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을 좋아해주셨던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반도에서 이번에는 희망을 전한다. 강동원과 이정현, 김민재, 구교환 등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 남으려는 각양각색 인간들의 모습을 그리며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적인 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위험을 무릎쓰고 폐허가 된 반도로 되돌아온 자와 그곳에서 들개처럼 살아남은 자, 그리고 들개 사냥꾼을 자처하며 좀비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미쳐버린 자들까지, 저마다의 얼굴로 살아남은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펼쳐진다.
‘부산행’의 속편인 ‘반도’가 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2020년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면서 일찌감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자 코로나19 시대에 개봉하는 여름 대작인 많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공개된 ‘반도’는 더 화려해진 액션과 다양해진 캐릭터들로 영화적 재미를 살렸다. K좀비의 바이블로 불리는 ‘부산행’의 프리퀄 ‘서울역’, 그리고 4년 후를 다룬 ‘반도’는 연상호 감독의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확장한 작품이다. ‘부산행’ 이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해 폐허로 변해버린 상황 속에서 생존과 탈출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를 긴박감 넘치게 풀어냈다.
‘부산행’이 우리에게 친숙한 KTX를 배경으로 했다면, ‘반도’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 폐허로 변해버린 상황이 그려지며 긴장감을 준다. 생존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화려해진 액션과 더 커진 스케일 등 볼거리를 풍성하게 완성했다. 속도감과 타격감 넘치는 카체이싱 액션은 지금껏 한국 영화에서 보기 힘든 장면으로, 긴장감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 여기에 호기심을 자극하는 악역 황 중사(김민재 분)와 서 대위(구교환 분)는 ‘부산행’의 용석(김의성 분) 못지 않은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올 여름 극장가를 사로잡을 액션 블록버스터로 손색 없는 작품의 탄생이다.
‘반도’는 ‘부산행’ 이후의 이야기인 만큼 ‘부산행’을 좋아했던 관객들에게 큰 관심을 끄는 작품이다. 배우로서 속편에 출연하는 것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강동원은 연상호 감독님과 시나리오를 봤을 때 좋은 느낌을 받고 작품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강동원은 “어떤 영화의 속편의 성격을 띤 영화를 만든다는 게 배우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다. 감독님을 처음 봤을 때 비전이나 생각들이 좋았다. 그리고 시나리오 봤을 때 ‘부산행’과는 또 다른 이야기구나,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전체적인 시나리오 구조가 너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늘 영화를 결정하거나 만들어갈 때, 개봉을 기다릴 떄 언제나 압박이 있다. 어깨가 굉장히 무겁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처음에 그런 게 시나리오 보고 다 해소가 됐다. 오히려 더 든든하더라. ‘부산행’이라는 작품을 좋아해주셨던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오히려 든든했다. ‘부산행’ 좋아해주셨던 분들은 이 영화를 좋아하고 응원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공유 형 팬들도 응원해주지 않을까?”라고 바람을 전했다.
‘반도’는 새로운 배경의, 스케일이 더욱 확장된 좀비물인 만큼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과는 또 다른 배경과 세계관을 구축하는데 힘썼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도 마찬가지고 ‘반도’도 어마어마하게 큰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고 하지만 애초에 콘셉트는 그렇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시시한 인간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정석도 어마어마한 임무나 대의를 가지고 있지 않는 보통 사람이다. 대부분의 캐릭터들 다 그냥 다 보통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배경이 바뀌었을 뿐이다. 거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 같은 것은 보통사람들의 욕망이기 때문에 그런 배경에서의 주인공들의 보통 사람의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현실성을 획득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정석 캐릭터 역시 재난 영화에 등장하는 히어로와는 거리가 멀다. 정석은 전대미문의 재난으로 가족을 잃고 무기력하게 살아왔지만 반도로 돌아와 살아남은 자들과 함께하며 조금씩 변화하는 인물. 히어로보다는 보통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강동원은 “이런 재난 상황을 맞으면서 인간에 대한 여러 가지 실망감, 그러면서 염세적인 측면도 생겼을 거다. 사실 내 캐릭터는 잘 훈련된 군인이긴 하지만 히어로 같은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희망을 잃고 살아가다가 폐허가 된 도시에 들어오면서 오히려 민정의 가족이 진짜 히어로라고 생각했다. 그들을 만나면서 다시 희망을 찾아가게 되고 그런 캐릭터로 해석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동원은 “정석이란 캐릭터는 극을 끌고 가면서 관객들이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정석이 인간성을 상실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에 본인도 그렇게 살아가다가 희망을 찾게 되는 그런 측면에서 봐주시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K좀비의 바이블로 불릴 정도로 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다. 이후 드라마 ‘킹덤’ 등이 K좀비물의 인기를 이끌었던 만큼 ‘반도’에서 펼쳐질 K좀비 세계관도 많은 기대를 모은다.
연상호 감독은 “워낙 ‘부산행’의 좀비의 계승이자 다른 포인트가 있어야 했다. 키가 되는 좀비의 등장 신에서는 어떤 디자인이 들어갔던 것 같다. ‘부산행’ 때 사실 작업해준 안무가가 같이 작업해줬다. ‘부산행’ 때 콘셉트가 안 맞아서 떨어졌던 것들 몇 개가 사용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인 카체이싱 액션에 대해서는 “카체이싱을 처음 디자인할 때는 영화 자체가 찍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 대규모의 폐허가된 도시를 세팅하고 카체이싱을 하는 게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CG를 사용해서 완성했다. 애니메이션 작업할 때와 비슷했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시대 개봉하는 여름 대작인 만큼 연상호 감독과 배우들은 ‘반도’가 극장가 활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먼저 강동원은 “참 어려운 시기에 영화를 개봉하게 됐다. 아무쪼록 건강 관리 잘 하시면서, 시간되면 방역수칙을 극장에서 잘 지키고 있다고 하니까 시간 내서 와주시면 좋을 것 같다. 다들 힘내셨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했다.
이정현은 “모든 배우들이 혼신을 다해서 정말 열심히 연기했다. 좋게 봐주시길 바라겠다. 마스크 꼭 쓰고 오셔서 안전하게 꼭 극장에서 관람하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또 이레는 “’반도’가 많은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 봤을 때, 두 번 봤을 때 또 다른 매력이 있으니까 N차 관람 부탁드린다”라고 덧붙였다.
연상호 감독은 “준비했던 대로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시사회를 하니까 오랜만에 극장이 북적거리는 느낌도 봤고, 대규모 언론시사회도 하게 돼서 확실히 감회가 새로운 것 같기도 하다. 오랫동안 침체돼 있던 극장가에 북적북적한 활력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보편적인 메시지에 전 연령대가 볼 수 있는 영화다. 전 연령대가 극장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거리, ‘반도’가 그런 거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오는 15일 개봉. /se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