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
팀의 맏형 답게 후배들을 대견스러워 하면서도 스스로에게는 냉정했다. 주저없이 "자신에게 실망했다"는 냉철한 뒤에 그는 결과 만큼 필요한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드래곤X는 11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 LCK아레나에서 벌어진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담원과 1라운드 경기서 풀세트 접전 끝에 2-1로 승리했다. 담원의 5연승을 저지한 드래곤X는 7승 1패 득실 +9로 내줬던 1위를 되찾았다.
경기 후 OSEN과 만난 김혁규는 "사실 졌어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다. 승리를 떠나서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하루였다. 팀에서 원거리 딜러로 인게임서 맡은 역할 외에도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KT전이나, 오늘 경기에서 내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 같아 나에게 실망스럽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긴 호흡을 내쉬면서 "팀원들은 잘한다. 챔피언 폭도 넓고, 잘하는 픽도 많다. 지난 KT전에 이어 오늘 담원전을 패했다면 '밴픽적으로 꼬여서 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료들이 나에게 밴픽적인 부분을 믿고 맡긴다고 생각하는데 밴픽적으로는 '완벽하게 졌다'고 생각한다. 담원은 초반에 주도권이 있는 픽을 할 때 정말 공격적으로 잘풀어 나가는 것 같다. 그 점은 우리도 흡수하거나 참고해야 할 점 같다"면서 담원전을 복기했다.
덧붙여 그는 "그동안 우리가 계속 승리한 경기를 돌아보면 밴픽이 잘되서 이긴 경기들이 있었다. 연승을 하면서 어떤 픽으로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우리의 연습과정을 조금 이야기를 하면 굉장히 많은 챔피언들로 연습하고, 상대적으로 밴에 무게감을 두지 않는 편"이라면서 "그렇지만 실전에서는 생각지 못한 구도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생각지 못했던 것도 있다. 우리 연습 방향이 장점도 있지만, 이번에 단점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그 점을 고려해서 조율해야 할 것 같다"고 자신의 책임감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달라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자신과 달리 후배들에 대해서는 자랑이 계속됐다. "스프링을 경험한 뒤 맞은 이번 서머 시즌서 우리 팀은 개인 기량을 고려할 때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팀원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잘하고 있다. 스프링 때 경험을 토대로 내 역할을 잘 수행하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 믿고 응원해주시면 좋은 성적을 내보도록 하겠다"다고 다시 각오를 다졌다.
베테랑의 책임감을 잊지 않은 '데프트' 김혁규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다시 알 수 있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