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황정민 '다만악'...홍원찬 감독 "'신세계'와 다른 영화"(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07.30 17: 42

 “‘신세계2’냐는 반응이 사실 부담 되긴 하다. 두 분이 재회한 것에 관심이 높을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한 작품에 만나는 것에 대해 이렇게까지 큰 반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새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각본・연출을 맡은 홍원찬 감독이 예비 관객들과 시사회를 통해 개봉에 앞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물론 황정민, 이정재 선배의 재회에 관한 얘기가 나올 건 알았지만 ‘신세계2’인 줄 알았다는 얘기를 하실지 몰랐다”라며 이같은 생각을 드러냈다.
홍 감독은 30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를 홍보하는 인터뷰 자리를 갖고 캐스팅부터 촬영 과정을 전했다.

영화 포스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 분)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 분)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 추격액션을 표방한다. 지난해 9월 말 크랭크인했고 4개월간의 촬영을 거쳐 올 1월 중순 크랭크업했다.
이 작품은 홍원찬 감독이 10년여 전 썼던 각본인데, 중간에 다른 작품의 각본을 맡으면서 완고가 늦춰졌다고 한다.
그는 2004년 단편 ‘골목의 끝’ 연출을 시작으로 ‘추격자’(2008) ‘작전’(2009) ‘황해’(2010) ‘내가 살인범이다’(2012) 등의 각색을 맡았으며 지난 2015년 스릴러 ‘오피스’로 데뷔했다.
영화 스틸사진
이날 홍원찬 감독은 “외국에서 아이를 찾는 남자 얘기를 해보자면서 10년 전에 이 아이템을 썼다. 첫 구상을 하면서 방콕 답사를 했고 시나리오 초안을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시나리오 쓰는 중에 ‘아저씨’라는 영화가 나왔다. 그 영화가 히트를 치지 않았나. 저는 어쨌든 이 시나리오 썼고 텀을 가졌다. 다른 작품을 하면서 ‘오피스’로 데뷔를 하게 됐다”고 늦어진 이유를 밝혔다. 
“‘오피스' 이후 다른 작품을 구상하긴 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영화를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 금방 지나갔다. 어떤 감독님을 보면 차기작을 내기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 싶었는데, 막상 제가 해보니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 한 작품을 하는데 2년~3년이 금방 흘렀다. 저도 그래서 1년~2년 만에 다음 작품을 내놓는 감독님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텀이 짧지?’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이어 홍원찬 감독은 “제작사 대표님이 ‘직접 썼으니 연출까지 해보라’고 하셔서 각색을 거친 뒤 연출을 하게 됐다. 각색하기 전에도 유이라는 인물이 존재했지만 이렇게 돋보이진 않았는데, 시나리오를 수정하면서 유이를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정민이 소화한 유이 캐릭터에 대해 그는 “인남이 낯선 공간, 미지의 공간에서 목적을 이뤄야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조력자가 필요했다”며 “누구로 할까 하다가 수술을 하러 태국에 간 인물로 잡았다. ‘다만 악’이 무거운 이야기인데, 그 속에 유이 같은 인물이 등장해 피로감을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방콕이 단지 기능적 장소는 아니어야 했다”고 배경 및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영화가 킬러들의 혈투를 담고, 아이를 잃어버린 아버지의 서사가 나온다는 점에서 다른 작품에서 본 듯한 기시감을 느낄 수 있다. 이에 홍 감독은 그간 보지 못 했던 액션 시퀀스와 비주얼을 담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처음 구상한 건 꽤 됐지만 그 사이 비슷한 유형,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이런 스토리는) 원형이 있는 얘기라 앞으로도 플롯을 조금씩 변형한 작품들이 나올 거 같다”고 예상했다.
영화 스틸사진
홍 감독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제목에 얽힌 비화를 털어놨다. 가제는 완전히 생뚱맞은 이름이었다고. “가제가 있었는데 그걸 바꿔야한다는 생각은 했었다"며 “원래 ‘모래요정’이었다.(웃음) 제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갖고 있던 타이틀이었다. 보통 작가들은 제목을 정해놓고 쓰거나 쓰면서 생각하기도 한다. 제가 ‘추격자’를 쓸 때도 원래는 다른 제목이었다”고 밝혔다. 
468만여 관객을 동원한 범죄액션 ‘신세계'(감독 박훈정)의 주역 황정민과 이정재가 7년 만에 재회했다는 것에 관객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는 이들이 각각 처절한 암살자 인남,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로 변신했다. 
홍 감독은 “‘신세계’ 이후 7년이나 지났는지 몰랐다. 근데 선배님들의 외모가 그때와 똑같지 않나.(웃음) 같이 있으면 저보다 젊어 보인다. 촬영하면서 두 분이 나이 때문에 힘들 거라는 생각을 못 했다. 워낙 젊어 보이니 단순히 액션 연기가 힘든 걸로 알았다”고 회상했다. “무술감독이 트레이닝을 시키는데, 어쨌든 두 분이 프로들이니까 몸 관리를 하며 (힘듦을) 이겨낸 거 같다”고 말했다.
영화 스틸사진
‘신세계와 비교돼 부담감이 있느냐’는 물음에 “‘신세계’는 팬층이 넓다. 저도 ‘신세계’를 다시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잘 하지?’ 싶었다.  이번에 ‘신세계’가 소환되는 걸 보면서 우리나라 관객들이 한 영화에 애정이 깊다는 걸 확인했다. 한 영화를 좋아하시면 애정도가 높은 거 같다. 이렇게 언급을 많이 하실지 몰라서 ‘신세계2’냐는 반응은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와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그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전혀 다른 인물들의 갈등 구도와 영화의 완성도, 임팩트가 있으면 이 영화 자체로 받아들여주실 거 같다. 그게 받아들여진다면 자연스럽게 ‘신세계’ 얘기는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세계’는 물론 이 배우들이 전작들에서 했던 캐릭터들과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세계’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다른 영화다. 관객들이 각각 다른 모습을 영화적으로 즐기셨으면 좋겠다. 영화마다 완결성과 세계관이 있다고 본다. 감독으로서 그 부분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어필하느냐가 중요하지, 다른 영화를 밀어내고 내 영화가 기억되길 바라는 건 아닌 거 같다.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는 관객들의 몫이다. 그런 것은 제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개봉은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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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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