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고유민을 끝까지 괴롭혔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스포카도’는 지난 3일 저녁 유튜브 ‘헤비멘탈’ 프로그램을 통해 고유민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12일 경기도 광주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했던 가운데 고유민은 그동안 자신이 안고 있었던 마음의 짐에 대해서 털어 놓았다.
영상 공개까지 장고가 이뤄졌다. 스포카도 관계자는 "사실 이 영상을 공개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라며 "유족 측과 이야기를 나눴고, 내부적으도 많은 회의를 하며 검토를 했다. 유족 측에서도 공개를 원했고, 다시는 악플로 인해 고통받는 선수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영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배구 선수들은 그동안 무차별한 악플에 노출돼 있다. 특히 여자 배구선수들의 경우에는 성적인 모욕을 담은 악플까지 이어지곤 한다. 최근 이재영도 SNS를 통해 자신을 향한 도넘은 악플을 공개했다.
고유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독한 악플이 고유민을 옭아맸다. 인터뷰 내내 고유민은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2013년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고유민은 수비력에 강점 있는 선수로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팀 사정 상 리베로로 포지션을 바꿨던 가운데 부진한 모습이 보이자 악플러들이 그를 괴롭혔다. '네가 리베로냐', '배구 선수냐' 등의 악플이 따랐다. 고유민은 "내가 원래 리베로가 아닌 왜 이렇게 욕을 하는걸까"라는 답답했던 마음을 전했다.
계속된 악플은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악플에 위축되면서 실력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고유민은 "계속해서 (악플에) 시달리고 부담감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분석도 많이 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라며 "감독님께 찾아서 '너무 힘들다', '악플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했던 당시의 마음 고생도 이야기했다.
다시 원래의 자리인 레프트로 돌아왔지만, 악플은 멈추지 않았다. 실수가 나오면 악플은 여지없이 그를 겨눴다.
결국 고유민은 은퇴를 결심했다. 고유민은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운동도, 경기도 하기 싫었다"라며 "우리 팀 팬들도 조차도 '팀이 우승했으면 좋겠는데 쟤 때문에 우승하지 못할 것 같다'고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다 내가 잘못한 느낌이 들었다. 마음도 그렇고 어긋나 있었다"고 멍들었던 마음을 토로했다.
은퇴 소식이 전해진 후에도 악플러들은 고유민을 괴롭혔다. "돈 떨어졌다고 복귀할 생각하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보내며 악플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실제 현대건설 측은 고유민에게 지난 6월 "복귀 의사가 있을 시 적극적으로 돕겠다"라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당시 고유민은 제 2의 인생을 살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고유민은 스스로에게 "애쓰고 있다. 그만 애 썼으면 좋겠다"라며 힘겨웠던 속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