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공장장 김승기 감독의 다음 프로젝트는 함준후(32, KGC)다.
KGC 김승기 감독은 노장선수 살리기에 일가견이 있다. LG에서 출전시간이 줄어든 기승호(36)는 KGC에서 고비 때마다 한 방을 해주며 부활했다. 박찬희와 아마추어 최고가드를 다퉜던 박형철(33)은 은퇴까지 고민했다. KGC에서 다시 기회를 얻은 박형철은 쏠쏠한 백업요원으로 활약했다. 공교롭게 두 선수 모두 비시즌 FA시장에서 좋은 대접을 받으며 선수생활을 이어가는데 성공했다.
이제 함준후가 바통을 물려받을 차례다. 함준후는 용산고와 중앙대시절 대형 포워드로 주목을 받았다. 195cm의 좋은 신체조건에 운동능력까지 탁월해 득점에 일가견이 있었다. 함준후는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오세근, 김선형, 최진수에 이어 4순위로 전자랜드에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함준후는 무릎수술로 장점이었던 운동능력을 잃으며 색깔없는 선수가 됐다. 함준후는 두 번의 트레이드 끝에 FA 자격을 얻어 KGC의 부름을 받았다. 마지막 불꽃을 준비하고 있는 함준후를 안양에서 만났다.
- 요즘 몸상태는 어떤가?
지금 아픈데는 없다. 원래 무릎이 안좋다.
- FA로 보수총액 8천만 원에 KGC와 3년 계약을 맺었다.
좋은 팀에 와서 기분 좋다. 밖에서 봤을때 공격적으로 수비하는 장면이 인상적인 팀이다.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어느덧 프로에서 네 번째 팀, 9번째 시즌을 맞게 됐다.
어느덧 그렇게 됐다. 시간이 빨리 갔다.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해 아쉽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프로입단 동기인 (오)세근이 형, 김선형, 최진수 등이 다들 팀의 주축이다.
- KGC에 합류한 결정적 이유는?
FA제도가 바뀌었다. 처음으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었다. 신중하게 생각했다. FA제도가 바뀌어서 A급이 빠지고 밑에 선수들은 데드라인 다 돼서 계약이 체결될거라 생각했다.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KGC에서 생각보다 빨리 연락을 주셨다. 그 자리에 국장님과 감독님이 같이 나오셨다. 내가 달았던 등번호 7번도 비어있다고 하셨다. 날 정말 원하시는구나 생각하니 그것도 좋게 봤다. 계약기간이나 금전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팀이라 좋았다. 기회가 조금이라도 주어지는 팀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 김승기 감독이 당부한 말은?
감독님이 좋은 말 많이 해주셨다. 여태까지 한 것이 아쉽다고 하셨다. (프로에서) 생각보다 못 큰 것 같아서 아쉽다고 하셨다. 마음이 끌렸다. 큰 고민 없이 결정했다.
- KGC 입단에 중앙대 동기 오세근의 존재도 컸나?
일단 구단에서 연락이 온 후 세근이 형에게 조언을 구했다.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좋은 선택이라고 했다.
- 중앙대 시절 김선형-오세근-함준후 3총사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 어느덧 고참들이 됐다.
10년이 넘었다. 항상 인터뷰하면 대학시절이 따라온다. 당시 중앙대가 윤호영, 강병현, 박성진, 박진수, 류종현, 서진, 안재욱 등등 워낙 멤버가 좋았다.
- 당시 중앙대 52연승이 경희대에게 깨졌었다.
아쉬웠다. 그날 워낙 힘든 경기였다.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심판판정이 좀 시끄러웠다. 경희대에도 박찬희, 김명훈, 박래훈 등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 프로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자신만의 무기가 없는 느낌인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뚜렷한 18번이 없어서 감독님께서 기용을 주저하셨다.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항상 생각하고 발전하려고 했지만 막상 쉽지 않았다. 중대 때는 운동능력이 좋았다. 신인 때 기록을 보니까 그때가 제일 좋았다. 나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군대를 갔다 와서 준비를 많이 했다. 그 이후에 무릎이 안좋아져 수술을 했다. 농구에 눈을 뜰 시기였는데 부상이 와서 아쉽다.
- 김승기 감독은 기승호의 이적공백을 메워주리라 기대가 클 것 같다.
특별히 그런 말씀은 안하셨다. 승호 형 나가고 그 자리에 들어왔으니 (공백을 메우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감독님이 ‘열심히 따라와준다면 할 수 있다’고 하신다. ‘가진 능력이 있으니 자신감만 찾으면 된다'고 하신다. 만들어가는 단계니까 열심히 해봐야죠.
- 김승기 감독이 용산고-중앙대 직속선배다. 왕년에 잘했던 선수를 다시 살리는데 능력이 있는 감독인데?
아직은 모르겠다. 감독님이 동문이라 편하거나 그런것은 없다. 똑같은 감독님이다. 유도훈 감독님도 용산고 선배였다. 문경은 감독님, 추일승 감독님 모두 배울 점이 많았다.
- 함누리에서 함준후로 개명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이름을 바꾸고 싶었다. 누리라는 이름이 유약한 이미지였다. 중학교때부터 바꾸려고 했지만 미루다 (개명의) 법적절차가 간소해졌다. 농구도 안풀려서 전환점을 맞고 싶었다. 장동건 아들 이름 지은 곳에서 지었다.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하하.
- 어머니와 누나도 농구선수출신이다. 가족들이 운동에 대한 조언도 해주나?
옛날에는 좀 했다. 지금은 운동 이야기는 안하신다. 제가 무릎이 안좋아서 다년간 쉬었다. SK에서도 트레이드 가서 1년 넘게 재활만 했다. 항상 가족들은 내가 덜 아프면 좋겠다고 했다. 아픈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 3년 전에는 너무 안좋아서 부모님과 재활을 해도 안되서 은퇴까지 생각했었다. 걸어도 아플 정도였다. 부모님도 KGC 와서 좋아하시지만 자식이니까 안 아팠으면 하는 것이 있다.
- 트레이드를 두 번이나 겪었다.
전자랜드에서 SK로, SK에서 오리온으로 또 트레이드 됐다. 항상 경기수가 미달되어서 7년 만에 FA가 됐다. 동기들보다 많이 늦었다.
- 김선형만 데려오면 중앙대 3총사 재결합도 가능한데?
그게 될까요? 저는 좋죠. 샐러리가 되려나 모르겠다. 세근이 형과 선형이가 워낙 팀을 대표하는 프렌차이즈 선수가 됐다. 그래도 그렇게 되면 좋을 것 같다.
- KGC는 지난 시즌 3위로 우승에 근접했던 팀이다. NBA출신 외국선수들도 데려온다. 우승을 위해 2% 채워야 할 것은?
팀을 생각할 입장은 아닌것 같다. 내 코가 석자다. 하하. 이 팀에 들어와서 보니 부족한 점은 잘 모르겠다. 세근이 형이 건강해야 할 것 같다. 든든하게 골밑을 지켜주면 앞선 선수들도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충분히 우승이 가능하지 않을까.
- 자신이 속한 포워드 라인은 어떤가?
양희종, 문성곤 둘 다 국가대표 포워드 아닌가. 어느 하나 밀리는 포지션이 없다. 난 항상 백업으로 들어가면 파이팅있는 수비나 궂은일을 하려고 한다. 큰 욕심은 없다.
- 올 시즌 목표는?
부상없이 하고 싶다. 항상 부상이 있었다. 감독님이 요구하시는 농구와 팀이 원하는 농구에 맞춰서 뛰겠다. 첫 시즌에 긴 시간을 뛸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라도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 한 시즌씩 나아지면 은퇴를 봐야 한다.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