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태원이 부활 결성부터 예능 도전까지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전했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플러스 예능 '김수미의 밥은 먹고 다니냐'에서는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의 인생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김태원은 오랜만에 예능 프로그램 나들이에 나섰다. 야위었다는 김수미의 말에 그는 "작년에 좀 아팠다. 작년에 간에 문제가 있어서 쇼크가 왔다. 술을 끊은 지 1년 됐다"는 근황을 전했다.
김태원은 지난 2010년부터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치며 예능 전성기를 맞이했다. 특히 '혼자왔니?'라는 대사가 인상적인 광고로 큰 화제를 모았다. 뜨거운 반응에 스스로도 놀랐다는 그는 "저는 스키를 한 번도 탄 적이 없다. 리프트를 타고 무서운데 대사를 하라고 하더라. 저게 뭐가 재미있을까 했는데 완성본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당시 김태원을 예능으로 이끌어 준 사람은 김구라였다고. 그는 "김구라가 셋이서 욕하고 다닐 때 저한테 인터뷰 요청이 왔었다. 그 때 신대철, 김도균과 함께 출연했는데 김구라의 언변과 초라함을 봤다. 너무 불쌍해 보였다. 동지애를 느껴서 형제하자 했는데 그 다음부터 김구라가 라디오 DJ도 하고 예능도 하고 잘 됐다. 그 친구가 나를 예능프로그램으로 이끌어줬다"고 설명했다.
이후 '국민할매'라는 별명을 얻으며 승승장구한 김태원은 "1년 간 공황 상태에 빠졌다. 국민 할매는 좀 그렇지 않나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가는데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쫓아오더라. 그걸 보면서 전세대를 아우르는 록커가 됐구나 싶었다. 부활을 그렇게 알리려고 했는데 이게 다른 길이 있었구나. 그 통로를 발견한 계기가 예능이었다. 지금도 부활 공연 관객들 연령은 20대부터 70대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김태원을 예능에서 볼 수 없었다. 그는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자가진단을 했다. 내 스스로 거품이 너무 많다고 느꼈다. 그 때가 국민 멘토로 별명이 바뀔 때였다. 생각해보니까 이건 오바다 싶었다. 그런 정도의 이야기를 들을 만한 사람이 아니다 생각이 들었다. 음악으로 돌아가야 겠다 하고 2014년에 예능 프로그램을 끊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근황을 묻자 그는 "그동안 거의 요양했다. 병원에서 입원하고 있었고 그 동안 글을 썼다. 6개월 집에 있으면서 곡을 또 하나 썼다. 부모님의 첫 만남을 담은 노래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태원은 현재 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다고 고백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는 "저희 아버지가 올해 87세다. 지금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다. 내 인생의 목표는 아버지였다. 내 롤 모델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나를 못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다"라고 밝혔다.
지금 2~3년 되셨는데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나한테 존댓말을 하시더라. 발병 이후로 아버지가 엄마에게만 의지하기 시작했다. 어머니가 병간호의 힘듦 보다는 희열을 느끼시는 묘한 분위기다. 결혼 후 아빠가 엄마만 바라보는 게 처음인 거다. 다시 신혼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mk3244@osen.co.kr
[사진] '밥은 먹고 다니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