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인 이정현(18, 싸비MMA)이 대어를 낚았다. 프로 2년째에 15전을 치른 선배 파이터를 잡았다.
이정현은 18일 잠실 롯데월드 핫식스 아프리카 콜로세움서 열린 ARC 002서 유재남(33, 원주 로드짐)을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으로 제압, 프로 2연승을 기록했다.
이 경기는 신인과 중견 파이터의 대결이었다. 이정현은 이 경기 전까지 1전, 유재남은 15전을 치른 파이터다. 15살의 나이만큼 경험에서도 차이가 컸다.
이정현은 경기 전부터 유재남을 향한 도발을 많이 했다. “세대교체”를 외치며 유재남의 멘탈을 흔들었다. 초등학교 시절 이정현이 유재남에게 사인을 받았다는 제목의 기사가 나오자 “어렸을 때 대회 현장에서 인사를 한 건 사실이지만, 그때는 유재남 선수는 무명 선수인데 내가 사인을 받으려면 권아솔 선수에게 받지 왜 유재남 선수에게 받나”라며 유재남을 디스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정현의 타격이 매서웠다. 주특기인 타격과 빠른 스피드로 유재남을 공략, 경기를 주도했다.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유재남이 원하는 그라운드 상황을 2차례 정도만 만드는 등 본인의 페이스를 유지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경기 후 이정현은 “세대 교체한다고 도발도 많이 했는데, 사실 유재남 선수가 강한 상대라서 방심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도발했다. 같이 멋있게 싸워준 유재남 선수에게 감사하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디스전으로 멘탈을 흔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정현은 노리던 KO에 성공하지 못했다. KO를 의식하자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나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 결국 대어를 낚았다.
이정현은 “거만해 보일 수 있는데 KO를 노리고 있었다. 근데 KO가 노리고 있으니까 안 됐다. 집중해서 이기는 쪽으로만 생각했다. 솔직히 경기가 안 풀렸다”고 말했다.
이어 “걱정을 안 한 척했는데 경기 전까지 너무 부담됐다.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이겨서 너무 좋다. 아무나 붙여주면 다 때려 부수겠다. ROAD FC에서 재밌는 경기를 하고, 대표하는 파이터가 되고 싶다. 유재남 선수를 이겼지만 더 강한 상대가 많다. 계속 이기고 ROAD FC에서 네임밸류 있고,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이번에 도발하면서 안 좋은 댓글도 많이 달렸다. 나는 그것도 관심이라고 생각한다. 관심을 받으니까 욕해주면 기분 좋다.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시고, 욕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