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텐트폴로 편성돼 관객들을 만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가 누적 관객 350만 명을 넘었다. 개봉 첫날부터 1위를 사수해 상영 12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것이다. 동시기 개봉한 국내외 영화들을 제치고 파죽지세로 박스오피스를 선점했다.
17일 영진위 통합전산망을 보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제공배급 CJ,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는 어제(16일)까지 354만 3249명이 관람했다. 손익분기점으로 책정된 350만 명을 넘긴 기록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이같은 기세가 이번주까지 이어진다면, 400만 관객 돌파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 초기보다 상대적으로 잠잠해진 상황에서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재미있는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의 시청 욕구를 만족시켰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높인 액션 시퀀스, 개성 넘친 캐릭터들에게 SNS를 통해 만족감을 열렬하게 표하고 있다. 이에 ‘N차 관람’도 늘어나고 있다. 피를 동반한 복수극이 한 번 시작되자 멈추는 법이 없이 달려 나가는 전개를 쫓아가는 재미가 있어서다.
배우 황정민과 이정재가 재회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흥행은 영화 ‘신세계2’를 기다렸던 관객들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2013년 개봉한 박훈정 감독의 ‘신세계’는 웰메이드 느와르로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물론 ‘다만 악’이 ‘신세계’와 다른 스토리 라인을 기술하고 있지만, 두 배우가 또 만난 범죄 액션 영화이기에 한 프레임 안에서 그들을 다시 보고 싶었던 관객들의 욕구가 컸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다만 악’은 추격과 복수를 중심으로 한 전형적인 범죄 액션 영화다. 장르적 클리셰를 따랐기 때문에 스토리면에서 신선함은 크지 않은데, 태국과 일본 등 해외 로케이션의 특징을 잘 살렸고 공간에 따른 색다른 액션 스타일에 승부수를 띄우며 차별화하려는 노력을 했다.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 인남(황정민 분)과 레이(이정재 분)의 태국 호텔 감금신(scene)에서 시장 한복판 도주로 이어진 액션 시퀀스에서는 카메라를 위한 서사를 펼치며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영화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유이 역을 소화한 배우 박정민이다. 그는 성전환을 원하는 남성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소화하며 존재감을 유지했다. 황정민과 이정재 두 주연배우의 액션합이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박명훈, 박소이, 오대환 등 개성 강한 조연들의 연기 또한 탄탄하다.
스케일이 큰 액션 볼거리, 더불어 소외된 사람들과 여성, 아이에게 포커스를 맞춘 점도 인상적이다. 러닝타임 1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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