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선수 최현미가 ‘무패 챔피언’이 되기까지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국가대표 복싱선수로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16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 ‘집사부일체’는 최현미 편으로 꾸며져 그녀의 일대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평안도 평양 출신인 그녀는 14세에 탈북해 남한에 정착했고 권투선수로 20년을 살았다.
“평양에서 태어나 11세부터 복싱을 시작했다”는 최현미 선수는 아버지가 북한에서 외화벌이를 하셨다고 털어놨다. “북한에서 외화벌이 총책임자이다보니 해외에 많이 다니셨다”는 것이다.
이어 최 선수는 “아빠가 '너희에게 이런 세상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어릴 땐 그 말이 이해가 안 됐다”며 “(남한에 와서) 학교 다닐 때는 안 해본 알바가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면서 잘 사는 것과 자유롭게 사는 게 다르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날 최현미 선수는 부모님, 오빠와 탈북한 과정을 전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여행을 가자’고 하셨다. 기차, 버스를 타고 계속 여행을 했다. 12월에 패딩을 입고 출발했는데 언젠가부터 너무 덥더라. 가면서 점점 더워서 옷을 벗었다. 아마 남쪽으로 가고 있었나 보다. 모든 게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가 아빠한테 ‘우리 그냥 여기서 살자’고 했었다. 카누 같은 배에 온가족이 쭉 탔다. 제가 ‘아빠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베트남이라고 하셨다”라며 “아빠는 당시 몇 년 전부터 (탈북을)계획하고 계셨더라. 베트남에 도착해 아버지는 누군가 데려 가셨고, 그날 이후 4개월 동안 아빠에 대해 아무 소식도 못 들었다. 같이 있으면 다 잡힌다고 해서 오빠는 또 다른 호텔에, 저는 엄마랑 다른 호텔에 가 있었다. 그 방 안에서 나갈 수 없었고 4개월 동안 갇혀 있었다. 그러다 2004년 7월 27일에 전세기가 떠서 저희 가족이 함께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북한에 계속 있었다면 세계 챔피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못 했을 것”이라며 “한국에서 태극기를 달았을 때 자긍심이 강했다. ‘나 이제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프라이드가 생겼다. 한국 국가대표가 돼 너무 행복했다. 근데 한국에서는 복싱이 비인기 종목이라 안타까운 점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 지원을 해주겠다면서 귀화하라고 했지만 ‘난 대한민국에서 싸우겠다’는 마음이 강했다”고 밝혔다.
최현미 선수는 “올해 복싱 20년차다. 챔피언 자리만 12년을 지켰다”라며 “하지만 의무 방어전을 주최할 후원자가 없어서 아빠가 찾아다니신다. 방어전을 치르지 못하면 (출전이)자동 박탈된다”고 말해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게 했다.
최현미는 챔피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새벽-오후-밤 시간대로 나누어 운동에 집중한다고 했다. 대회를 앞두면 더 열심히 몰입한다고. “여름엔 새벽 4시부터 7시까지 크로스 컨트리로 10km를 뛴다. 버피, 스쿼트, 푸시업 등으로 새벽 운동을 한다”고 자신의 스케줄을 전했다. 이어 최 선수는 “오후엔 줄넘기, 섀도, 스파링으로 3시간을 채우고 야간 훈련으로 근력 보강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최현미는 “대한민국에서 최다 방어 17차 방어전을 했다”며 “내가 14차 방어전인데, 앞으로 3번만 더 하면 대한민국의 복싱역사가 바뀐다. 이왕 시작한 거 갈 생각”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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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집사부일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