍어하면서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는 역시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팀의 대표 프랜차이즈 스타다웠다. 상대의 계속된 공세에 아찔한 장면도 있었지만, 경기 중의 '기인' 김기인은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1세트 탑 라이너의 파괴력을 보였다면, 2세트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팀의 연패를 끊었다.
김기인은 지난 2일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벌어진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 한화생명과 1라운드 경기서 1, 2세트 세트 MVP인 POG를 싹쓸이하면서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1세트 오공으로 했던 플레이도 발군이었지만, 특히 2세트 상대의 맹공을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극복하면서 자신의 이름값을 입증했다.
케넨으로 플레이 했던 2세트 출발은 사실 순조롭지는 않았다. 교체해 들어온 상대 탑 라이너 '두두' 이동주와 '캐드' 조성용에 의해 첫 번째 데스를 당했다.
하지만 집중 포화 속에도 순간적인 대처가 완벽했다. 봉인풀린 주문서를 활용해 자신에게 쏠린 상대의 화살을 무력화 시켰다. 2019시즌부터 함께한 채우철 아프리카 코치는 이 장면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봉인풀린주문서를 코칭스태프가 따로 요구하기 보다는, 상황에 맞게 선수의 판단에 따라 선택하는 편이다. '기인'은 상황에 따라 플레이의 강약을 조절할 줄 알고, 팀의 승리를 위해 현명하게 판단을 하는 선수다. 2세트의 경우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기인의 균형잡힌 밸런스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경기 전체를 돌아볼 때 그의 선택은 곧바로 '나비 효과'를 일으켰다. 쓰러질 수 있는 상황을 넘기면서 아프리카가 스노우볼을 굴릴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1세트에 이어 2세트까지 POG를 받았지만 그는 담담하게 승리 소감을 전했다.
"시즌 시작하고 나서 POG를 받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점점 더 익숙해졌다. 오늘 경기는 살짝 색다른 느낌이다(웃음). 하던대로 플레이 했는데 오늘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3년 전인 지난 2017년 7월 2일 에버8 위너스를 통해 LCK 무대에 데뷔한 그는 벌써 4년차 베테랑으로 성장했다. 아프리카 채우철 코치는 '기인' 김기인에 대한 칭찬을 하나 더 전하면서 그에 대한 굳은 믿음을 전했다.
"(김)기인이는 경기 내적인 점 외에도 연습이나, 생활면에서도 밸런스가 잘 잡힌 모범적인 선수다. 상황에 따라서 궂은 일을 해내야 하는 순간이나, 자신이 나서야 할 때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경기적인 모습처럼 실제 생활에서도 경기를 하는 모습과 닮았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