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의 고(故) 최숙현 선수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 가해자들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였다.
고 최숙현 선수를 벼랑으로 내몬 가해자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본 선수들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을 열었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2명이 직접 국회로 나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과 팀 닥터라고 불린 치료사, 선배 선수가 고 최숙현 선수와 자신들에게 일삼은 폭행과 폭언, 가혹행위 등을 폭로했다. 고 최숙현 선수가 하늘로 떠난 지 꼭 10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들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되어 있었습니다.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 폭언을 일삼았으며,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저희를 집단 따돌리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습니다”라며 "경주시청 선수 시절 동안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독은 2016년 8월 점심에 콜라를 한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빵을 20만 원어치 사와 숙현이와 함께 새벽까지 먹고 토하게 만들고 또 먹고 토하게 시켰습니다. 또한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견과류 통으로 머리를 때리고 벽으로 밀치더니 뺨과 가슴을 때려, 다시는 안 먹겠다고 싹싹 빌었습니다. 2019년 3월에는 복숭아를 먹고 살이 쪘다는 이유로 감독과 팀닥터가 술 마시는 자리에 불려가서 맞았는데, 이미 숙현이는 맞으면서 잘못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빌고 있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가혹 행위는 감독만 한 게 아니었습니다. 팀의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을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통해 선수들의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했습니다. 그 선수 앞에서 저희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되는 거 같았습니다. 주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를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서로 이간질을 해 다른 선수들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게 막았고 아버지도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가깝게 지내지 말라고 했습니다”라며 "팀닥터는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으며 수술을 하고 왔다는 말도 자주 했을 뿐 아니라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나온 2명 외에 6명의 추가 피해자 진술을 보면 가해자들의 행동은 한결같았다. ‘감독이 엎드려 뻗치게 한 다음 행거봉으로 때려 휘어지니 다른 행거봉으로 맞다가 아파서 웅크리니 발로 밟음’, ‘감독이 청소기를 집어 던지고 쇠파이프로 머리를 때리고 눈에 보이는 걸 다 집어 던짐’, ‘감독에게 야구방망이로 많이 맞음’, ‘단합 여행에서 냄비와 양동이에 소주와 맥주를 타서 계속 억지로 마시게 하고 화장실 가서 토하면 다시 잡아 와 먹이고 또 토하면 다시 잡아 와 먹이고 반복’ 등의 인간이 할 수 없는 폭행과 가혹행위를 일삼았다.
문체부,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 등 관련 기관들이 전담팀을 꾸려 조사를 하고 있지만,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 등 가해자들은 아직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