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OSEN+] 골프패션 CEO 인현배, “기능성 셔츠, 라운딩 때만 입으시게요?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0.08.19 08: 27

 1994년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영광을 향유하다 보면 말끝을 흐리게 되는 이름 하나가 있다. 우완 투수 인현배. 이상훈 김태원 정삼흠으로 엮이는 선발 트리오,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으로 묶이는 신세대 3인방과 함께 제 4의 주인공으로 거명되는 인물이다. LG 트윈스의 4선발로 10승을 올렸고, 3인방에 이어 4번째 신인 돌풍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러나 LG 트윈스 창단 두 번째 우승의 영광 뒤, 인현배에겐 골 깊은 인고의 시간이 찾아온다. 팔꿈치 부상과 수술, 그리고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2군 생활. 부상에서 회복된 뒤에도 1군 복귀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해가 갈수록 잊혀지는 이름이 돼 간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단의 이기주의가 작동하고 있었다. 우리 팀에 쓸 자리가 없다면 다른 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라도 줘야 하는데, 다른 팀 가서 잘될 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할 자비는 없었다.
요즘 흔한 개념인 ‘인생 2모작’이 시작됐다. 야구밖에 모르던 인현배에겐 험난한 모험의 길이었지만 다행인 건 2001년이면 여전히 그는 젊은 축이었다. 맨 먼저 찾은 분야가 골프였다. 2년 6개월여의 노력 끝에 세미 프로까지 올랐다. 레슨프로를 겸하며 프로 골퍼의 길을 모색했다. 하지만 늦깎이의 한계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현역 골프 선수로서 맞는 벽을 절감할 즈음, 비즈니스 마인드가 싹트기 시작한다. 마침 시절도 스포츠 비즈니스가 꽃을 피우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동남아 지역의 골프 전지훈련 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태국 전지훈련지를 물색해 팀을 유치하고 코디네이터도 했다. 현지에서는 식당운영을 하며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이 사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믿었던 동료로부터 배신을 당했다. 프로 출신들이 겪는 통과의례라 하기엔 손실이 컸다.
상처를 안고 스포츠매니지먼트 사업으로 돌아섰다. 경력이 단절된 선수들을 모아 일본 독립구단으로 취업을 알선하는 일이었다. 꽤나 의욕적으로 뛰었지만 여기서도 시련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 사장이 자금을 횡령했고, 조직은 깡그리 와해됐다.
반복된 좌절은 사람은 변화시켰다. “운동선수의 티를 버려야 겠구나.” 비즈니스 영역은 스타 플레이어의 명성만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이 아니었다.
인현배는 “돌이켜보면 덩치만 컸지 아무 것도 몰랐다. 직무 능력이 없다 보니 기획서 한 장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해도 막연한 두려움이 앞섰다”고 말한다.
그랬던 인현배가 정말 비즈니스맨이 됐다. 패션 사업가다. 2019년, ’20TH HOLE’(투에니스홀)이라는 골프 패션 브랜드를 론칭한 CEO가 됐다. 독자 브랜드는 이제서야 론칭했지만, 다년간의 미국 OEM 수출로 제품력을 탄탄히 다져진 기업이다.
상품기획부터 제품 디자인, 홍보 마케팅까지 브랜드 론칭의 전 과정이 인현배 대표의 손을 거쳐 진행되고 있었다. 패션 사업을 하는 지인의 도움으로 이 업계와 연을 맺기는 했지만 ‘비즈니스맨 인현배’를 인정받지 않고는 맡을 수 없는 스케일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스타 플레이어가 다른 분야에 뛰어들 때 가볍게 붙이는 단어, ‘변신’이라는 수식어를 쓸 수가 없었다. ‘비즈니스맨’ 인현배는 제대로 된 사업가가 되기 위해 20년 가까운 세월을 전혀 새로운 분야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골프패션 브랜드 ‘20TH HOLE’의 CEO로서 인현배는 이렇게 말한다. “19홀은 오늘의 아쉬움이고, 20홀은 내일의 설렘이다. 18홀에서 멈추지 않고 20홀까지 라운딩한다는 의미를 담아 내일의 설렘으로 다가가는 ‘20TH HOLE’이 되겠다”라고.  
최근 본격 론칭을 했지만, 코로나19 정국인지라 시끌벅적 한 행사도 열지 못했다. 대신 조용한 론칭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투에니스홀(20TH HOLE)’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했고, 럭셔리 골프장으로 소문난 휘슬링락에 프로 숍도 열었다. 보라CC, 동부산CC에도 프로숍 입점이 예정돼 있다.
“야구를 친정으로 생각하고 있고, 마음 한 구석엔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다. 운동하는 후배들을 보면 조금이라도 힘이 돼 주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다양한 후원사업도 시작했다. 서울시 골프연맹과 업무협약을 맺어 서울시 대표에게 제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중앙대학교 골프학과를 후원하기로 했으며, LG 트윈스 외야수 출신의 조현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스포츠루다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장애인 골프대회도 지원할 예정이다.
브랜드를 측면지원 할 홍보대사들도 영입했다. 이상훈 MBC 해설위원, 서용빈 SPOTV 해설위원, 이동근 SBS 스포츠 아나운서가 힘을 보태기로 했다. 쟁쟁한 이름들이 술술 나오는 걸 보면 “야구를 친정으로 생각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제, 비즈니스 모드로 돌려보자. ‘투에니스홀(20TH HOLE)’의 제품 경쟁력은 무엇일까? 일단 디자인은 미국 OEM 수출 이력이 말해주듯 딱 아메리칸 스타일이다.
‘투에니스홀(20TH HOLE)’ 전속 김영규 프로는 “세련되면서 점잖은 패션을 찾던 중 ‘20TH HOLE’을 알게 됐다. 활동이 편하고 심플하면서도 멋진 옷을 입게 돼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서용빈 해설위원은 “골프에 입문한지 벌써 10년인데 야구만큼 푹 빠져 있다. 필드에서도 입을 수 있는 ‘20TH HOLE’을 즐겨 입고 있다”고 했고, 이동근 SBS 스포츠 아나운서는 “골프중계를 하다 보면 알록달록한 패션이나 블랙앤 화이트 디자인을 많이 보게 되는데, 요즘은 무난하고 튀지 않는 패션을 선호하는 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골프가 끝나고 나서도 편하게 입고 다닐 수 있는 실용적인 옷, 라이프스타일 골프웨어를 선도하는 ‘20TH HOLE’을 그래서 즐겨 입는다”고 칭찬한다.
이상훈 해설위원은 “골프는 잘 못하지만 멋은 안다. XOX 로고가 정말 멋있는데, 정작 옷에는 이 로고가 없어서 이상했다. 그런데 이 옷을 즐겨 입다 보니 로고가 없는 게 좋을 때가 많더라”고 소개한다.
‘홍보 지원단’의 말에서 ‘20TH HOLE’ 제품의 경쟁력이 속속 잡힌다. 최종적으로 인현배 대표가 이렇게 정리한다.
“무엇보다 원단이 강점이다. 7만 5,000원~9만 5,000의 사이의 합리적인 가격대에 OEM으로 미국 프로숍에 공급되던 고 기능성 제품들을 판매한다. 30~50대의 연령대가 일상에서도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디자인 또한 강점이다. 셔츠 전면에 로고를 박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그 뛰어난 기능성 제품을 왜 골프장에서만 입어야 할까? 평상복 차림을 허용하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 기능성 패션으로 업무능률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100c@osen.co.kr
* 이 콘텐츠는 ‘월간 OSEN+’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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