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터널 통행료 단돈 2000원은 이틀만 늦게 내도 연체료를 무는데, 두 아이 양육비는 10년을 밀려도 강제추징할 수 없다.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의 호소가 한국 시청자들을 울렸다.
16일 밤 방송된 'SBS스페셜’에서는 '아빠를 고발합니다’라는 부제 아래 이혼 후 자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비양육 부모들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이 가운데 이다도시가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해 이목을 끌었다.
이다도시는 1990년대 1세대 외국인 방송인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프랑스 출신 방송인이다. "울랄라", 그의 입을 통해 한국 대중은 프랑스 감탄사를 익숙하게 알게 됐다. 한국에서 남편을 만나 두 아들을 낳아 가정을 꾸린 그는 결혼 후에도 의욕적으로 방송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2010년 기자회견을 이혼 심경을 밝히며 서서히 잊혔다.
그가 원해서 방송 일을 줄인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행복하게 생활하는 외국인으로 사랑받았던 만큼 이혼 과정에서 힘든 모습을 보였던 게 방송인으로서 보여준 이미지와 맞지 않아 자연스럽게 섭외가 줄어들었다는 것. 오히려 당시 이다도시에게는 금전적인 여유가 부족했고, 하루하루 생계 고민으로 방송 활동이 절박했다. 전 남편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다도시는 "이혼하고 10년 동안 양육비를 받아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라고 말해 충격을 자아냈다. 그는 "처음에는 조금 기다렸다. 나도 힘들었으니까 상대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다렸다. 하지만 지급하지 않았고 아이들에게도 연락 한 번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이다도시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 처음 온 목적이 유학이었던 만큼 공부와 한국에 대한 열정이 있던 그는 숙명여자대학교 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생계를 해결했다. 무엇보다 그는 5년 전 양육비 이행 관리원이 생겼을 때 곧바로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양육비 지급 이행 명령과 감치 명령까지 받아냈으나 소용 없었다. 한국에서의 재산을 모두 정리하고 베트남으로 간 전 남편에게서 이다도시는 미지급된 양육비 한 푼도 받아낼 수 없었다. 국내 채무불이행자 명부에 전 남편 이름을 올리긴 했으나 외국에 있어 실효성도 없었다.
5년의 양육비 소송에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 결국 이다도시는 이혼 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아빠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 '배드파더스’에 전 남편의 정보를 올렸다. 이에 '배드파더스' 측이 신상 공개 전 해당 인물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개인 간 문제인데 무슨 권리로 신상을 공개하냐"며 양육비 지급의 의지가 없다는 것만 확인했다.
'배드파더스' 신상 공개 이후에도 전 남편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없는 상황. 'SBS 스페셜' 제작진이 베트남 현지까지 건너가 이다도시 전 남편의 행적을 추적했다. 그는 현재 베트남에서 국적을 취득해 두 개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등재된 현지 주소지에는 사업장이 아닌 전혀 다른 사람들이 있어 혼란만 야기했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개인적인 이야기다. 더 이상 할 말 없다"는 회피성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다도시는 "이 돈(양육비)은 내 돈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전 남편이 줘야 할 영원한 빚이다. 아빠가 아이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그는 "제가 남산 터널을 지나면서 다른 생각하느라 깜빡하고 통행료 2000원을 안 낸 적이 있다. 바로 결제하라고 문자가 왔는데 또 깜빡했다가 이틀 뒤에 생각 나서 납부했다. 그날 밤에 통행료 관리 사무소에서 저녁 8시에 연락이 왔다. 그 시간에. 통행료가 연체됐다고 해서 연체료 8000원이었지만 (늦게 낸 거) 잘못했으니까 오케이, 인정했다"며 "그런데 그만큼 애들에 대해서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터널 통행료보다 애들 양육비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양육비는) 아이들 생명과 관련된 거다"라고 호소했다.
더욱이 이다도시는 변호사에게 "제가 외국인이라서 그러냐"고 따져묻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더욱 처참했다. "한국인 중에도 이혼한 사람들 80~90%가 (양육비를) 못 받고 있다"는 것. 이다도시는 오히려 변호사가 "우리가 빈 손으로 싸웠다. 법이 이래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며 황당함에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혼하 자녀들에 대한 양육비가 터널 통행료보다 못한 현실, 2020년 한국의 현 주소였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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