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도 창설 대회인 ‘KPGA 오픈’을 피해갔다.
대회 최종라운드가 펼쳐진 19일, 충남 태안 솔라고 컨트리클럽 라고 코스(파72/7,263야드)에 나서는 선수들은 걱정이 한 가득 이었다.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 수준의 장맛비가 예보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구자철 회장이 사비를 들여 만든 대회, ‘KPGA 오픈 with 솔라고CC’(총상금 5억 원, 우승상금 1억 원)가 장맛비로 모양을 구겨서는 안 된다는 간절함이 하늘에도 통했던 모양이다. 최종라운드는 바람은 있었지만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가운데 치러졌다.
그리고 우승컵은 코로나19 사태로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지만 이미 혼인신고는 마친 이수민(27, 스릭슨)에게 돌아갔다. 이수민은 “혼인 신고를 마친 아내(최지연, 1990년생)와 4년간 교제했다.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유럽에서 잘 안될 때도 다듬어주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줬다. 그래서 결혼을 결심했다. 항상 고맙다. 사실 올해 결혼식을 올리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혼인 신고를 먼저 했다. 이번 시즌 종료 뒤 군에 입대하는데 군대 가기 전에 확신을 주고 싶었다. 이번 우승을 아내에게 바치고 싶다”고 결혼 선물을 꺼내들었다.
이수민은 이날 우승으로 KPGA 코리안투어 4번째 우승타이틀 보유자가 됐다. 유러피언투어 1승까지 합치면 생애 5번째 우승컵이다.
우승 확정 과정은 짜릿했다. 정규 18홀을 돌았더니 3명의 동점자가 나왔다. 이수민을 비롯해 10대 돌풍의 주인공 김민규, 작년 KPGA 투어 신인 김한별이 +50점으로 같은 위치에 서 있었다.
이번 대회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해 KPGA 코리안투어 최초로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열렸다. 매 홀 스코어에 점수를 매겨 합산하는 방식인데, 낮은 스코어를 적어낼수록 점수에 가중치가 붙는다. 즉 알바트로스가 8점, 이글은 5점, 버디는 2점을 얻는다. 파는 0점이다. 하지만 타수를 잃었을 때는 보기까지는 상대적으로 적은 점수가 빠진다. 보기가 -1점, 더블보기 이하는 -3점이다.
선수들은 처음 접하는 방식에 전략을 새로 짰다. 17번홀 같은 짧은 파5에서는 전력을 다해 투온을 시도했고, 이글이 속출했다. 한 홀에서 5점을 확보하면 순위가 크게 요동쳤다.
그렇게 나흘을 겨뤘더니 이수민과 김한별, 김민규가 나란히 50점을 획득했다. 김민규는 17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홀컵 2미터 안쪽에 붙여 이글 기회를 잡았으나, 퍼트 실수로 버디에 머문 것이 한이 됐다.
연장 1차전에선 김한별이 낙마했다. 거리는 이수민이 가장 멀었으나 가정 먼저 버디를 얻었고, 김한별의 퍼트는 홀컵 우측으로 빗겨갔다. 탭인 버디 거리에 공을 붙인 김민규는 가볍게 공을 넣고 연장 2차전에 나섰다.
2차전에서는 김민규 먼저 퍼트를 했다. 그러나 김민규의 공은 홀컵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수민이 나섰다. 족히 3미터는 되는 거리였다. 그 동안 연장전 승부에서 나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이수민이다. 그런데 공이 홀컵에 채 떨어지기도 전에 이수민의 주먹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 흐른 뒤 땡그랑 소리와 함께 이수민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간의 연장전 악몽이 씻은 듯 사라졌다.
이수민은 2016년 ‘제35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박상현과 연장전에서 붙어 패했고, 2018년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는 박성국 이준석 이형준 박효원 등과 연장 승부에 나섰다가 역시 무릎을 꿇었다. 이수민은 “그 동안 연장전에 나서면 이기려는 욕심이 너무 앞섰던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우승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냥 평소대로 나 자신의 플레이를 하자고 생각했고, 그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대회를 열어 주신 KPGA 구자철 회장님께 먼저 감사드린다. 또한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코스 관리에 신경 써 주신 솔라고CC 박경재 회장님께도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먼저 한 이수민은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의 대회에서 처음 경기해보는데 재미 있었고 본 대회의 초대 챔피언의 자리에 올라서 뜻 깊다. 또한 연장전에서 함께 플레이한 김한별, 김민규 선수 모두 다 친한 후배들인데 함께 명승부를 펼쳤다”고 소감을 말했다.
최종일 경기에 대해서는 “오늘 바람도 많이 불었지만 티샷이 잘됐다. 개막전과 지난주 대회에서 퍼트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도 퍼트가 잘 안 맞았다. 첫 날 경기 끝나고 3~4시간 정도 퍼트 연습을 했는데 2라운드부터 감을 찾기 시작했고 흐름을 타 이렇게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