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서 외롭고 고립됐던 이임생... 수원은 끝까지 무책임하고 무례했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0.07.18 05: 33

무책임한데 매너도 없다. 그것이 수원 삼성이 이임생 감독을 대하는 태도였다.
수원 삼성은 17일 "이임생 감독이 계약기간만료 6개월을 남기고 지휘봉을 놓았다. 차기 감독 선임까지는 주승진 수석 코치 대행 체제로 간다"고 밝혔다.
해당 소식을 알리며 수원은 "이임생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와 FA컵 원정경기 이후 사임 의사를 밝혔다"면서 "구단과의 긴밀한 대화 끝에 계약을 종료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원 구단의 '공식적인' 발표와 달리 축구계 내에서는 이임생 감독이 수원의 지속적인 압박을 견디다 못해서 자진 사퇴의 형식으로 떠났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평소 이임생 감독은 사석에서 함께 힘을 모아 나아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지원보다는 압박을 가하는 구단에 대한 힘든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임생 감독은 수원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여름 중순 핵심 미드필더 엘비스 사리치를 판 것을 비롯해서 계속 핵심 자원이 유출됐지만 제대로 된 보강은 없었다.
지난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임생 감독은 군대에 입대한 전세진을 대신할 측면 공격 자원과 포백 전환을 위한 전문 풀백 영입을 구단에 요구했다.
하지만 수원 구단은 감독의 의사에 무시하고 움직였다. 한 이적 시장 전문가는 "이임생 감독은 겨울 이적 시장 내내 구단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을 가만히 지켜봐야만 했다"라고 귀띔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이번 시즌 초반 부진까지 겹치며 지난 5월 이임생 감독이 직접 구단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단이 여러 가지 사정을 이유로 계약 기간을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수원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초반 부진 이후 점점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최근 수원은 리그 홈 서울전(3-3)과 원정 포항전(1-1)서 경기력 측면에서는 점점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시즌 초반 부진하던 수원은 승점 10(2승 4무 5패)으로 강원-부산(이상 승점 14)을 추격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다른 하위권 팀들과 달리 경기력이 살아나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여기에 두 경기 모두 결정적인 오심에 발목을 잡힌 것 생각하면 충분히 반전의 발판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사퇴 발표 직전인 제주와 FA컵 원정에서 승리한 상황.
마음을 다잡고 선수들과 훈련에 매진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만들어낸 시점에서 이임생 감독이 직접 사의를 표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사퇴이기에 이임생 감독을 향해 구단의 압박이 있었다는 여론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원의 한 고위층 인사는 지난해부터 줄곧 이임생 감독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곤 했다.
여러모로 이임생 감독은 벼랑 끝에 홀로 고립된 것처럼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했다. 감독을 지지해야 하는 수원 구단은 전력 보강이나 지원에서 수원은 너무나 무책임한 모습만 보였다.
구단으로서는 영입 문제를 두고 내부 사정이나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떠나보내는 방법마저 엉망이었으면 안 됐다.
갑작스러운 이별로 인해 이임생 감독은 수원 선수들과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떠나야만 했다. 오직 주장 염기훈에게만 짧은 고별사를 남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수원은 이임생 감독 해임을 알리는 보도 자료를 배포하면서 ‘이임생 감독 사임!’이라는 제목을 사용해서 큰 충격을 줬다.
아무리 예절도 예우도 상식이 없어도 1년 6개월 이상을 함께 해온 감독과 이별을 알리며 느낌표를 달아서는 안 됐다. 기뻐서 했으면 개념이 없는 것이고 몰라서 했으면 상식이 없는 것이다.
이임생 감독을 앞장세워 뒤로 숨었던 수원 구단은 무책임한 모습의 극을 보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별마저 예절이 없고 비상식적이고 위선으로 가득 찼다.
이번 시즌 수원의 부진이 과연 오롯이 감독만의 책임이었을까? 무책임하면서 감독에 대한 예절도 상식도 없는 구단의 잘못에 대한 반성이 먼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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