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2' 정우성x유연석x곽도원 그린 남북미 평화협정[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07.24 10: 44

 영화 ‘강철비2’는 ‘강철비’(2017)에서 보여줬던 양우석 감독의 장기가 여전히 유효한 영화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강철비2: 정상회담’(제공 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스튜디오게니우스우정,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주요 무대는 비핵화 협정을 위한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북한 원산. 
한국 대통령 한경재(정우성 분),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사(유연석 분), 미국 대통령 스무트(앵거스 맥페이든)는 북한의 원산에 모여 비핵화 논의에 들어간다. 밀실에 모인 세 정상은 속내를 툭 터넣고 이야기 나누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국 뿔뿔이 흩어진다. 

영화 포스터

영화 스틸사진
비핵화 선언에 반대한 북 호위총국장 박진우(곽도원 분)는  그 사이 세 사람을 핵잠수함에 납치 감금해 남한, 미국, 중국, 일본과의 국제적 조약을 어기고 북한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쿠데타를 일으킨다. 북한의 행태는 예측이 불가하고 막무가내인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다.
예상치도 못하게 비좁고 차가운 선실에 갇히게 된 남북미 세 정상.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데다 서로 생활 패턴이 달라 잠시라도 붙어있는 순간을 불편해 한다. 서로 미워하고 증오 당하는 심각한 상황에서 식사하고, 화장실에 가는 등 평범한 일상이 서로의 관계를 누그러뜨리는 데 윤활유 역할을 한다. 방귀와 변으로 이렇게 재미있게 놀 수 있나 싶은 신(scene)이 등장해 웃음을 안긴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역학관계를 포함해 국제 정세를 설명하는 데 치중하는 초반부를 넘기면 중반부터는 쉼 없이 쏟아져 나오는 핵잠수함 속 총격 액션, 북북 갈등, 남북 갈등 등 다급한 장면을 마주해야 한다. 
영화 스틸사진
대통령 한경재는 쿠데타를 일으킨 박진우의 계략, 그리고 떠오르는 중국을 제치고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남다른 전략을 듣고 낙담한다. 그는 미국 대통령과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생존하는 것만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 가장 곤란해지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정우성이 연기한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는 현명한 통찰력을 지닌 인물이다. ‘비주얼 대통령’으로서 외모가 돋보이긴 하지만 정우성은 캐릭터에 부여된 의지, 성격, 트라우마에 집중해 영화를 믿음직스럽게 풀어나간다. 북한 해군들과의 전략적 소통을 통해 핵잠수함내 곳곳을 살펴보고 극한의 상황에서도 남한의 해군과 소통하며 공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양우석 감독은 ‘강철비2’에 상호 적대적인 태도를 청산하고 남북미 정상이 마주 앉아서 관계를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최종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해나간다는 경로에 공감한다면, 종전 선언은 물론 남북 통일이라는 역사적으로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영화 스틸사진
전편 ‘강철비’에서 정우성이 북 최정예요원, 곽도원이 남한 외교안보수석을 맡았었는데 이번에는 정우성이 남한 대통령, 곽도원이 북한 호위총국장을 연기했다. 유연석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을 맡아 현존하는 북 국무위원장 김정은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유연석은 실존 인물을 모사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자신만의 북한 권력자를 그렸다.
북한, 국방, 외교 분야에 관심이 높은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할 지점이 많은 작품이다. 그러나 이른바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다)들이 보기에 서사의 흐름이 다소 어렵고 헷갈릴 수 있다. 한반도 정세와 현안을 모두 제거하고 본다면 배우 정우성, 유연석의 캐릭터 변신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7월 29일 개봉. 러닝타임 1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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