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편집실에서 (미완성본을) 처음 봤는데 그때도 관객들이 느낄 영화적 재미가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배우 이정재(49)가 올 여름 액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관객들을 만난다. 올 여름 텐트폴 영화로 편성된 이 작품은 배우 황정민(51)과의 재회로 일찍이 예비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던 바.
이에 이정재는 30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액션이 잘 표현돼 재미나게 봐주실 분들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배경음악이나 CG가 안 들어가서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재미있었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그는 7년 전 선보인 ‘신세계’(감독 박훈정)와의 차별점이 있는 하드보일드 액션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는 느와르지만 (제 캐릭터의)액션이 많진 않았다. ‘다만 악’은 ‘신세계’보다 상상력이 가미된 거 같다”며 “인남 캐릭터의 첫 액션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액션이 굉장히 다양한 형태다. 촘촘하게 들어가 있는 액션이라서 차별성이 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 분)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 분)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 추격액션.
이날 이정재는 “해외에 나가서 영화 관계자들을 만나면, ‘한국형 갱스터만의 특별함이 있다’고 하시더라.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땐 그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 했다. 들어 보니 사실적인 내용을 영화로 하든지, 사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도 굉장히 사실적으로 찍는 거 같다고 하시더라. 한국형 갱스터가 더 리얼해 보인다고 하셨다”며 “제가 홍콩 느와르 영화와 비교해보면 한국형 느와르엔 확실히 다른 점은 있는 거 같다. ‘다만 악’ 같은 경우도 가상의 이야기지만 사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집중했다. 저희가 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살인청부업자가 지금 시대에 별로 없지만, 상상의 캐릭터를 진짜처럼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이정재와 황정민은 ‘신세계’ 이후 7년 만에 재회한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액션 느와르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들 사이에서는 ‘신세계2’에 대한 열망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이정재는 ‘신세계’ 이후 황정민과 다시 만난 것에 대해 “호흡이 잘 맞았던 배우들과 또 다시 작업을 하는 것에 열망은 있다. 근데 그게 쉽지 않다. 작품이 제게 오고 제가 선택하기까지 운명 같은 무언가 있다. 운명이 황정민 형과 가깝게 있었던 거 같다”며 "‘신세계’에서 호흡이 좋았고 즐거웠기에 ‘다만 악’ 시나리오를 받고 읽다 보니, 정민이 형이 먼저 캐스팅이 돼 있었는데, 상상이 가서 훨씬 더 재미있게 읽었다. 형의 캐스팅은 제가 출연을 결정하는 데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출연 과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신세계’를 같이 했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 (친해져야한다거나 합을 맞추는 것에)큰 부담은 없었다. 연기자가 계속 다른 캐릭터를 해야하는 직업이다 보니, 내가 그간의 캐릭터들과 얼마나 동떨어진 인물이며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냐는 걱정은 했다. 그러나 그간 못 봤던 시나리오인 데다 새로운 캐릭터였기 때문에 전작에 대한 부담감은 많지 않았다. ‘신세계’ 속 황정민, 이정재의 모습과는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기존에 없던 킬러의 비주얼을 창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연구를 거듭했다고 한다. “시나리오상에 육박전은 거의 없었고 현장에서 만들어냈다. 총기 액션이 많았는데 육박전에 비해 총기전은 연습이 크게 필요한 건 아니다. 제가 태국 촬영장에 가자마자 찍어야할 장면은 악당 몇 명을 제압하고 나오는 것이었다. 합을 짠 것 중 연습을 더 해야하는 동작들이 있어서 부랴부랴 4일~5일간 연습을 했고 3일~4일간의 촬영을 잘 끝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부상을 입었다고.
“다음 액션을 찍을 때 왼쪽 어깨가 파열돼 있었다. 현지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한다’고 하더라. 영화 ‘빅매치’ 때도 어깨가 파열됐었는데 그때도 촬영 후 치료를 받았었다. 이번에도 왼손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마쳤다. 왼손으로 총을 드는 장면도 쉽지 않은데 갑작스럽게 드는 건 어려워서 자세를 취한 다음에 (화면에) 나오는 장면으로 바꾸었다. 현재 ‘오징어 게임’을 촬영 중이라 아직 수술은 못 했다.”
의상과 타투에 대해 이정재는 “촬영시 ‘킬러가 저렇게 화려해도 되냐’는 의견이 있었다. 근데 화려함을 제거하고 인물을 만들려다 보니 차별점이 없었다. 기존에 봤던 킬러나 살인자의 면모를 따라갈지, 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들지 고민했다. 독창적인 캐릭터에 대한 관객들의 믿음엔 리스크가 따르지만 조금 더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게 재미있겠다는 판단을 했다. 결정을 한 후 얼마큼 외모에 대한 강렬함을 끌어올릴 것인가 테스트했다”고 말했다. 영화 스태프는 물론, 이정재 개인 스타일리스트도 합류해 타투와 의상을 논의했다.
그는 “영화팀과 개인 스타일리스트가 전방위적으로 아이템을 구하다 보니 훨씬 더 수월했다. 완성된 레이의 모습이 과하게 보일 수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게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타투도 굉장히 의견이 많았다. 부위부터 모양까지 말이 많았다. 제일 걱정이 됐었던 건 무더위에 타투가 지워지는 건데, 연극에서 타투를 그렸었던 황정민 형에게 조언을 받았다. 또 현지 스태프도 팁을 줘서 효과적인 도움을 받았다. 현지에 가기 전에 서울에서 미리 테스트를 했는데 효과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타투에 의미를 새기는 것보다 외형적인 재미만을 추구했다고 한다.
이정재의 ‘다만 악’은 데뷔 시기가 비슷한 절친한 동료배우 정우성(48)이 내놓은 신작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 제작 스튜디오게니우스우정,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과 맞붙게 됐다.
이에 ‘동시기 개봉에 대해 서로 응원을 했느냐’고 묻자 “어제 ‘강철비2: 정상회담’이 개봉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어떤지 제가 리뷰, 반응 같은 걸 열심히 찾아보게 됐다. 저는 아직도 제 영화의 리뷰 기사나 시사회 반응을 보는 게 쑥스럽다. 시사회 후 바로 찾아보지 않고 늦게 보거나 개봉하고 나서 뒤늦게 보는 편이다. 근데 친구 것은 열심히 찾아보고 있더라.(웃음)”고 말해 웃음을 남겼다.
자신의 첫 연출작이 될 ‘헌트’에 대해서는 “정우성이 지금 출연을 고민하고 있다. 근데 100% 결정한 것은 아니다. 그 친구가 매사에 진중하다”라며 “‘태양은 없다’ 이후 늘 같이 하자는 말은 했는데 쉽지 않더라. 8년~9년 전부터 협업하기로 했는데 잘 안 됐다. 남들에게 맡기거나, 다른 제작진이 줄 시나리오를 기다리는 것도 해답이 아니겠다 싶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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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