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선수 여러분 힘내세요. 팬들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한화의 대전 홈구장 한화생명이글스파크로 가는 길목인 충무네거리 도로변에는 팬들의 응원 현수막이 두 달째 걸려있다. 지난달 중순 한화가 KBO리그 역대 팀 최다 18연패 타이 기록을 세울 때 등장한 현수막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14일 서스펜디드(기록은 13일) 대전 두산전에서 노태형의 끝내기 안타로 천신만고 끝에 18연패를 끊은 날, 한화는 구단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며 분골쇄신을 외쳤다. 트레이드를 단행하고, 외국인 선수도 교체하면서 팀에 변화를 줬다.


그러나 18연패 탈출의 기쁨도 아주 잠시, 한화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18연패 탈출 이후에도 한화는 10승25패1무, 승률 2할8푼6리로 같은 기간 10위에 머물고 있다. 시즌 성적은 17승52패1무, 팀 승률은 2할4푼6리. 이대로 가면 21세기 역대 최저 팀 승률 불명예 기록을 세우게 된다.

특히 최근 들어 다시 8연패 늪에 빠졌다. 지난달 16일 수원 KT전부터 27일 대전 SK전까지 9경기에서 총 20득점의 빈타에 허덕이고 있다. 27일 SK전도 9회말 1사 2루의 끝내기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5-5 무승부로 아쉽게 끝났다. 지금 페이스라면 초유의 시즌 100패도 가능하다.
하지만 KBO리그 최고의 충성심을 자랑하는 ‘보살’ 팬들은 현수막 문구 그대로 한화를 포기하지 않았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첫 관중 입장이 시작된 27일 SK전에는 월요일 야간 경기, 비가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720명의 관중들이 입장했다. 정원의 10%만 수용 가능한 1300석에서 55%만 채웠지만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한화 고유의 문화였던 8회 육성 응원도 코로나19 지침에 따라 박수 응원으로 대체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기간에도 한화 열성 팬들은 경기장에선 함께하지 못했지만, 홈구장 인근 보문산 전망대에서 깃발을 흔들며 연패 탈출에 눈물까지 흘렸다. 이미 최하위로 굳어졌지만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 암흑기도 버틴 한화 ‘보살’ 팬들의 애정과 열정은 변함없었다.

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은 이날 경기 전 “팬 여러분께는 죄송할 따름이다. 팀 성적이 너무 안 좋다 보니 선수단을 대표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선수들도 부족한 부분을 많이 느끼면서 다음을 위해 준비 열심히 하고 있다. 하루빨리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순위 싸움에선 밀려났지만 프로라면 마지막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 이글스파크를 찾은 팬들이 부끄럽지 않게 해야 한다. 코치들과 선수들도 경기 종료 후 야간 특타를 이어가며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다시 팬들을 마주한 한화 선수단이 남은 시즌 최소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단호한 결의, 각성이 필요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