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 뿌듯함 같은 게 올라오는 것 같아요".
'제3의 한류' 물결을 이끌어냈다는 '사랑의 불시착'부터 중국에서 반응을 얻기 시작한 '저녁 같이 드실래요'까지. 배우 서지혜가 연달아 한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사랑받은 소회를 털어놨다.
서지혜는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에서 여자 주인공 우도희 역으로 활약했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이하 저같드)’는 이별의 상처와 홀로(Alone) 문화로 인해 사랑 감정이 퇴화된 두 남녀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썸 타듯 서로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맛있는 한끼 로맨스 드라마다. 이 가운데 우도희는 '병맛’을 강조한 온라인 콘텐츠 PD로 사랑의 김해경(송승헌 분)을 만나며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 사랑을 시작한 인물이다.
전작인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하 사불)’에서 평양 대표 '맵짠녀' 서단 역으로 사랑받은 터. 서지혜는 지난 2월 '사불'을 마친 뒤 곧바로 '저같드'에 돌입해 연달아 두 작품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이에 그는 "1년 안에 정말 정신 없이 두 작품을 했다. 홀가분하다"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재미있게 두 작품 잘 끝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사불' 끝무렵 '저같드'를 제안받았다는 그는 "제가 최근 5~6년 동안 비슷한 이미지 도시적이고 지적인 이미지를 많이 맡았다. 그 안에서 다양함을 추구하긴 했는데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재미난 캐릭터가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저같드'가 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보여준 느낌과 다른 캐릭터인 것 같아 고민 끝에 한번 더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해봤다"고 밝혔다.
이에 그는 "처음 우도희의 대본을 읽었을 때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의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정적인 연기를 많이 했다면 이번엔 동적인 연기를 많이 해야해서 그런 것들에 대한 부담, 캐릭터에 대한 걱정, 두려움이 많았다"는 것. 단 서지혜는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무작정 해봤고 캐릭터에 대한 열정이 더 컸다"고 말했다.
또한 "제일 큰 건 캐릭터의 힘이었다"며 '사불' 속 서단과 '저같드' 속 우도희가 전혀 다른 인물인 것에 대해 "뭐가 더 잘 맞았는지는 제가 판단할 수 없는 것 같다. 저는 즐겁게 했다. 처음엔 솔직히 힘들었다. 우도희가 텐션이 너무 올라간 캐릭터라 연기 전에 스스로 발동을 걸어야 하는 게 컸다. 그 전에 한 캐릭터들이 차분한 게 있어서 어떻게 '업(UP)' 시킬지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특히 그는 "'사불' 끝나고 2주 뒤에 바로 '저같드'를 촬영해야 해서 집 밖에 안 나가고 대본만 봤다. 그 정도로 부담됐다. 그런데 하다 보니 재미있게 됐다. 제가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타입이 아닌데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병맛’을 보여줄지 고민했다. 리허설 하면서도 많이 바꿨다. 그런 것들이 채워진다는 느낌이라 진짜 신나게 막 해봤다. 리허설 때마다 달라서 감독님이 '도대체 어떤 걸 할 거냐’고 물어보기도 하셨다. 그만큼 조금 에너지가 넘쳤던 것 같다"며 웃었다.
서지혜는 우도희의 애드리브에 대해 "거의 다 애드리브라 보시면 된다. 원래는 가만히 앉아서 '병맛 네버다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었는데 서서 대사만 하면 되는 건데 앞에 화살표 표시가 된 계단이 있었다. 거기를 올라가는 게 아닌데 너무 밋밋한 것 같아서 올라가 선도하는 것처럼 해보면 안 되겠냐고 제안하기도 하고, 대사에도 틀이 있는데 해경과 이메일을 주고받는 장면에서 대사를 추가한다거나 행동을 추가하거나 했다"고 했다.
정교한 연기와 애드리브를 많이 한 이번 작품의 차이에 대해 "비교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이 전에는 대본 안에 작가님이 쓰신 캐릭터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중점을 두고 연기를 했다. 이번에는 내가 추가를 해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나 연기가 나온다는 걸 알기 됐다. 그걸 적정선에서 다음 작품을 하더라도 섞어서 하면 좋겠다는 포인트들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캐릭터 면에서 '저같드'의 우도희가 배우 서지혜에게 도전이었다면, 팬들에게 우도희는 유독 극 중 짝사랑, 외사랑을 도맡았던 서지혜에게 '해피엔딩'을 선사해준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에서 우도희는 바람핀 전 연인 이영동(김정현 분)부터 첫사랑 정재혁(이지훈 분)부터 남자 주인공 김해경(송승헌 분)까지 다양한 남자들에게 상처받고 또 사랑받았다.
이와 관련 서지혜는 "'구남친'부터 첫사랑에 김해경과의 사랑까지 두, 세 명의 남자가 나 때문에 싸우는 상황이 너무 재미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아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다"며 "남자들이 나를 위해서 싸운다는 게 어색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한편으로는 어느 순간 너무 좋았다"며 "사랑받는 느낌이 굉장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엔 '더 많이 나오게 해 달라', '몇 명 더 됐으면 좋겠다'고 농담까지 할 정도로 좋았고 즐겼다. 저 또한 팬들처럼 로맨스에 대한 갈증이 해소된 느낌이었다"며 웃음을 그치지 못했다.
그렇다고 '저같드' 촬영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 시행될 당시 촬영을 시작했기 때문. '사불' 방송 말미 코로나19를 접한 서지혜는 곧바로 시작한 '저같드'에서 급변한 변화를 체감했다. 그는 "촬영은 공동으로 해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까 최대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 여부를 체크하고, 소독제까지 비치하고 다들 조심하며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지혜는 "마스크 때문에 의사소통이 힘들었다. 스태프들을 처음 봤는데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누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촬영했고, 마스크 때문에 말이 제대로 안 들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희 팀은 들어가기 전부터 '안전'을 제일 걱정했다. 서로 폐를 끼치지 않는 게 중요했고,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잘 넘어갔다. 처음엔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회식도 없어지고 다들 긴장한 채 촬영을 시작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사불'로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은 데다 '저같드'까지 중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아이치이에서 방송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한류 팬들과 만날 기회가 전무한 상황. 서지혜는 "해외 활동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그걸 생각하기 보다 코로나19가 어떻게 잘 풀리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이 시기가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아직 한류를 몸으로 느끼는 건 없다. 그런 것 보다는 제 갈 길을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0대 말미였던 2003년 SBS 드라마 '올인'으로 드라마에 데뷔한 이래 17년째 활약하고 있는 상황. 서지혜는 "제 나이나 데뷔 연도를 가끔씩 생각한다"며 "나이를 까먹을 정도로 정신없이 뭔가 '열일'하면서 몇 년 동안 지내왔던 것 같아서 '이제는 그런 걸 신경 안 쓰고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생각하면 할 일이 너무 많다.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할 게 너무 많다. 지금 현재 중요한 건 내 앞에 놓인 걸 잘 해야겠다는 정도로 생각이 바뀌어서 나이나 그런 건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데뷔가 오래됐다고 해서 연기를 쉬엄쉬엄하는 것도 아니고 더 부담감이 있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어깨가 조금 무거운 것도 있지만 그런 걸 생각 안 하고 현재를 즐기려 하는 편이긴 하다"고 했다. 이에 액션과 같이 지금껏 해보지 못한 몸을 활용하는 연기도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런 서지혜에게 '사불'과 '저같드'는 어떤 작품들로 남을까. "작품마다의 고충이 너무 다르지만 특히 해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는 서지혜는 "평가를 제가 할 순 없지만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이 크다. 매 순간 마다 내 연기가 마음에 들진 않겠지만 고민하고 고심하는 순간이 그때는 너무 스트레스지만 그래도 제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으니까 뿌듯함 같은 게 올라오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나아가 그는 "아무래도 나이가 곧 마흔이다 보니. 3년이나 남았지만 금방 가지 않나.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매번 주인공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느 순간 제가 엄마, 이모를 하 수도 있는데 쥐고 있기 보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주인공을 하려고 연기하는 게 아니라 연연해 하지 않는 나이가 된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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