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같이 드실래요?". 밥 한 끼 하자는 말이 이렇게 낭만적일 수 있나. 배우 송승헌과 서지혜가 저력을 발휘한 '저녁 같이 드실래요'가 마니아들의 사랑 속에 '끼니 로맨스'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MBC 월화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극본 이수하, 연출 고재현 박봉섭)가 14일 방송된 32회(마지막 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드라마는 이별의 상처와 홀로(Alone) 문화로 인해 사랑 감정이 퇴화된 두 남녀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썸 타듯 서로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맛있는 한 끼 로맨스를 그려냈다.
이에 최종회에서는 김해경(송승헌 분)이 우도희(서지혜 분)에게 매일 저녁을 함께 하고 싶다고 프러포즈하며 꽉 닫힌 해피엔딩이 펼쳐졌다. 이는 첫 방송에서 김해경이 우도희에게 건넸던 "저녁 같이 드실래요?"의 연장선에 있던 고백이었던 터. 드라마는 애청자들에게 첫 방송의 설렘을 고스란히 상기시키고 증폭시켜주며 설렘과 여운을 동시에 남겼다.
동명의 다음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번 작품에서 스토리는 김해경과 우도희라는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에 집중했다. 다양한 장르물과 스케일 큰 스릴러가 강조되는 최근 드라마 시장에서 '저녁 같이 드실래요'의 로맨스는 한편의 소품집처럼 소박하지만 감성적인 잔상을 남겼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박진감이나 예측불가능한 긴장감은 없었지만 이른바 '소확행'으로 불리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존재했던 셈이다.
그 중심에는 송승헌과 서지혜라는 두 남녀 주인공의 활약이 있었다. 먼저 송승헌의 경우 다양한 작품에서 멜로 라인을 함께 소화하긴 했지만 이번 작품과 같이 로맨스, 멜로를 전면에 세운 작품은 2016년 개봉한 영화 '제3의 사랑' 이후 처음이었다. 드라마로 치면 2013년 방송된 '남자가 사랑할 때' 이후 7년 만이었던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승헌은 녹슬지 않은 감정 연기, 한층 디테일을 강조한 시선처리로 노련한 남자 주인공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서지혜는 전작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보여준 '평양 맵짠녀' 서단 캐릭터와 180도 달라진 우도희로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도도하고 차갑고 감정 표현에 서툴던 전작의 캐릭터에서 '병맛'에 심취한 PD이지만 사랑에 아픔을 간직한 평범한 우도희까지 접점 없는 캐릭터로의 도전이 돋보였다. 특히 서지혜는 단순히 캐릭터의 변화를 넘어 상반된 인물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저력을 입증해냈다.
무엇보다 송승헌과 서지혜는 각각의 캐릭터를 넘어 한 작품의 한 커플로 빛났다. '푸드 테라피'를 전문으로 하는 정신과 전문의 김해경과 그를 섭외하려는 온라인 콘텐츠 제작회사 PD 우도희. 교집합 하나 없을 법한 두 인물의 악연 같은 첫 만남부터 서로의 상처에 공감하며 사랑이 싹 트는 과정까지. 송승헌과 서지혜는 시청자들을 시나브로 빠져들게 만들며 자연스러운 몰입을 이끌어냈다.
그렇기에 '혼밥'을 기반으로 한 외식, 배달 음식이 난무하는 21세기 현대인의 식탁에서 '밥 한 끼' 같이 하자는 드라마의 고백이 더욱 설렘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는 인사나 다름 없는 저녁 같이 하자는 여상한 고백이건만, 송승헌과 서지혜의 눈과 입을 빌려 의미를 얻었다. '푸드 테라피'를 기반으로 한 작중의 힐링 에피소드들 또한 이 같은 서사에 힘을 더했음은 물론이다.
최근 드라마 시장에 유독 거대한 암투, 어마어마한 배후 세력, 터지고 폭발하는 스케일, 유혈이 낭자한 액션 등 화려하게 눈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즐비한 터. '마라맛', '흑당' 등이 유행한다고 매끼 먹을 수 없듯, 아무리 방송가에도 트렌드가 있다지만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주는 변하지 않는 재미도 있는 법. 유쾌하게 설렘을 선사하는 '저녁 같이 드실래요'의 존재감이 반가울 수밖에 없던 찰나 송승헌과 서지혜의 활약이 그 반가움에 의미를 더했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빅토리콘텐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