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시즌 농사를 완전히 망칠 수 있었다. 성적 반등이 필요한 시점에서 주전 서포터 ‘투신’ 박종익이 장염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 박종익은 후보 서포터가 없기 때문에 팀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을 알고 끝까지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컨디션이 매우 안좋아지면서 결국 입원 치료를 결정했고, KT는 지난 6월 27일 담원전부터 준비했던 서포터 교체 전략을 실전에 사용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처럼 KT는 위기 상황을 깔끔하게 극복했다. 지난 8일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 1라운드 드래곤X전 승리 이후 OSEN과 만난 KT 강동훈 감독은 외부에 알리기 힘들었던 그간의 고민을 전했다. 이날 KT는 밴픽, 인게임 플레이 모두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며 값진 승리를 꿰찼다. 1, 3세트 KT의 수많은 군중제어(CC) 기술들은 드래곤X의 발목을 계속 붙잡았다.
특히 베테랑 ‘스멥’ 송경호는 서포터 자리에서 마오카이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연습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박종익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탑, 정글, 미드 포지션 선수들 모두 서포터를 연습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연습 경기 패배를 기록했다. 원거리 딜러 ‘에이밍’ 김하람은 승리 후 인터뷰에서 “연습 경기때 라인전부터 힘들었던 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에 강동훈 감독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조급함을 버리자”고 주문했다. 그간 연습했던 기억을 되살려 조금씩 플레이를 다듬으면 된다고 다독였다. 강동훈 감독은 “많이 힘든 환경에도 조금씩 퍼즐을 맞춰 나가자고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안좋은 여건 속에서 선수들이 값진 승리를 만들어냈다. 더할 나위 없이 ‘멋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박종익에게는 “미안해할 필요 없다. 건강 찾아 복귀하자”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KT의 위기 극복 능력은 팀 DNA에 각인된 듯 하다. 지난 스프링 시즌에도 KT는 개막 후 5연패를 딛고 8연승을 질주하며 단숨에 플레이오프 진출권에 합류했다. 이번 승리 또한 이후 성적에 따라 플레이오프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집중력 비결에 대해 강동훈 감독은 ‘맞춤형 코칭’을 꼽았다. 강동훈 감독은 “선수 및 상황에 따라 과한 연습보다 편안한 환경을 조성해 줄때도 있다”며 “코치진과 선수들은 어떻게 하면 각자 발전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을 목표로 삼기보다 지금의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되자. 스스로를 깎지 않고 노력한다면 자연스레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강동훈 감독이 항상 선수들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자신감을 잃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 스프링 시즌 KT는 똘똘 뭉쳐 ‘할 수 있다’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줬다. 끈끈한 KT의 집중력이 이번에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lisc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