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에 이어) 미국 에어 할리우드에서 보잉777의 부품을 사와 실제 비행기와 똑같은 세트를 제작한 ‘오케이 마담’ 제작진. 복고풍과 하와이를 주제로 비행기의 로고를 디자인했고, 승무원들에게 빨간 유니폼을 입혔다고 한다.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기내 세트 천장에 특수 레일을 설치해 카메라가 수많은 인물과 비행기 의자 사이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설계했다.
이철하 감독은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제일 큰 문제는 비좁은 비행기 통로에서의 액션이었다”며 “무술팀이 '복도를 넓혀보자'고 했지만 그렇게 하면 비행기가 가짜처럼 보인다. 우리가 50회차에 촬영을 마쳐야하는데 의자를 떼었다가 붙이길 반복하며 카메라를 아래쪽에 설치하면, 그 회차 안에 절대 못 끝낸다. 부족한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립팀이 고민을 한 게 카메라를 천장에 매다는 거였다. 달리(카메라를 장착한 채 이동하면서 촬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동차)를 천장에 올려서 찍으니 한결 수월했다”고 노하우를 귀띔했다.
이어 그는 “승객을 기존처럼 표현할지, 독특한 특징을 가진 캐릭터들로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저는 특정 직업에 대한 편견을 활용하면서도 그것을 비트는 인물로 만들었다. 그래서 캐스팅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이선빈이 맡은 미스터리한 승객은 중요한 인물이다. 여러 배우들을 만나 오디션을 했는데 이선빈이 ‘모르겠다’고 한 게 인상 깊었다. 그러면서도 본인이 노력을 많이 했더라. 인기와 경력도 중요하지만 간절하게 캐릭터를 해보는 사람이 맞겠다 싶었다”고 캐스팅 비화를 들려줬다.
이철하 감독은 배우 문근영과 故김주혁이 주연을 맡은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 ‘폐가’(2010), ‘안녕?! 오케스트라’(2013), ‘날 보러와요’(2016) 등을 연출하며 데뷔 초반부터 재능 있는 감독으로 불렸다. 하지만 그의 출발은 영화가 아닌 CF.
지난 1997년 한 광고회사에 재직 중이던 시절, 일찍이 패기와 능력을 인정받아 남들보다 먼저 프로듀서가 됐고 이후 광고계의 꽃으로 불리는 자동차 광고를 연출했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미국 유학길에 올라 그곳에서 이현승 감독을 만났다. 영화 ‘시월애’(2000)의 연출부로 합류하면서 충무로에 입성했다.
이철하 감독은 “저는 원래 음악을 했던 사람이다. 가수로서 음반 준비도 했었는데 90년대 싱어송라이터들이 많이 간 게 광고 PD다. 제가 음악인이라서 뮤비도 찍었는데 서태지, 조성모, 보아, SES, 강타, 자우림, god의 뮤비까지 찍게 됐다”며 “뮤비를 찍던 중간에 ‘시월애’의 연출팀으로 들어가 1년 넘게 영화계에 몸을 담았다. 스토리를 다루고 싶다는 마음에 그때부터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2006년에 입봉했는데 몇 년 전 영화 ‘범죄도시’ 촬영장에 놀러갔다가 윤계상을 만났다. 그도 저를 기억하고 있더라.(웃음) 언젠간 같이 작품을 하길 바란다. 보석처럼 빛이 날 배우”라고 칭찬했다.
“제가 늘 새로운 걸 시도하길 원한다. 이제는 다양한 포맷을 통해 감독의 감성과 철학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콘텐츠들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하고 저 역시 실험을 계속해나갈 생각이다. 이야기꾼으로서 계획은 최대한 빨리, 2~3년 안에 차기작을 만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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