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움직임이 그렇게나 불 같이 화를 낼 정도였을까.
토트넘은 7일(한국시간) 새벽 영국 런던의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 에버튼과 경기에서 마이클 킨의 자책골에 힘 입어 1-0으로 승리했다.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승점 48을 기록해 순위를 8위로 끌어올렸다. 4위권 경쟁 중인 팀들과 격차를 줄이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진출 희망을 이어갔다.
손흥민은 박지성(154경기)의 EPL 통산 출전 기록을 뛰어 넘어 155번째 경기를 소화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은 역대 7번째 EPL 200승 감독이 됐다.
여러모로 축하할 일이 많은 토트넘의 승리지만 손흥민은 팀의 주장 위고 요리스와 충돌로 더 많은 이목을 끌고 있다. 전반 종료 직후 라커룸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요리스와 언쟁을 벌이며 몸싸움까지 할 뻔했다. 다행히 동료들이 개입해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둘은 후반이 시작하기 전 빠르게 화해를 했고, 경기 후 요리스가 직접 나서 경위를 설명했다. 히샬리송의 위협적인 슈팅이 나오는 과정에서 손흥민의 수비 가담 태도에 불만을 느꼈다고 설명하며 “축구에서 가끔 나오는 일”이라고 말했다. 손흥민 역시 승부욕이 강한 선수들끼리 흔히 있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지만 손흥민의 수비 가담이 요리스를 그토록 화나게 할 정도였을까. 경기 영상을 다시 돌려보면 요리스의 행동은 다소 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반 추가시간 5분 토트넘은 역습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루카스 모우라의 패스 미스가 나왔다. 급박한 상황에서 부정확한 패스가 나왔고, 에버튼의 수비수 예리 미나가 끊어내 직접 드리블로 전진했다. 히샬리송이 공을 받아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이때 손흥민은 공격을 위해 앞으로 뛰어나가는 상황이었고, 모우라의 패스를 받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비로 전환해 압박을 가해야 했지만 위치와 몸의 방향을 고려하면 그마저도 힘들었다. 그 대신 해리 케인이 미나를 제지하기 위해 달려갔다.
오히려 요리스가 화를 내야하는 선수들은 중앙 수비진과 미드필더들이다. 미나의 갑작스런 전진을 제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히샬리송의 움직임까지 놓쳤다. 히샬리송은 중앙 수비수들 사이에 있다 빈공간으로 내려와 패스를 받았다. 무사 시소코나 해리 윙크스가 커버해야 할 위치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요리스의 행동을 옹호하고 있다. 게리 네빌은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요리스의 행동이 정당했고, 오히려 손흥민이 핑계를 댔을 것이라며 미루어 짐작했다.
네빌은 “손흥민은 ‘막을 수 없었다’라는 상투적인 말을 하고, 마치 진짜 반응할 수 없던 것처럼 달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손흥민은 조금 더 잘 대처했어야 했다”라며 요리스가 화를 낼 만했다고 강조했다./raul164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