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출근' 이규빈→이슬아, 90년대 생이 온다? 이미 다가온 현실 [어저께TV]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0.08.04 06: 53

90년대 생은 다가오는 게 아니라 이미 직장 내 곳곳에 현실로 존재한다. '아무튼 출근이' 화제의 사무관 이규빈부터 이슬아 작가까지 다양한 90년대생 직장인들을 조명하며 현실을 일깨웠다. 
MBC 새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아무튼 출근'이 3일 밤 첫 방송됐다. '직장인 브이로그' 형식을 이용해 요즘 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밥벌이와 함께 그들의 직장 생활을 엿보는 '남의 일터 엿보기' 프로그램이다. 이에 첫 방송에서는 채널A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2'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사무관 이규빈, 국내 굴지의 대기업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이민수, 작가이자 1인 출판사 대표로 활약 중인 이슬아 작가가 출연했다. 
이규빈, 이민수, 이슬아 3인방은 모두 90년대생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규빈은 93년생으로 올해 28세, 이민수는 91년생으로 올해 서른, 이슬아는 92년생으로 올해 29세였다. 20대 후반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신입 이규빈부터 2년 차 이민수, 프리랜서 7년 차인 이슬아까지 모두가 저마다의 직장생활 애환을 갖고 있었다. 

먼저 이규빈은 서울대학교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한 인재였다. 이에 그는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가운데 5급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후에 군대에 가더라도 장교로 가게 될 엘리트였다. 그는 "거창하게 표현하면 사명감, 쉽게 표현하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공무원을 하게 됐다"며 자신의 삶에 나름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자부심 만으로 버티기엔 공직 생활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규율이 엄격하고 보수적인 분위기, 정해진 이미지에 스스로를 맞춰야 했다. 이에 이규빈은 정해진 출근 시간은 엄격하게 지켰고, 복장도 정장을 주로 입으며 단정한 분위기를 유지하려 애썼다. 쉴 틈 없이 보고가 계속될 정도로 업무 강도도 높았으나, 공무원이라고 해서 정시 퇴근할 수도 없었다. 오히려 그는 밤 9시~10시까지 야근이 일상일 정도로 업무에 치이고 있었다. 
반면 이민수는 대기업 2년 차 사원으로 또 다른 직장생활을 보여줬다. 그는 지옥 같은 출근길을 지나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 오히려 여유를 되찾은 듯 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정확하게 근무하면 됐기 때문. 사옥 역시 곳곳이 직원들을 위해 꾸며져 놀라움을 자아냈고,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무상으로 제공하는 직원 식당에 각종 휴게 공간과 시간이 보장되는 풍경, 상사의 상석이 따로 없는 수평적인 모습이 감탄을 더했다. 
단 그에게도 고충은 있었다. 이민수는 "직장인으로서 주 40시간 근무 제도는 너무 좋다. 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도 성과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 그 부분이 부담이 제일 크다"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공직이든, 대기업이든 고용된 신세인 만큼 자의와 다른 부담감이 반드시 존재했던 것이다. 
이슬아는 이규빈, 이민수의 일상을 지켜보며 "두 분 다 일하면서 상호작용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저는 혼자 고립돼서 일할 때도 많다. 그게 비교가 많이 된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파주의 전원주택에서 홀로 지내는 프리랜서 작가였다. 동시에 1인 출판사 대표였고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과외 교사이기도 했다. 
그는 수익을 홀로 가져가는 대신 모든 업무를 모두 혼자서 소화해야 했다. 이에 집 2층에서 1층으로 단 몇 초 만에 일터로 출근하고 식사 시간도 의지에 따라 조율할 수 있는 등 탄력적인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반면, 매일 밤 12시까지 '일간 이슬아' 독자들에게 반드시 원고 마감을 지켜줘야 했다.
그 사이 밀려드는 고객들의 상담도 직접 소화하는 등, 이슬아는 실제로 눈 뜬 순간부터 마감까지 결코 쉴 틈 없이 일했다. 특히 그는 "제 목표는 가늘고 길게 작가 생활을 하는 거다. 꾸준하게 일을 하고 싶다. 지금은 연재를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팔릴지 안 팔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누구나 좋아서 한 일도 업이 되면 번뇌가 크다"고 말해 울림을 자아냈다. 
그렇다면 세 사람이 생각하는 '90년대생'은 무엇일까. 이규빈은 "제가 다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삶을 그리려 노력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행복한지 생각하고 도전하고 노력한다"며 자신과 또래들의 특징을 설명했다. 
이민수는 "쓴소리에 약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90년대생은 잘하는 걸 더 잘한다고 칭찬할 때 효율이 좋아진다. 못하는 걸 뭐라 할 때 오기를 갖는 세대가 아니다"라고 현실적인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끝으로 이슬아는 "시대가 예측 불가해졌다. 계획이 불가능해졌고 하나의 직업에 올인할 수 없다. '일간 이슬아’도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늘린 게 이렇게까지 왔다"며 90년대생이 예측 불가능한 변화의 중심에 있었음을 강조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직장생활을 소화하고 있는 이들 앞에서 '90년대생'은 더 이상 사회에 다가올 미래 인력이 아닌 현존하는 현실의 존재들이었다. 단, 세대가 변해도 "모든 출근은 퇴근하기 위해 있는 것"이라는 김구라의 말처럼 변하지 않는 가치도 존재하는 터. 격변의 세대를 넘어 '아무튼 출근'이 보여줄 직장인 브이로그 예능이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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