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이 최근 은퇴투어 논란이 일어나자, 10년 만에 다시 자신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모두 읽어보고 반성했다고 털어놨다. 2009년 타격왕을 차지할 때 정정당당하지 않았던 일에 대해 다시 한번 반성했다.
박용택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며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추진 중인 은퇴투어를 여론의 뜻을 받아들여 포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은퇴투어 이야기가 거론된 것이 영광이고, 그런 생각을 가져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하다. 상대 팀 홈구장에서 같이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면 안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 박용택의 은퇴투어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야구팬들의 반대 여론이 거셌다. 나흘 만에 박용택은 은퇴투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박용택은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전에 관련 기사의 댓글을 거의 모두 읽어봤다. 그는 "야구 댓글을 본 게 10년 만인 것 같다. (2009년) 졸렬택 이후로는 댓글을 안 봤다. 최근에는 야구 기사도 잘 안 봤다"며 "웬만한 댓글은 다 읽어 봤다. 팩트는 다 맞다. 맞는 말이 많았고, 팬들은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느꼈다"며 팬들의 목소리에 수긍했다.
박용택은 뼈때리는 댓글을 묻는 질문에 "일이 이렇게 커진 것은 2009년 타격왕 사건 때문이라고 본다"고 인정했다. 당시 박용택은 홍성흔(롯데)과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타격왕 경쟁을 하고 있었다. 롯데의 시즌 최종전이 공교롭게 LG전이었다. LG 투수들은 홍성흔(타율 .372) 상대로 사실상 고의4구로 승부하지 않았다. 타격 1위였던 박용택(타율 .374)은 출장하지 않고 덕아웃에 앉아서 이를 구경했다. 결국 박용택이 떳떳치 못한 행동으로 타격왕을 차지했다. 이후 '졸렬택'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박용택은 이날 "(댓글을 보다) 졸렬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사전을 찾아봤다. '옹졸하고 천하여 서투르다'였다. 그래서 다시 옹졸을 또 찾아봤다. '성품이 너그롭지 못하고 생각이 좁다' 아주 정확했다. 그때는 내가 그랬던 거 같다. 그 일(타격왕 논란)이 아니더라도 야구장 안팎에서 그렇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2009년 이후로는 졸려하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다. 2013년 페어플레이상 받을 때 사과했지만, 그 이후로 야구장 안팎에서 노력하고 살았다. 야구 관계자들, 특히 심판 선배들이 어릴 때는 진짜 재수 없었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고 고백했다.
박용택은 자신을 향해 응원해준 팬들에게 부탁했다. 자신의 은퇴투어는 무산됐지만, 이후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수의 은퇴는 다같이 축하해주길 바랐다. 그는 "내가 은퇴투어를 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머지않아 은퇴할 슈퍼스타들이 있다. 어떤 뭔가 조그만 흠집으로 인해 그 선수들의 이런 행사들이 무산되면 안 된다.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누구 은퇴할 때 보자'는 댓글이 있더라. 주제 넘은 말이지만, 졸렬하지 않게 충분히 아름답게 후배 선수들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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