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한 박정현, “최악의 1순위? 올 시즌이 제대로 된 첫 시즌” [오!쎈인터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0.07.21 15: 35

두 번째 프로농구 시즌을 맞는 박정현(24, LG)이 마음의 짐을 벗었다. 
2019 신인드래프트서 박정현은 전체 1순위로 LG의 부름을 받았다. 김종규가 떠난 LG에서 박정현이 골밑을 지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즌 중에 합류한 프로농구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박정현은 자신의 기량을 100% 보여주지 못했다. 
박정현은 비시즌에 차근차근 몸을 만들며 절치부심하고 있다. ‘1순위니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도 벗어났다. 박정현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났다. 

- 요즘 근황은? 연습하다가 얼굴을 다쳤다고 들었다. 
지난주 화요일(7일)에 다쳤다. 경기 중 팔꿈치에 맞아서 네 바늘을 꿰맸다. 어제(13일) 발목도 다쳤다. 오늘은 제대로 운동 못한다. 다른곳은 괜찮다. 
- 처음 겪어본 프로 시즌은 어땠나? 
정신없었다. 제대로 한 게 없었다. 프로를 했다고 하기도 애매하다. 올 시즌이 제대로 된 첫 시즌이다. 준비를 잘해서 안 좋은 성적을 만회하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 어떤 점이 만만치 않다고 느꼈는지?
외국선수가 있다보니 움직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내가 센터다보니 외국선수 자리를 보다가 다른 자리를 보니 어려웠다. 비시즌에 손발을 맞추지 않고 시즌 중간에 들어가서 팀 스타일을 이해하는데 오래 걸렸다. 
- 고려대시절 주희정 감독이 체중감량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는 체중이 얼마나 나가나? 웨이트는 얼마나 하고 있나?
지금 114kg 나간다. 들어올 때 쪘는데 지금 빼고 있다. 108kg까지 맞추려고 한다. 체중은 금방 뺀다. 
- 데뷔전부터 무조건 1순위 신인이라는 평가였다. 그래서 더 부담이 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다. 좋게 봐주셨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나이 차가 2-3살 차이라서 또래들이랑 했다. 또래 사이에서 좀 잘한 것 뿐이다. 프로에서 나이 많은 형들과 해서 살아남기는 힘들다. 초반에는 1순위라는 것을 무시 못했다. 드래프트의 얼굴인데 잘 못한다고 하니까 스스로 위축됐다. 자신감이 너무 떨어졌었다.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 평생 기억에 남는 것이 데뷔전인데 11월 6일 KT를 상대로 2분 53초를 뛰긴 했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아쉽지 않았나? 현주엽 감독은 안 뛰게 할 수도 있다고 했었는데?
드래프트 하고 이틀 뒤 경기였다. 그 다음날 오리엔테이션 하고 저녁 기차 타고 밤 12시에 부산에 도착했다. KT경기였다. 다음날 바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뛰어서 아쉽다. 경험이라 생각했다. 현 감독님이 기회를 주셔서 좋게 생각한다. 
- 그 다음 경기인 11월 14일 모비스전에서 11점을 넣으며 반등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직도 프로최다득점이다. 물론 득점이 전부는 아니지만 두 자릿수 득점 경기가 2번 뿐이었다. 
그 때 슛감도 좋았고 패스도 형들이 잘줬다. 움직임이라든지 자신감이 있었다. 시즌을 가면 갈수록 자신감이 떨어졌다. 자신에게 의문도 많이 가졌다. 자존감이 떨어졌다. 잘할 수 있는 것도 잘 안됐다. 
- 결과적으로 첫 시즌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20경기서 2.2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무엇이 부족했나?
다 부족했다. 보여준게 없다. 와서 슛이 들어간 날도, 슛 말고 포스트에서 일대일이나 피딩이나 보여준게 없다. 비시즌을 처음 준비해 본다. 시간이 있어서 형들이 원하는 것, 감독님이 원하는 스타일을 빨리 준비하고 있다. 
- 신인들이 시즌 중반에 바로 투입되는 것이 더 어려운가? 아니면 전처럼 지명되고 6개월 쉬고 새 시즌에 들어가는 것이 나을까?
준비가 안돼있더라도 와서 빨리 느끼는게 낫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 비시즌 없이 준비하는 것이 낫다. 
- 이승현 등 고려대에서 뛰어난 빅맨들이 많이 배출된다. 선배들이 어떤 조언을 해주나?
승현이 형과 이야기했다. 사석에서 ‘너 하고 싶은대로 해라’고 했다. 사석에서는 사실 일 이야기를 잘 안한다. 잘 적응하면 된다고 했다. 고려대 동문들끼리 밥도 잘 먹고 잘 뭉친다. 
- 박준영 등 고대출신이 기대를 많이 받지만 프로에서 기량이 100%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승현, 문성곤, 이종현 형들처럼 고려대에서 계속 1순위가 나왔다. 종현이 형도 부상때문이다. 준영이나 나나 ‘최악의 1순위’라고 말 들었다. 준영이도 잘할 것이다. 나도 잘해야 한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 고려대 후배인 하윤기와 이두원도 대형센터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이두원은 신입생인데 센스도 있다. 하윤기도 있고 빅맨들이 좋다. 하윤기는 신체조건이 좋다. 키는 나와 비슷한데 신체능력이 워낙 뛰어나다. 부상만 조심한다면 제 몫을 할 것이다. 다만 후배들도 프로에 오면 외국선수와 겹치니까 슛 연습을 해야 한다. 
- 올 시즌 중점적으로 준비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웨이트에 많이 신경 쓴다. 감독님이 뛰는 농구를 좋아하신다. 한 발 두 발 더 빨리 뛰려고 한다. 팀수비에 적응하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멘탈이다. 부상없이 해야 한다. 
- 빅맨출신 현주엽 감독과 슈터출신 조성원 감독의 차이점은?
지금 감독님이 더 자율적이다. 선수들을 더 믿고 풀어준다. 알아서 하도록 해주신다. 뛰는 농구를 강조하신다. 5명이 다 뛰고 속공에서 센터도 다 뛰라고 하신다. 공격농구를 말씀하신다. 공격횟수가 많아져야 득점확률도 높아진다고 하고 자신있게 슛을 쏘라고 하신다. 쏠 수 있으면 다 쏘라고 하신다. 
- 조성원 감독이 부임하고 달라진 것은? 산타기가 없어져서 좋은지?
양구를 가긴 가는데 산타고 트랙 뛰는 건 안한다고 하시더라. 아무래도 좋다. 형들이 작년에 엄청 힘들었다고 하시더라. 김준형도 하루만에 4kg가 빠졌다고 하더라. 그 정도로 힘들었다. 
- 신인상이 김훈에게 돌아갔다. 얼마나 아쉬웠나?
시즌 초중반까지는 신인상에 욕심이 있었다. 막바지에는 내가 받아도 이렇게 해서 받으면 찝찝할거 같았다.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뭔가 코로나로 시즌이 일찍 종료되어서 마지막에 잘하고 싶었다. 기량발전상 등 다른 상도 있다. 
- 참고로 보는 NBA선수나 선배들의 플레이가 있나?
니콜라 요키치를 좋아한다. 그 선수도 뭔가 뚱뚱하면서 신체조건이 아닌 센스있게 농구를 한다. 그런 농구를 배우고 싶다. 곰인데 여유같이 한다. 그렇게 농구하고 싶다. 요키치가 살을 엄청 뺐다. 나도 자신있다.  
- 기량발전상을 노린다고 들었다 다음 시즌 목표는?
개인적인 목표다. 작년에 워낙 못했다. 올시즌 열심히 해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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