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물음은 투박하지만 깊이가 있다. 안부 차 툭 건네지만 상대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애초에 내뱉을 리 없는 말이다.
SBS Plus '밥은 먹고 다니냐?'(이하 '밥먹다')는 제목이 갖는 의미를 고스란히 녹여낸 프로그램이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카메라 앞에 선 게스트에게 근황을 묻고, 김수미 표 맛깔난 한 끼를 대접한다.
그렇다고 게스트를 대단히 따스하게 맞이하진 않는다. 그게 '밥먹다'만의 매력이다. 주인장 김수미는 무심한 듯 오늘의 메뉴를 내놓고, 그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줄 뿐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 기저에 자리한, 진심 어린 관심과 위로를 안다.
2019년 9월에 시작해서, 같은 해 12월 약 한 달간 재정비 기간을 가지고 돌아온 '밥먹다'는 어느덧 9월 중 방송될 시즌2를 앞두고 있다. 지난 17일 시즌1 마지막 회를 기점으로 끝이자 새로운 시작을 맞는 셈이다.
이 가운데, 최근 OSEN과 만난 이양화 SBS Plus 제작팀장은 시즌1의 강점인 '공감과 힐링'을 기반으로 트렌디한 변화를 꾀할 '밥먹다' 시즌2를 자신했다.
Q. 시즌1을 끝마친 소감은.
시즌1이 너무 잘되고 있는 가운데, '밥먹다'를 맡게 됐다. 이 시대에 의미 있는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된 만큼 꼭 감사를 드려야겠다. 김수미 씨, 윤정수 씨, 이진호 씨, 최희 씨, 더불어 애써준 제작진께도 감사하다. 성원을 보내준 시청자분들께도 감사하다.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 게 없다.
Q. '밥먹다'는 안정적인 시청률도 시청률이지만, 유독 화제성이 좋은 프로그램이다. 인기 요인을 꼽자면.
'밥먹다'의 기본 콘셉트 자체가 소식이 궁금한 스타들에게 '밥은 잘 먹고 다니냐'고 묻는 것이다. '밥먹다'는 그런 스타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제작진과 MC들이 게스트가 다른 토크쇼에서 할 법하지 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들인다. 여타 프로그램에서 보지 못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공인이 방송에서 인생사를 속깊이 터놓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밥먹다'는 해냈다. 비결이 있을까.
전 제작진이 섭외에 공을 들인다. 어렵더라도 설득을 해서 출연을 성사시키는 게 제작진의 몫이고 임무라고 생각한다.
사전 인터뷰 때도 출연자와 대화를 많이 나눈다. 그 과정에서 출연자가 '이 이야기는 방송에 나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해 조율하는 경우도 있는데, 결국 현장에서 다 털어놓게 된다. 그 중심에는 MC 김수미 씨가 있다.
Q. 김수미의 진가를 발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MC로서 김수미의 강점은.
게스트분들이 '여기까지만 얘기해야지' 하고 오셔도, 김수미 씨 앞에서는 무장해제가 된다. '봇물 터진다'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김수미 씨 앞에서 성현아 씨도 눈물을 보이셨고, 김정태 씨도 오열하셨지 않나. 김수미 씨라서 가능한 것 같다.
그냥 한숨을 쉬면서 '힘드셨겠어요' 정도로 말할 수는 있겠지만, 김수미 씨는 깊이가 다르다. 김수미 씨만큼 희로애락을 많이 겪은 분이 있을까 싶다. 그 앞에서는 출연자들도 자연스럽게 살아온 이야기를 밑바닥부터 끌어낸다.
Q. 전 출연자의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회차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함소원 씨가 출연한 회차가 굉장히 좋았다. 가난한 유년 시절을 지나 자수성가하고, 중국에 건너가 맨손으로 성과를 일군 스토리가 정말 대단했다. 특히 함소원 씨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있었던 일화를 얘기하다가 울컥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장동민 씨도 최근 '밥먹다'에 출연해서 '인간 장동민'을 공개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살았던 이야기, 가족들이 아들을 개그맨으로 키워보겠다고 헌신한 이야기부터, 희귀병을 앓는 누나를 향한 애틋한 마음까지 고백했지 않나. '독한 캐릭터'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생각이 달라졌다.
Q. 비연예인 게스트가 출연한다는 점도 '밥먹다'만의 특징이다.
여느 다른 토크쇼와 다른, '밥먹다'만이 가지는 힘이라고 본다. 비연예인 게스트들의 사연을 듣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와서 선한 영향력을 선물하려는 의도를 갖고 임했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훈훈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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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SBS Pl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