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교환, '반도' 못 보여준 매력 (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07.22 17: 4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극장가가 다시 활기를 띠게 해준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반도’는 ‘침입자’(감독 손원평), ‘결백’(감독 박상현),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에 이어 극장에서 보는 영화의 재미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 계기를 만들었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 차기작이라는 점, ‘배우 강동원’이라는 카드가 관객들의 구미를 당겼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배우 구교환(39)이 연기한 서대위 캐릭터가 잔상에 남는다.
서대위의 표정과 몸짓은 폐허가 된 반도의 분위기에 맞게 서늘했고, 무서웠다. 하지만 직접 만난 구교환은 그와 딴판이었다. 말은 더 없었고, 연기와 작품에 대해 말할 땐 신중하고 느린 답변이 돌아왔다. 

대개 배우들이 악역을 맡으면, 캐릭터의 관점에서 스스로, 영화에 구현된 세계를 바라보며 연민하거나 동정하는데 구교환은 22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서대위는 어찌됐든 좋은 사람은 아니니까 연기를 했지만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말한다. 631부대 소속 서대위 역을 맡은 그는 조연이지만 한 번만 봐도 잊히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서대위 캐릭터를 표현한 과정에 대해 구교환은 “서대위라는 사람이 궁금했다. 이 사람의 4년이 어떤 시간이었을지 궁금했다”며 “연상호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제가 따로 정의하진 않았다. 다른 영화의 작업을 할 때도 그 인물의 바이오그래피에 대해 자세히 정하진 않고 들어간다. 순간순간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저는 4년 전 그가 민간인들을 구하러 다닐 때 마음과 4년이 지나고 나서의 마음이 궁금했다” 밝혔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서대위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정의하지 않았다”는 구교환의 말을 들어 보면, 캐릭터의 전체적인 상을 만들지 않은 채 현장에서 느낀 오감으로 진실되게 연기하는 유연함을 갖춘 듯하다.
구교환은 “저에게 관심을 보여주시는 게 놀랍고 신기하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미 독립영화계에서 구교환은 ‘스타’. 아직까지 많은 대중이 그를 알지 못 하고, 마니아층이 넓고 깊지만 한 번만 들어도 잊기 힘든 독특한 목소리, 탄탄한 감정선이 이름 모를 관객들의 마음속까지 파고든다. 자신만의 색깔이 선명한 배우이자, 영화감독이자, 편집감독이다. 어떨 때는 영화PD.
구교환은 “그냥 영화 자체가 좋다. 연기, 연출, 편집 중 어떤 하나를 저의 메인이라고 말할 순 없을 거 같다. 영화를 만들고 극장에 걸리면 너무 설레고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연기만 잘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떠나, 조금 더 유연한 영화인의 자세가 느껴졌달까.
“영화는 만든 사람의 손을 떠나면 어떻게 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관객들의 관람까지가 영화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이 영화를 만나는 것인데 제가 (규모를) 분리할 자격은 없는 거 같다.”
구교환은 이어 “관객을 만나는 태도는 (영화인으로서) 늘 똑같다”고 말한다. 그의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반도’가 첫 번째 상업대작이지만, 그는 “그동안 (상업작에서) 제안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다른 작품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캐릭터를 만나면 구분하지 않고 다 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구교환이 출연한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제공배급 NEW, 제작 영화사레드피터)는 ‘부산행’(감독 연상호) 4년 후 폐허가 된 반도로 들어가 미션을 수행하는 전직 군인 한정석(강동원 분)과 그곳에서 살아남은 민정(이정현 분)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달 15일 개봉해 7일 동안 206만 3074명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 돌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구교환은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저는 평소 박스오피스를 챙겨보지 않는다. (관객수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데, 그건 제작사 대표님이나 감독님들이 보는 게 아닌가요? 배우들도 보나요?”라고 물어 웃음을 안겼다. 
구교환은 “제 만족을 위해 연기를 해오진 않았지만 이번엔 ‘반도'를 보면서 좋았다. 예전에 극장에서 ‘부산행'을 보면서 그 이후를 상상해본 적이 없었는데, 내가 후속작에 제안을 받고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서대위는 내근직이다”라고 표현한 그는 “시나리오에 힌트가 있다고 생각했다. 김이병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 서대위가 주변을 강력한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는 에너지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제가 너무 많이 가면 감독님이 절제해주셨고, 조금 드러내면 에너지를 증폭시켜주셨다”고 캐릭터를 그린 과정을 전했다. 
‘반도’로 얻은 게 있느냐는 물음에 “배우로서 얻은 점이 있다면 좋은 영화 동료를 만났다는 거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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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무엑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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