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큰 슬픔이 있었고
나에게 눈물이 있었다
나라에 큰 침묵이 있었고
너에게 통곡이 있었다
꽃은 피고 해는 지고
꽃샘바람 부는 침묵의 창가에서…
(정호승 시인의 시 ‘봄 편지’에서 부분 인용)
지구촌 곳곳이 창궐한 신종 역병 ‘코로나19’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다. ‘인간다움’의 존엄성이 무참히 짓밟힌 이 예기치 못한 ‘제2의 페스트 시대’의 아픔에 너나 할 것 없이 시름겹다.
봄이 가고 시나브로 여름이 왔건만, 고난의 행군은 끝나지 않았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지만, 프로야구 KBO 리그도 여전히 야구장에서 관중을 볼 수 없다.
7월 15일 현재 팀마다 이미 올 시즌 절반에 가까운 60게임가량을 소화했건만, 관중 입장은 기약이 없다. 구단으로선 당연히 관중이나 마케팅 수입이 전혀 없다. 구단별로 편차가 있겠지만 경기당 1~2억 원씩 적자를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100억 원이 넘는 적자가 쌓인 구단도 있는 것으로 들린다. 두산 구단 같은 경우는 모기업의 경영난이 겹쳐 매각설마저 꾸준히 나돌고 있는 형편이다.
KBO는 정부 시책에 발맞춰 ‘사회적 거리 두기’의 일환으로 무관중 경기를 계속 치르고는 있으나 하릴없이 따를 뿐 뾰족한 대책이 있을 수 없다. 구단들은 아우성을 치지만, 어쩔 수 없다. KBO는 당초 빠르면 6월 말이나 7월 초에 소수의 관중이라도 입장시키는 방침을 세웠으나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 조짐에 전전긍긍, 속절없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언제까지 무관중 경기를 치러야 할까.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가. 현재로선 코로나19가 단기간에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어차피 장기화가 된다면, KBO가 올 시즌은 아예 무관중으로 진행하겠다는 선언을 하면 어떨까.
물론 아픔이 크다. 구단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제 아무리 방역을 철저히 하고 단계적인 조치를 내세워 우선 25~30%의 관중을 입장시켰다가 만에 하나 여기저기에서 감염 확진자가 터져 나온다면, 그때는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리그는 파국이고, KBO는 사달이 난다. 그나마 받았던 방송 중계권료도 동강 날 수 있다. 구단의 적자를 헤아리다가 자칫 야구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게도 구럭도 다 놓칠 수도 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무관중 경기로 시즌을 마치는 게 현명한 처사일 수 있다. 더군다나 무증상 감염자가 얼마나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되는 데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판이다.
기대와 희망을 품고 마냥 기다렸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고 안개만 자욱한 지금, 관중 입장은 ‘희망 고문’일 뿐이다. 가혹한 주문이지만, 현재로선 구단별로 144게임을 온전히 치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극적인 방법이겠으나 코로나19 사태에서는 그나마 KBO 리그를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