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가 관객들에게 좋은 이벤트가 됐으면 좋겠다.”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 이후 4년 만에 폐허가 된 반도 이야기로 돌아왔다. K좀비의 바이블로 불리고 있는 ‘부산행’ 4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반도’. 2020년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며 일찌감치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반도’ 개봉을 앞두고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연상호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반도’는 영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담았다. 위험을 무릎쓰고 폐허가 된 반도로 돌아온 자와 그곳에서 들개처럼 살아남은 자, 그리고 들개 사냥꾼을 자처하며 좀비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미쳐버린 자들까지, 저마다의 얼굴로 살아남은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긴박한 이야기 속에서 펼쳐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에 ‘반도’의 개봉은 큰 이벤트 같은 느낌이다. 올 여름 처음으로 개봉하는 액션 블록버스터로 많은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연상호 감독은 “1년 전부터 7월 정도에 개봉하겠다는 플랜을 가지고 지금까지 오던 상황이다. 개봉일이나 그런 것을 변경하고 그러지는 않았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것 같다. 한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 쪽 나라는 ‘반도’가 재개의 시작인 느낌이 든다. 그런데 어제 좀 실감이 나더라. 극장 산업과 밀접한 책임감 있는 영화라는 생각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부산행’ 4년 후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반도’ 역시 좀비물로서 관객들에게 재미를 줄 것으로 기재된다. 연상호 감독은 “‘반도’는 좀비가 아주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처음 생각했던 것은 정석과 관객이 동일한 시점이라고 본다면 한국으로 돌아갈 때 으스스한 텐션 같은 것도 존재한 것 같다. ‘부산행’의 좀비 상황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 액션 이후에는 텐션이 끊어진다고 생각했다. 정석의 시점에서 거기서 4년 간 살아왔던 아이들의 시점으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일상인 거다. 유진이 같은 경우는 철이 들었을 순간부터 그 세상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좀비가 되게 위협적이라기보다는 그 공간 자체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위협이 당연히 커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반도’라는 제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연상호 감독은 영화를 대표하는 ‘반도’라는 제목에 대해서 “사실은 운이 되게 좋은 거다. 한국에서 살고 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반도’라는 제목이 나왔다. ‘부산행’도 미국에서 리메이크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반도’의 영화 버전을 만든다고 했을 때 반도의 느낌을 만들 수 있을까 싶다. 지역적 특성이기 때문에 한국만의 독특한 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연상호 감독은 “바다에 갇혀 있고, 한 쪽은 뚫려 있는데 국가적인 이유로 막혀 있는 것과 다름 없는 그런 것들이 애매모호하다. 완전 갇혀 있는 것도 아니고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는 것도 아닌 그런 정서들이 주인공들의 정서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연상호 감독은 “영화를 준비할 때 ‘부산행2’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런데 부산에 가지도 않는데 그렇게 하기도 뭣하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부산행’과 ‘반도’는 다른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획의 절반은 다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도’에서는 ‘부산행’에서와 다른 여성과 아이 캐릭터를 그려내고 있다. ‘부산행’에서는 여성과 아이를 보호받아야 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면, ‘반도’에서는 폐허 속에서 살아 남은 자들의 강력함이 있다.
연상호 감독은 “캐릭터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던 것 같다. 아이에 대한 것이 많이 달라졌다. 나도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까 아이들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적응력이 빠르지 않나. 우리 아이를 보면 내가 오히려 걱정을 많이 하지, 본인은 위험 속에서의 걱정을 많이 안 하는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 그랬던 것 같다. 오히려 어른들보다 적응력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하면 적응력이 더 빠를 것 같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반도’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카체이싱 장면이다.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으로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다운 재미를 살리는 역할을 했다.
연상호 감독은 카체이싱 장면에 대해서 “고민을 되게 많이 했다. ‘부산행’에서 기차라는 공간이 강력했기 때문에 내가 보고 싶어하는 쾌감을 크게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카체이싱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처음에 구상했던 이미지는 어린 소녀가 덤프 트럭을 운전하고 가는 거였다. 거기에 우글거리는 좀비인지 사람인지 모를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세사을 어떨까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작업적으로는 나와 무술감독과 CG팀과 촬영 팀이 회의를 굉장히 오래 해서 만든 결과다. 카체이싱의 설계만 거의 3개월 이상 한 것 같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이미 카체이싱에 대한 것을 음악까지 깔아서 프리 비주얼로 작업을 했었다. 촬영하면서도 그래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부산행’에서 공유와 마동석이 영화를 이끌었다면, ‘반도’에는 강동원과 이정현이 있다. 이들과 함께 권해요, 이레, 이예원, 김도윤, 그리고 김민재와 구교환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연상호 감독은 연출자로서 본 강동원에 대해서 “이번에 작업했던 배우들에게 놀랐던 게 몰입력이 좋다. 배우가 연기를 하면 배우만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배우의 연기를 어떤 각도로 잡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다. 배우도 카메라도 배경도 연기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강동원 배우는 그걸 명확하게 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이 나온다는 것을 되게 잘 아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마찬가지로 그런 것들이 감정 연기를 할 때도 굉장히 잘 살아나고, 액션 연기를 할 때도 아주 명확하게 안다는 느낌이 있었다. 작업하기는 아주 편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비슷하게는 이정현 배우도 그랬다. 그것에 대해서 아주 명확하게 아시더라. 이 장면을 찍을 때 카메라를 어디에 두도 찍을 것이다 하는 것이 너무 명확하니까 액션 들어가면 완전 스위치처럼 바뀌더라. 그것에 되게 놀랐다”라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작업했던 배우마다 여러 스타일이 있다. 김민재와 구교환은 그런 것 없다. 하기 전부터 몰입을 많이 해야 한다. 예상하지 못한 것들을 하기 때문에 그때 나오는 유니크한 무언가가 나오기도 한다. 이번에 스타일이 되게 다른, 각자의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배우들과 작업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연상호 감독은 강동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은 “나는 사실 강동원을 그 전의 영화부터 되게 좋아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미남 배우인데 작업해온 영화들을 보면 아주 전형적인 미남의 연기를 할 때도 있지만, 거기에만 갇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얼굴에 여러 가지가 있다. 얼빠진 얼굴도 있고 차가운 느낌도 있다”라며, “실제로 해왔던 연기를 보면 악역도, 코미디도 많이 했던 배우다. 준이랑 처음 만나는 장면을 내가 ‘뒷좌석에서 파닥거려야 한다’고 표현했는데 그런 것들을 너무 좋아하더라. 과할 정도로 몰입해서 더 해보자고 할 정도다. 그런 면에서 열려 있다”라고말했다.
‘반도’는 코로나19 시대에 극장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작품으로 꼽히고 있는 만큼, 연상호 감독은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랐다.
연상호 감독은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를 간다고 하면, ‘반도’라는 영화를 친한 친구, 아이, 부모님과 함께 가서 보면 되게 재미있는 나들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정도”라며, “극장 관람, ‘반도’의 개봉이 좋은 이벤트였으면 좋겠다. 좋은 축제가 시작된 것처럼 좋은 이벤트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반도’는 오는 15일 개봉된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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