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의 속편인 ‘반도’가 4년 만에 베일을 벗었다. ‘부산행’에서는 KTX에 몸을 실은 사람들이 부산까지 살아가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벌였다면, ‘반도’는 버려져서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탐욕을 강조했다.
올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여름까지 잡히지 못하면서 흥행 여부에 대한 전망은 막판까지 안갯속이었지만, 개봉 첫날 35만여 명이 극장을 찾아 흥행에 시동을 걸었다. 극장에서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기대감이 읽혔다.
‘반도’(감독 연상호, 제공배급 NEW, 제작 레드피터)는 상영 6일차인 어제(7월20일)까지 194만 5520명(영진위 제공)을 동원하며 어느덧 손익분기점(250만)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연상호 감독의 ‘반도’는 ‘부산행’(감독 연상호) 이후 4년 전대미문의 재난에 휩싸인 한반도를 배경으로 만든 디스토피아 영화.
‘부산행’에 이어 현실에선 절대 만나볼 수 없는 가상의 좀비 바이러스를 주요 소재로 삼았는데, 공교롭게도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로 번진 상황이라 그런지 현실감이 더 살아났다.
제작자로서 결이 다른 두 편의 좀비물을 내놓은 영화사 레드피터 이동하 대표의 이력이 궁금해 그를 만나러 소격동에 위치한 카페를 찾았다. 이동하 대표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부산행’이 전 세계적으로 반향이 있었지만 다시 좀비 얘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긴 했다”며 “하지만 연상호 감독이 (부산행과 비교해) 변별력을 갖는 얘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저로선 고마웠다. ‘부산행’과 세계관이 이어지지만 또 다른 이야기로 흘러간다”라고 말했다. ‘부산행’ 역시 레드피터가 제작했다.
이어 이 대표는 "연 감독이 갖고 있는 감수성, 개그코드, 스토리텔링 방식이 독특하다. 저는 제작자로서, 팬으로서 그를 좋아한다. 파트너로서 작업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팬의 입장에서 웹툰, 만화책을 항상 기대하고 보게 된다”며 “재능이 많아서 현 시대에 이상적인 감독이다. 할 수 있는 장르도 많다. 지금 이 시대에 굉장히 잘 맞는 감독인 거 같다”고 칭찬했다.
‘부산행’에 이어 ‘반도’의 각본도 연상호 감독이 썼다. “이번에 전적으로 연 감독의 얘기에 동의했다. ‘부산행’ 이후 그가 대중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모습에서 신뢰가 커졌다. 구성부터 스토리텔링, 콘티 작업, 촬영까지 탁월한 부분이 있어서 전적으로 믿었다”고 밝혔다.
이동하 대표는 “작년에 ‘반도’를 기획하고 촬영을 마쳤을 때까지만 해도 ‘부산행’이 개봉했던 날짜에 맞춰서 개봉일을 준비했다. 올해 들어 8월 중순으로 가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저와 연 감독은 7월 중순으로 가자고 했다. (개봉하기 전까지)백신이 개발될 게 아니라면 극장에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안정적으로 관람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다. 극장도 방역에 힘쓰고 있고. 이에 투자 배급사 측도 동의했다”고 이달 15일로 개봉일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일주일여 만에 200만 명 가까이 동원한 것에 대해서는 “기분이 좋다. ‘반도’를 계기로 다음에 개봉할 한국영화, 뮤지컬, 연극 등 문화 콘텐츠가 잘됐으면 좋겠다. 코로나 시대에도 안전하게 관람하고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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