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닝 막아내기가 버거운 롯데 불펜의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마무리 김원중의 기용법에 논란이 발생했다. 논란 속에서 롯데는 7번의 끝내기 패배를 당했고 5할 승률에서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롯데는 지난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연장 12회 접전 끝에 6-7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6-5로 앞서고 있던 12회말 1사 1루에서 박시영이 오선진에게 끝내기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롯데는 1-4로 뒤지던 경기에서 7회부터 9회까지 매 이닝 1점씩 뽑아내면서 겨우 4-4 동점에 성공, 경기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이후 연장 10회는 득점 없이 지나갔다. 롯데는 10회말 마무리 김원중을 투입시켰다. 김원중은 선두타자 노태형을 2루수 땅볼로 처리했고 김태균과 9구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정은원을 중견수 뜬공, 그리고 오선진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고 이닝을 마감했다.
이후 연장 11회초, 롯데는 선두타자 손아섭의 2루타로 기회를 잡았다. 전준우, 이대호가 모두 범타로 물러나 2사 2루가 됐지만 김준태가 천금의 우전 적시타를 뽑아내 5-4로 경기를 뒤집었다. 11회말,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롯데 벤치는 마무리 김원중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진명호를 올렸다. 진명호는 선두타자 정진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오현택이 올라왔지만 2사 1,2루에서 송광민에게 동점 2루타를 맞으며 5-5 동점이 되면서 경기를 매듭짓지 못했다.
12회초, 롯데는 2사 1,2루에서 허일의 우전 적시타로 다시 1점을 앞서갔다. 하지만 11회말 올라왔던 박시영을 밀어붙이다 오선진에게 끝내기 투런포를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또 다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올 시즌 벌써 끝내기 패배만 7번. 다시 말하면 롯데도 끝내기 패배가 아닌 승리로 연결시킬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롯데의 끝내기 패배에는 모두 김원중의 투입 시점과 이닝 수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김원중 본의 아니게 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기도 하다. 벤치의 판단, 그리고 신념(혹은 고집)이 촉발시킨 논란이다.
▲ 롯데 끝내기 패배시 김원중 등판 일지
5/17 대전 한화전(4-5, 연장 12회 패)- 1⅓이닝 23구 무실점(8회 2사 후 등판)
5/30 잠실 두산전(4-5, 연장 11회 패)- 1이닝 14구 1실점 블론세이브(9회 등판)
6/12 잠실 LG전(2-3, 연장 10회 패)- 등판 X
6/17 고척 키움전(3-4, 9회 패)- 등판 X
6/18 고척 키움전(2-3, 연장 10회 패)- 등판 X
6/19 수원 KT전(8-9, 연장 10회 패)- 등판 X
7/7 대전 한화전(6-7, 연장 12회 패)- 1이닝 22구 무실점(연장 10회 등판)
이 과정에서 김원중의 3연투가 걸려 있거나 이전 등판 투구수로 인해 등판이 불가능한 상황은 없었다. 등판하지 않았던 4번의 경기 모두 한 이닝 정도는 책임질 수 있었다.
허문회 감독은 마무리 첫 시즌을 치르는 김원중을 고려해 등판 일정을 짜고 있다. 장기레이스 과정에서의 혹사 방지, 최후의 보루인 만큼 원정 경기에서는 최대한 이기고 있는 상황에 등판을 시켜 첫 마무리 시즌에서 찾아올 수 있는 트라우마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뜻이 숨겨져 있다.
그러나 ‘만약에 김원중을 투입했다면’, '김원중이 1이닝 정도를 더 책임졌다면’이라는 결과론 논란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마무리의 투입은 결국 그 경기를 잡아내겠다는 벤치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 때로는 멀티 이닝도 소화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강수를 둘 수도 있다. 연투 등 피로에 대한 부담이 없다면, 혹사 논란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7일 경기가 대표적이다. 팀이 연장 11회초에서 1점 차로 경기를 극적으로 뒤집은 상황이었다. 10회말 등판해 1이닝 동안 22구를 던졌다면 한 이닝 정도는 능히 막아줄 수도 있었다. 현재 롯데 불펜진 가운데 구위와 제구 모두를 갖춘 투수는 김원중이고 대체 불가 자원이다. 불펜 최고 투수를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에 투자하지 않으면서 동점과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비록 주중 3연전의 첫 경기였다는 부담이 있었겠지만 지난 주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3연전 첫 경기였던 6월 30일 창원 NC전에서는 8회 무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올라와 블론세이브를 범하긴 했지만 2이닝을 막아내며 팀의 연장 10-8 승리에 버팀목이 된 바 있다. 이날 상황이 앞선 NC전 상황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결국 경기 결과도 달랐다.
현재 필승조의 한 축을 맡았던 박진형이 팔꿈치 통증으로 빠져 있다. 마무리 김원중 외에는 필승조 구승민이 가장 안정적이다. 하지만 이 두 투수 외에 1이닝을 쉽게 막아낼 수 있는 투수를 찾기 힘들다. 구승민은 이미 6번의 멀티 이닝을 소화한 바 있다. 김원중은 현재 멀티 이닝이 두 차례에 불과하다.
결과론적으로 김원중 대신 다른 선수들이 1이닝 씩을 더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그리고 그 1이닝마저 쉽게 막지 못했다. 1이닝을 막아내는 것이 버거운 불펜진이 현재 롯데 불펜이다. 끝내기 충격파도 다른 투수들이 모두 책임져야 했다.
7번째 끝내기 패배로 롯데는 24승28패, 승패마진 -4로 벌어졌고 8위에 머물렀다. 아래에 있을 것만 같았던 KT는 롯데를 뛰어넘어 7위로 올랐고 롯데와 승차도 1경기가 됐다. 그리고 롯데가 결과론의 논란 속에서 허덕이는 사이, 5위권과 승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