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정현은 시종일관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영화 ‘반도’가 올해 개봉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만큼, 힘든 시기에 극장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각별한 고마움이었다.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좋았다며 ‘즐거운 추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이정현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개봉 인터뷰에서 극장을 찾아준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먼저 전했다. 지난 15일 개봉돼 하루 동안 35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만큼, 이정현은 “너무 기뻤다. (관객들에게)너무 감사드린다”라고 먼저 인사했다.
‘반도’는 영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담았다. 천만 영화 ‘부산행’의 속편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처음 개봉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로, 35만 2926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누락분 롯데시네마 제공)의 오프닝 스코어 기록은 출연 배우로서 더 없이 기쁜 일이었다.
이정현은 이에 대해서 “너무 기뻤다. 이 시국에 이렇게 많이 보러 와주시고 극장가도 너무 어려운데 조금이나마 활력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서 너무 기뻤다”라며, “그냥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 밖에 안 했다. 워낙 걱정을 많이 했다. 코로나19도 계속 있고 그래서 극장이 관객들이 그렇게 많이 찾아오실까 항상 걱정을 많이 했다. 개봉을 해도 되는지 감독님에게도 물어보고 했다. 개봉을 했는데 이렇게 많이 와주실 줄 몰랐는데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먼저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반도’는 전 세계 185개국에 선판매되면서 동시 개봉된 싱가포르와 대만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정현은 “영화관에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서 너무 좋더라. 싱가포르도 ‘반도’를 기점으로 극장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많이 왔다고 하더라. 그게 좋았다. 전 세계 영화인들이 힘든 것 같은데 그게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반도’에서는 위험을 무릎쓰고 폐허가 된 반도로 돌아온 자와 그곳에서 들개처럼 살아남은 자, 그리고 들개 사냥꾼을 자처하며 좀비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미쳐버린 자들까지, 저마다의 얼굴로 살아남은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이 긴박한 이야기 속에서 펼쳐진다. 더 커진 스케일과 화려해진 액션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극 중 이정현은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민정 역을 맡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액션 블록버스터에 도전했다. 민정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강인한 생존력부터 내면 깊숙한 모성애까지 다층적인 인물로, 아이와 함께 살아나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폐허가 된 반도에서 버티고 있다.
이정현은 ‘반도’를 통해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액션 블록버스터에 도전하게 됐다. 가냘퍼 보이는 모습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누구보다 강인한 인물이다.
이정현은 ‘반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강인한 엄마고, 강인한 모성애를 가지고 있고 전투력이 모성애로부터 나오고 하니까 납득이 많이 갔다. 시나리오 봤을 때도 되게 재미있게 읽었다”라며, “연상호 감독에게 연락 왔다는 게 너무 기뻤다”라고 웃었다.
이어 이정현은 “내가 애니메이션 할 때부터 연상호 감독님의 너무 팬이었다. 너무 좋았다. ‘부산행’도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였다. 무조건 너무 좋았던 것 같다. 이런 캐릭터도 쉬운 일은 아닌데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다. 선택해주신 것이 너무 감사했다”라며, “어느 날 갑자기 감독님에게’ 어떻게 지내냐’고 하시면서, ‘저랑도 영화 하셔야죠. 시나리오 보내드릴게 읽어 보라’고 연락이 왔었다.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라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극 중 폐허 속에서 살아남은 민정은 4년 만에 반도로 다시 돌아온 정석과 만나 함께 살아나가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정석 역할을 맡은 배우 강동원과는 ‘반도’를 통해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정현은 강동원의 첫인상에 대해서 “너무 멋있다. ‘저게 사람일까’ 할 정도로 너무나 좋은 비율과 ‘이래서 다들 강동원하는 구나’했다”라며 먼저 감탄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이야기해보니까 너무 착하고 예의도 바르시다. 정말 착하고 되게 영화 밖에 생각 안 하시는 것 같고, 연애도 안 하시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정현은 “이래서 여성 팬들이 이렇게 좋아하나 했다. 단점을 못 본 것 같다. 쑥스러움이 많다. 어떨 때는 되게 개구쟁이 같기도 하다. 정말 너무너무 착한 것 같다. 톱스타 의식도 없다”라고 칭찬했다.
처음으로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에 도전한 것에 대해서는 “액션은 되게 해보고 싶긴 했다. 나 말고 다른 배우들이 항상 하고 싶어하는 장르인 것 같다. 이번에 할 수 있어서 되게 좋았다”라며, “강동원 씨는 정말 잘하더라. 나는 액션이 처음이라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액션 스쿨가서 총 들고 땅구르기부터 몇 달을 열심히 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갔는데 감독님이 되게 단순한 동작만 시키시더라. 단순하게 시키면서 컷을 붙이셨는데 되게 강하게 보이고, 그런 컷 계산 능력도 너무 뛰어나시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액션신도 길게 가다가 배우들이 많이 다치더라. 감독님은 딱 필요한 부분이 10초만 10초만 하고 컷하고 하나도 안 자르고 그대로 갔다 붙이더라. 그러면 동작이 연결돼서 신기했다. 액션을 편안하게 찍었고 다치지도 않았고 너무 안전했다. 분위기도 항상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극 중 민정은 살아남기 위한 강렬한 액션은 물론, 딸 유진(이예원 분)과 준이(이레 분)에 대한 모성애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이정현은 강인한 모성애 연기를 소화해내며 이레와 함께 여성 캐릭터를 강화시켰다.
이정현은 모성애 연기에 대해서 “나는 딸 다섯 막내인데 조카들이 8명이나 있다. 조카들을 너무나 예뻐했고, 너무 내 자식처럼 예쁘게 크는 것을 봤다. 우유도 많이 주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그랬다. ‘(이레와 예원이를)나의 아이들이다’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모녀로 호흡을 맞춘 배우 이레와 이예원에 대해서는 “요즘 아역배우들은 옛날 아역배우들과 다른 것 같다. 되게 어른스럽고 적응력도 뛰어나다. 본인들이 처음에 만나서 리허설겸 하면서 몇 신 정도 우리들끼리 맞춰봤는데 그때부터 ‘엄마 엄마’하면서 따라다니더나. 일단 촬영 자세부터 ‘아이들이 보통이 아니구나’했다. 그런데 또 너무나 천진난만하고 연기도 너무 잘하고 감성이 풍부해서 너 무 놀랐다. 감탄했다. 이레나 예원이 같은 딸 낳으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 들 정도로 너무 대단한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정현은 “예원이 어머니가 나보다 두 살 어리시더라. 완전 팬이시라 (가수 활동 모습을) 많이 보여주신 것 같다. 예원이는 그래서 아는 것 같다. 되게 귀여웠다. 이레도 어머니가 알려준 것 같다. 쫑파티하는 날 이레와 예원이가 ‘줄래’ 연습해 와서 공연했다. 너무 귀여웠다. 스태프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라고 덧붙이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레와 이예원은 아역배우지만 뛰어난 연기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레는 이정현, 강동원 등과 함께 영화의 백미로 꼽히는 카체이싱 장면을 놀랍게 소화해내기도 했다.
특히 이정현은 ‘반도’ 연상호 감독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작품 떄부터 팬이었던 만큼 함께 작업하는 것도 좋았고, 촬영현장의 분위기도 즐거웠다고 전했다.
이정현은 연상호 감독에 대해서 “판단력이 되게 좋으신 것 같다. 촬영장에서 그 많은 스태프들을 다 통솔하시고 결정하는 능력도 뛰어나신 것 같다. 실제로 다른 배우들 고민도 많이 들어주신다. 따뜻하시다. 김민재 배우는 친형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되게 여리시고 좋은 친구 같다. 그런 모습 인간다워 보여서 좋다”라며 애정을 전했다.
이정현은 ‘반도’ 이전에 ‘명량’은 물론, ‘범죄소년’과 노개런티로 출연한 독립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배우다. 지금도 꾸준히 좋은 독립영화 시나리오를 찾으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있는 이정현이다.
이정현은 작품 선택 기준에 대해서 “시나리오만 좋으면 하는 편이다. 감독님의 전작들이 좋으면 그냥 하는 편인 것 같다. 아직도 독립영화 시나리오 계속 받고 있다. 아직 딱 마음에 드는 작품은 못 만난 것 같다”라며, “블록버스터도 이제 찍어야 독립영화 같은 거 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상업영화 쪽에서 했던 배우들이 들어오면 촬영현장이 풍족해진다고 하더라. 꾸준히 같이 병행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항상 한다. 항상 캐릭터와 역할 많이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열망이 큰 배우인 만큼 영화 속에서 망가짐도 망설이지 않는다. 예쁘게만 보이기보다는 캐릭터에 몰입해 최선을 다하는 것. 이정현은 ‘명량’에 이어 ‘군함도’, 그리고 ‘반도’에서 처절한 캐릭터를 맡으며 외적인 부분보다는 캐릭터의 상황과 성격에 신경 썼다.
이에 대해서 이정현은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심은)전혀 없다. 나이가 들다 보니까”라고 웃으며, “내가 20대 배우였으면 그런 생각도 했을 것 같다. 들어오는 캐릭터를 결정하면 거기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너무 신났다. 분장하고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흥분됐다. ‘리미트’도 그냥 경찰 아줌마다. 머리도 아줌마 파마하고 주근깨 되게 심하고 점도 그리고 나온다. 그런 것은 전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캐릭터에 충실하고 그 모습이 그대로 표현됐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정현은 결혼 후 좋아하는 연기 활동에도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정현은 지난해 4월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KBS 2TV 예능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에도 출연하는 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정현은 ‘편스토랑’ 출연에 대해서 “‘반도’ 막바지 촬영 한창 할 때 제의가 들어왔었다. 예능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많았다.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으니까”라며, “그때 연상호 감독님과 상의를 했었다. ‘반도’ 개봉하는데 예능 나오면 싫어하실 수도 있어서 허락받으려고 했다. 감독님이 말 끝내기도 전에 ‘당장 하시라’고 하더라. 내가 요리로 스트레스 푸는 것을 알기 때문에”라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이 ‘정현 씨 취미고, 요즘에는 예능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바로 결정했다. 출연 결정하고 사람들이 많이 놀래고 하셨다. 그것 때문에 또 이렇게 주부 팬들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결혼 후 연기적인 면에서도 달라진 점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결혼하고 나니까 마음이 되게 편해진 것 같다. 그래서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라며, “지금도 ‘리미트’라는 영화를 한창 촬영하고 있다. 예전에 촬영장에 갔을 때보다 결혼하고 가니까 좀 더 집중력이 많이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정현은 “남편 분이 항상 집에 잘 있어주고, 우리 강아지와 함께”라고 웃으며, “마음이 되게 편하더라. 든든한 동반자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잘 될 때나 못 될 때나 내 편이 있어주는 것 같아서 그게 좋다”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반도’가 올해 개봉작 중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흥행 돌풍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 영화계의 구원투수 역할을 해낼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 이정현은 관객들이 ‘반도’를 관람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길 바랐다.
“즐거운 추억이었으면 좋겠다. 가족 분들이 가서 보시면 되게 좋아하신다고 들었다. 여름방학이고 하니까 안전하게 마스크 쓰고 가셔서 즐겁게 관람하고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다. 그게 가장 기쁘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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