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도 괴롭겠지만 제일 괴로운 것은 저런 경기를 봐야 하는 팬들 아닐까.
토트넘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열릴 본머스와의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EPL) 34라운드 원정경기서 무기력한 공격 끝에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무승부로 토트넘은 승점 49(13승 10무 11패)에 머무르며 사실상 상위권 도약의 꿈이 사라졌다. 본머스 역시 전후반 위협적인 공세를 펼치고도 승점 28에 그쳤다.
여러모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토트넘은 이번 경기서 단 1개의 유효 슈팅(슈팅 9개)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는 본머스 구단 EPL 승격 이후 186경기만에 처음으로 나온 상대 유효 슈팅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조세 무리뉴 감독의 전술적 실패가 크게 부각된 경기였다. 토트넘은 이날도 무의미한 공격수의 수비 가담과 단순한 공격 전개를 통한 지공으로 자멸했다.
이날 전반 토트넘의 주포 케인은 상대 박스가 아닌 아군 진영에서 주로 활동하며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후반에는 본격적으로 상대 박스 안에 들어갔으나 고립되어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투입된 손흥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역습 상황서도 2선과 3선 사이에서 플레이메이커에 가까운 역할로 좌우 패스 전환에 집중했다.
자연스럽게 손흥민의 최대 강점인 돌파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그는 후반 내내 오버래핑하는 벤 데이비스나 세르쥬 오리에게 패스를 뿌리거나 세트피스 키커로 나서기 바빴다.
그렇다고 수비가 안정적인 것도 아니었다. 후반 본머스의 수차례 역습에 흔들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나마 비디오판독(VAR)이 있었기에 패배는 면할 수 있었다.
영국 'BBC'의 시청자 참여 코너 'Get involved'에서는 토트넘 팬들의 분노가 이어졌다. 한 팬은 "고통스러운 경기다. 지금 토트넘은 축구를 지루하고 괴롭게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팬은 "토트넘이 마지막으로 언제 잘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가? 본머스전은 일상다반사다. 우리가 이긴 경기도 '운'으로 이기는 것이다"면서 "좋은 선수는 남아있지만 내가 아는 토트넘 중 최악"이라고 분노했다.
이날 토트넘의 경기력에 대해서 한 팬은 "17위 상대로 유효 슈팅 없이 경기를 끝낼 정도로 얼마나 팀이 망했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후반전은 많은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추가 시간으로 무려 12분이 주어졌다. 한 팬은 추가 시간을 보고 "무려 12분이다 더 한다고? 솔직히 이미 충분히 고통 받지 않았나"라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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