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통령’의 아들을 넘어 MVP로 성장한 허훈(25, KT)처럼 스타를 꿈꾸는 농구인 2세가 또 있다.
주인공은 단국대 3학년가드 조종민(21, 175cm)이다. 그의 아버지는 현역시절 ‘캥거류 슈터’로 명성을 떨친 조성원 LG 감독이다.
14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단국대 조종민이 아버지가 지도하는 LG 형들과 연습경기를 치른 것. 조종민은 아버지가 지켜보는 가운데 당찬 활약을 펼쳤다. LG가 98-73으로 크게 이겼다. 승패를 떠나 단국대 선수들도 배운 것이 많았다.
단국대 포인트가드를 맡고 있는 조종민은 우상인 김시래와 자주 대결했다. 조종민은 김시래 앞에서 점프슛을 꽂고,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주목받았다. 김시래는 곧바로 3점슛으로 응수하며 프로의 매운 맛을 선보였다.
경기 후 만난 조종민은 “아버지 앞이라 떨리고 그런 것은 없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말을 많이 들어 이제는 익숙하다. 아버지 현역시절 영상을 유튜브로 찾아봤는데 대단하셨더라”며 웃었다.
조성원 감독도 조종민 앞에서는 감독이 아닌 아버지였다. 조 감독은 “아들에게 농구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이 알아서 잘 가르쳐주고 있어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중앙대에 입학했던 조종민은 농구를 도중에 그만두는 아픔을 한 번 겪고 복귀했다. 단국대로 전학간 그는 오랜 공백을 깨고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조종민은 “신장이 작지만 큰 어려움은 없다. 운동을 오래 쉰 것이 더 힘들다. 김시래 형처럼 신장이 작아도 잘하는 형들이 많다. 오늘 우상인 김시래 형과 경기해서 영광이었다”며 큰 꿈을 그렸다.
석승호 단국대 감독은 “(조)종민이가 워낙 재능이 뛰어난 선수다. 빠르고 패스가 좋아 신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현민 등 프로에서 작은 키로 오래 뛰는 선수들이 있지 않나.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본인이 더 열심히 하고 있다”며 기대를 걸었다.
김시래(31, 178cm), 이현민(37, 174cm) 등 프로에서 180cm가 안되는 키로 활약하는 가드들은 많다. 허훈 역시 허재 전 감독(188cm)이나 형 허웅(186cm)보다 작은 180cm로 MVP 반열에 올랐다.
LG는 조성원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었다. 3학년인 조종민은 2년 뒤 프로입성을 꿈꾸고 있다. 부자가 프로농구 무대에서 대결을 펼칠 날도 머지 않았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