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밀너는 꼴도 보기 싫었던 빨간 리본을 보고도 행복하다.
리버풀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 첼시와 홈경기에서 5-3으로 승리한 후 우승 세리머니를 펼쳤다.
리버풀은 지난달 26일 7경기를 남겨 두고 조기 우승을 확정지은 상태였다. 하지만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기 위해 마지막 홈경기까지 기쁨을 감춘 채 경기에 임했다. 리버풀은 이날 승리로 홈에서 18승 1무를 기록, 홈무패 시즌을 만들었다.
이날 EPL 우승 트로피에 오랜만에 빨간색 리본이 달렸다. EPL은 매시즌 우승팀을 상징하는 색생의 리본을 다는 전통이 있다. 이번 시즌엔 리버풀을 상징하는 빨간색 리본이 달렸다.
최근 몇 시즌 동안 EPL 트로피에는 푸른색 리본이 달렸다. 지난 시즌까지 총 6년 동안 우승을 차지한 것은 맨체스터 시티(3회), 첼시(2회), 레스터 시티(1회)였다. 2012-2013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승했을 때가 마지막으로 트로피에 빨간색 리본이 달린 시즌이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은퇴 이후 추락을 거듭하다 이제 챔피언스리그 경쟁권에 들어왔다. 리버풀은 2013-2014시즌 우승에 실패했지만 2020년 빨간색 리본으로 트로피를 장식했다.
이에 밀너는 벅찬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우승 세리머니 당시 영상을 찍더 밀너는 동료인 아담 랄라나에게 “이토록 빨간색 리본이 EPL 트로피에 달리길 원했던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지금까지 빨간색은 항상 맨유의 것이었어. 재주 없는 자식들”이라고 말했다.
밀너는 프로 데뷔 이후 상당한 시간을 맨유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팀에서 활약했다. 2002년 맨유의 ‘로즈 더비’ 상대인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프로 데뷔했고, 2010년부터 2015년까지는 맨체스터 지역 라이벌인 맨시티에서 뛰었다.
평생을 맨유의 라이벌로 살았던 밀너에게 빨간색 리본이 달린 트로피를 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밀너에게 빨간 리본은 곧 리버풀의 우승을 의미한다. /raul164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