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한국 e스포츠 역사에 일대 파란이 예고됐다. 대표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가 프랜차이즈 도입을 발표해 2막을 알렸다. 프랜차이즈 도입은 전통 스포츠인 야구나 축구처럼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되는 스포츠로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라이엇 게임즈는 프랜차이즈 도입을 통해 승격강등제(승강제) 폐지, 선수 최저연봉 3배 상승, 리그 수익 분배 등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LCK는 전세계에서 하루 평균 약 463만 명의 순 시청자가 지켜보는 e스포츠 리그다. 하루 평균 최고 동시 시청자는 약 82만여 명으로, 이 중 약 62%가 해외 시청자일 정도로 글로벌 프리미엄 스포츠 콘텐츠로서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LCK는 소위 4대 메이저 지역 중 마지막 남은 프랜차이즈 지역으로 프랜차이즈에 대한 관심은 국내외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두 25개 팀이 LCK 프랜차이즈 진입에 관심을 나타냈다. NBA, NFL 등 미국 전통 스포츠 프랜차이즈 e스포츠팀들도 LCK 프랜차이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 마디로 프랜차이즈 도입은 기존 팀들이 가지고 있던 큰 고민 중 하나였던 '불확실성은 없앤다'는 측면에서 많은 팀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팀들은 승강제로 인해 '2부 리그(챌린저스 코리아)' 강등 위험 때문에 팀들이 각종 투자를 유치하고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애로 점이 있었다. 팀은 2부 리그 강등 위험이 사라지면서 머천다이즈나 스폰서십 등 다양한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팀들은 수입원을 다각화할 수 있고 수익도 증대할 수 있게 된다.
OSEN +는 6월 중순 LCK 프랜차이즈 사업의 핵심 인물인 이정훈 리그 운영팀장을 LOL e스포츠의 성지인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만났다. 이정훈 팀장은 LCK 프랜차이즈의 비전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프랜차이즈의 선정 기준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다.
리그 투자 의향서(LOI)를 제출한 팀의 숫자는 모두 25개 팀. 최종적으로 프랜차이즈 참가 모집에는 총 21개 기업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농심 한국야쿠르트 등 국내 굵직한 기업을 포함해 NFL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e스포츠 그룹인 ‘피츠버그 나이츠’는 LCK 프랜차이즈에 지원한 타 팀과 파트너십을 통해 LCK 프랜차이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관심이 높은 만큼 프랜차이즈 선정에 대한 소문도 무성한 편이다. 리그를 구성한 팀들의 숫자부터 루머에 가까울 정도로 소문이 돌고 있다. 10, 10+@ 에 이어 최근에는 8, 8+@에 대한 루머도 들리고 있는 상황. 이정훈 팀장은 근거없는 루머를 경계하면서 프랜차이즈가 도입되는 2021년 리그 계획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LCK 프랜차이즈에 참가할 팀의 개수와 관련하여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앞으로 현황을 살펴보면서 결정할 예정입니다. 지원서가 모두 접수된 이후, LCK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내실있는 투자자와 팀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봐야합니다. 현재는 팀 수를 줄이는 방안과 유지하는 방안 그리고 늘리는 방안을 모두 고려 중입니다.
팀 수를 줄이게 되면 각 팀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늘어나나 LCK 발전을 위한 프랜차이즈라는 기본 취지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반대로 팀이 늘어나면 팀의 수익은 줄어들지만 더욱 치열한 LCK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현재 LCK의 팀 수인 10팀을 유지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합니다. 팀 수는 프랜차이즈가 안정적으로 출범한 이후에도 늘릴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팀들이 프랜차이즈의 참가 자격을 얻게 될까. 다른 메이저 지역의 경우 기존 팀도 탈락 사례가 있었다. 평가에 고려되는 측면에 대한 질문에 이정훈 팀장은 "기존 팀이라고해서 무조건 선정되지 않으며, 참가의향서를 낸 팀들에겐 자세한 심사기준을 안내 했습니다. 일부에서 떠돌고 있는 내부적으로 이미 정해진 팀이 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정훈 팀장은 프랜차이즈 심사 시 해외 지역을 예를 들어 프랜차이즈 선정 기준에 대해 들려줬다.
"많은 분들이 유력하다고 예상한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해당 팀이 인정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봅니다. 그러한 부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으나, 타 지역에서도 프랜차이즈 심사 시 지원서를 검토하는 단계에서 외부적으로 알려져있던 것보다 재정적인 문제 등이 부실한 경우가 발견된 사례가 꽤 있었습니다. 프랜차이즈가 리그의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는 장치임과 동시에, 장기간 함께할 파트너를 찾는 것이기 때문에 팀을 운영하기 위한 투명하면서도 튼튼한 재정성이 담보돼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대기업 여부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선,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모기업의 투자가 확실히 보장되는 것이 아닙니다. e스포츠의 역사를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실성이 없으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저희가 추구하는 선진 프로 스포츠는 기업의 홍보 수단으로서의 프로 스포츠가 아닌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건전한 리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실 있는 기업이 보다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재무건전성과 함께 중요하게 보는 분야 중 하나는 팀의 사업 계획입니다. 프랜차이즈 지원 팀은 프랜차이즈 이후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팀 자체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준비되어 있어야합니다. 저희는 강한 자립도를 기반으로한 참신한 사업을 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팀 운영에 대한 계획 역시 중요한 심사 기준입니다. 선수 및 감독 코치진 구성, 경기력 향상을 위한 훈련 계획, 선수 연습 환경, 선수 권익 보호를 위한 팀의 활동 등을 중요하게 들여다 볼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평가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e스포츠에 대한 비전입니다. 프랜차이즈는 e스포츠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가진 파트너를 발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노리고 프랜차이즈 시장에 진출하려는 투자자가 아닌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 파트너를 구할 수있는 최적의 기회를 살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증명할 수 있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스포츠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제시하거나 발전 시키는 팀들에 가산점을 제공하냐는 추가 질문에 그는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우면서 답변을 이어갔다.
"맞는 말씀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프로 스포츠팀의 바람직한 운영 방식은 수익을 많이 올려 구단주의 주머니를 채우기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팀의 수익이 발생하면 이 금액이 투자금으로 재사용되고 이러한 투자로 인해 팀이 성장하고, 성장한만큼 다시 수익이 발생하는 선순환 구조가 바람직한 스포츠팀의 운영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2021년 프랜차이즈 리그가 시작되면 2군 리그가 시작된다. 2015년 리그제 전환 이후 6년간 자리를 지켜왔던 승강제가 폐지됨에 따라 2021 시즌부터 ‘LOL 챌린저스 코리아’는 중단되고 2군 리그가 창설돼 그 자리를 대신한다. 프랜차이즈 팀들은 선수 육성을 위해 의무적으로 2군 팀을 보유, 운영해야 한다. 이정훈 팀장은 아카데미 리그에 대한 계획과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준비 과정에 있어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LoL e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2군 리그와 그 하부의 아마추어 리그입니다. 현재까지는 계속해서 준비중인 부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기 어려우나, 저희가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동호회 수준 이상의 아마추어 대회에 대한 연간 계획입니다. 각 팀 및 여러 사설 기관에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속되어 프로의 꿈을 꾸고 있는 분들이 이를 이룰 수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아카데미 리그가 그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군 리그는 아카데미 리그와는 다른 별도의 리그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2군 리그에 대해서는 아카데미 리그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별도의 명칭은 고민 중입니다. 2군 리그의 팀 수는 1군 리그와 동일하게 운영할 계획이며 1군 리그의 팀들이 2군 리그에도 동일하게 참여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이정훈 팀장은 프랜차이즈 도입으로 'LCK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오기를 바란다'는 자신의 소망을 전했다. 예전부터 '무엇을 하더라도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LCK의 위상이 다시 한 번 인정 받기를 원한다는 그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소위 4대 리그 중 LCK가 마지막 프랜차이즈 지역이다 보니 관심이 많습니다. 또한 LCK 입장에서는 각 지역의 프랜차이즈를 참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았습니다. 타지역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타 지역의 시행착오 역시 배웠으며, 잘 된 점 역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한국은 예전부터 ‘무엇을 하더라도 잘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일을 추진하더라도 체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센트럴과 타지역의 믿음이 있기 때문에 한국이 하는 프랜차이즈에 대한 관심과 응원 역시 큽니다.
프랜차이즈를 떠나, 예전은 국제 대회에 가면 타지역에서 오신 분들 앞에서 표정관리를 했어야 했습니다. ‘어차피 우승은 LCK’라는 생각이 당연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타지역 분들이 저희들 앞에서 표정관리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면 표정관리를 하지 않고 눈에 불을 켜고, 필사즉생의 각오로 대회장에 참석합니다. LCK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오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습니다."
/글=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사진=조은정 기자 cej@osen.co.kr
* 이 콘텐츠는 ‘월간 OSEN+’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