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이 '쏘아올린 공'이 LG 외국인 투수 타일러 윌슨에게 '커다란 유탄'이 됐다. 윌슨은 2018시즌 KBO리그에 진출해 지금까지 똑같은 투구폼으로 공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의 어필로 윌슨은 이제 투구폼을 약간 수정해야 한다.
윌슨은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전에서 10-2로 앞선 5회말 마운드에서 두 차례나 심판으로부터 투구폼을 지적당했다. 셋포지션 자세로 공을 던지는 윌슨의 투구 동작이 보크가 될 수 있으니 주의를 줬다.
윌슨은 주자가 없어도 셋포지션으로 공을 던지는 데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멈춤 동작 후 공을 던지기 직전 양 다리를 번갈아 살짝 리듬을 주며 움직인다. 구명환 구심은 2번째 지적에서는 직접 윌슨의 투구폼을 재현하면서 주의를 줬다. 왜 경기 도중 5회, 그리고 3년째 되는 지금에서 윌슨은 투구폼을 지적당했을까.
# 심판진 설명
심판진은 앞서 윌슨의 투구폼 문제점을 LG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수원 LG-KT전에서 이강철 감독은 이날 선발 등판한 윌슨의 투구폼을 문승훈 구심에게 어필했다.
KBO 심판위원회는 SK전 상황에 대해 "(윌슨의 투구폼은) 지난 21일 KT전에서 이강철 감독이 항의했던 내용이다. 심판위원회에서 규칙 위반을 인지했으나, 그동안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해당 동작을 용인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이 규칙대로 하라고 재차 어필했다. 그래서 다음 날 윌슨과 LG 투수코치에게 앞으로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K전에서도 윌슨은 이전과 같은 투구폼이었다. 심판진은 "경기 초반 이영재 심판이 서너차례 LG 코치를 통해 전달했으나 윌슨이 투구폼을 고치지 않아, 5회 경기를 중단시키고 윌슨에게 이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 윌슨의 반응
그런데 윌슨은 투구폼의 규칙 위반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던 것 같다. 윌슨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KBO리그 심판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지난 경기에서 KT의 컴플레인을 대해 (당시) 주심들과 이야기했고, 피칭 매커니즘과 딜리버리가 문제 없다고 전달 받았다”며 “나는 이번 주에 여러가지 조정 기간을 가지며 변화를 할 예정이며, 논쟁이 될 수 있는 부분은 이야기 듣지 못했다. 지금 이 부분을 공론화하고 이슈화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윌슨은 ‘지난해와 올해 투구폼에서 변화된 부분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2018년부터 지금까지 투구폼은 변한 것이 없다”고 했다.
# 심판진-LG 소통 오류?
SK전에서 이영재 2루심과 구명환 구심이 윌슨의 투구폼을 지적했고, 류중일 감독이 덕아웃에서 뛰어나와 심판에 어필했다. 류 감독은 답답한 표정을 연신 지었다. 1회부터 똑같은 투구폼이었고, KBO리그 3년차인 윌슨은 지금까지 같은 폼으로 던져왔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었다.
심판진 설명처럼 지난 21일 KT전 다음날 LG측에 윌슨의 투구폼 문제점을 전달했다면, 류중일 감독이 3~4분간 어필한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주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보크를 선언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인데, 감독은 윌슨의 투구폼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KT전 심판진과 SK전 심판진은 다른 조였다.
경기 후 윌슨의 인터뷰도 심판진의 통보를 제대로 받지 못한 반응이었다. 최일언 투수코치는 경기 후 별다른 설명없이 떠났다. 류중일 감독도 윌슨 투구폼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LG 구단 홍보팀은 "내일(29일) 경기 전 감독님께 직접 이야기 하실 것"이라고만 했다.
어쨌든 윌슨은 앞으로 투구폼을 바꿔서 던져야 한다. 5회 심판의 두 번째 지적을 받고서는 바뀐 폼으로 던졌다. 앞으로 투구 밸런스를 이전처럼 유지하면서 새 폼에 익숙해져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