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3번만 더 하면 대한민국 복싱 역사가 바뀔 거다.”
무패 신화를 기록한 복싱선수 최현미의 당찬 각오다.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그녀의 기록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기대가 모인다.
지난 16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는 복싱선수 최현미가 사부로 출연해 17전 17승을 기록하게 된 과정을 전했다.
평안도 평양 출신인 최현미 선수는 14세에 가족들과 탈북해 남한에 정착했다. 11세부터 권투를 시작해 올해까지 20년째 복싱에 빠져 살고 있다. 아버지 딸을 놓고 “타고난 운동선수”라고 인정했다.
이날 최현미의 아버지는 “저는 원래 음악을 시키려고 좋은 아코디언을 사줬었다. 근데 (북 올림픽) 운동 지도자마자 제 딸을 뽑아갔다”며 운동을 할 체질인 것 같다고 전했다.
최 선수는 2013년 세계권투협회 여자 슈퍼페더급 챔피언, 2008년 세계권투협회 여자 페더급 57kg 세계챔피언으로 거듭났다.
이처럼 무패 챔피언이 되기까지 그녀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평양에서 태어나 11살부터 복싱을 시작했다”며 “아빠가 '너희에게 이런 세상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어릴 땐 그 말이 이해가 안 됐다”고 14세에 탈북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는 비교적 잘 살았지만, 탈북 후 남한에서 살면서 그때보다는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최현미 선수는 “(남한에 와서) 학교 다닐 때 안 해본 알바가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살면서 잘 사는 것과 자유롭게 사는 게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최현미 선수는 부모님, 오빠와 탈북한 과정을 전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여행을 가자’고 하셨다. 기차와 버스를 타고 계속 여행을 했다. 12월에 패딩을 입고 출발했는데 언젠가부터 너무 덥더라. 가면서 점점 더워서 옷을 벗었다. 아마 남쪽으로 가고 있었나 보다. 모든 게 신기했다”고 탈북했을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최 선수는 “당시 아빠가 몇 년 전부터 (탈북을) 계획하고 계셨더라. 베트남에 도착해 누군가 아버지를 데려 가셨고, 그날 이후 4개월 동안 저희 가족이 떨어져 살았다”며 “같이 있으면 다 잡힌다고 해서 오빠는 또 다른 호텔에, 저는 엄마랑 다른 호텔에 가 있었다. 그 방 안에서 4개월 동안 나올 수 없었다. 그러다 2004년 7월 27일에 전세기가 떠서 저희 가족이 함께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제가 북한에 계속 있었다면 세계 챔피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 못 했을 거 같다. 여기 살면서 잘 사는 것과 자유롭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됐다.”
이어 "한국에서 태극기를 달았을 때 자긍심이 강했다. ‘나 이제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라는 프라이드가 생겼다”며 “근데 한국에서는 복싱이 비인기 종목이라 안타까운 점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 지원을 해주겠다면서 귀화하라고 제안했지만 ‘난 대한민국에서 싸우겠다’는 마음이 강했다”고 귀화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최현미는 챔피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새벽, 낮, 밤 시간대로 나누어 운동에 집중한다고 했다. 대회를 앞두면 더 열심히 몰입한다는 것. “여름엔 새벽 4시부터 7시까지 크로스 컨트리로 10km를 뛴다. 버피, 스쿼트, 푸시업 등으로 새벽 운동을 한다”고 자신의 스케줄을 전했다. 이어 최 선수는 “오후엔 줄넘기, 섀도, 스파링으로 3시간을 채우고 야간 훈련으로 근력 보강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최현미 선수는 “올해 복싱한 지 20년이 됐다. 챔피언 자리만 12년을 지켰다”며 “하지만 의무 방어전을 주최할 후원자가 없어서 아빠가 찾아다니신다. 방어전을 치르지 못하면 (출전이)자동 박탈된다”고 말했다.
최현미는 “대한민국에서 최다 17차 방어전을 했다. 내가 (현재까지) 14차 방어전인데 3번만 더 하면 대한민국의 복싱역사가 바뀐다”며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가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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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집사부일체'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