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얼굴의 복슬복슬한 파마머리를 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의 오 대리부터, 외롭고 차가운 표정의 '십시일반' 속 독고선, 그리고 맑고 깨끗한 현실의 모습까지. 신인 배우 김시은이 벌써부터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김시은은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십시일반'에서 독고선 역으로 열연했다. '십시일반'은 유명 화가의 수백억 대 재산을 둘러싼 사람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린 블랙코미디 추리극으로, 지난 13일 8회를 끝으로 종영하며 독특한 전개와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호평받았다. 이 가운데 독고선은 죽은 화가의 조카이자, 화가의 딸 유빛나(김혜준 분)와 우정을 쌓는 인물. 김시은은 18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서 OSEN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가지런히 내린 앞머리에 맑은 얼굴을 보인 김시은은 작품 속 '십시일반'의 독고선과 동일인물이라 여기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2018년 방송된 데뷔작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속 천진난만한 파마 머리의 오 대리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이제 데뷔 2년 남짓한 신예이지만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나 '십시일반'은 물론 현실에서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점이 자연스럽게 눈길을 모았다.
'십시일반' 제작진도 데뷔작 속 김시은의 매력을 눈여겨 봤단다. 진창규 PD로부터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속 모습을 잘 봤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 김시은은 이를 발판으로 오디션에서 당당하게 캐스팅 합격 결과를 받았다. 단, 역할을 독고선으로 확정한 것은 오디션 합격 이후의 일이다. 오디션 당시에는 유빛나와 독고선 두 역할 모두 준비했다고.
마침내 확정된 독고선에 대해 김시은은 "외로움이 많은 친구다. 저택에서 혼자 살기도 하고 엄마, 아빠랑 같이 있던 유대관계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의지할 힘이 없는 아이였는데 그 친구가 사건을 맞이하고 앙숙관계였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빛나에게 다가가고 의지하는 친구가 생겼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그는 "선이에겐 화가의 재산이 주가 아니었다. 선이는 사람에 대한 애정을 원했던 것 같다. 물론 가장 애정을 갈구한 대상은 아빠겠지만, 아빠가 좋은 인물은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친구인 빛나한테 의지가 되었을 것 같다. 그래서 자신에게 비밀을 알려주지 않은 빛나에게 더 배신감도 느끼고, 나중엔 진실을 알고 더 미안해 하기도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저라면 마지막에 재산을 포기하긴 하겠지만, 선이처럼 선뜻 하진 못했을 것 같다"고 웃은 김시은은 "많은 고민 끝에 올바르지 못한 돈이니까 포기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그래서 더더욱 인간의 탐욕, 허용 범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저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김시은은 '십시일반'이 마지막까지 화가를 죽인 진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 점을 인상 깊게 봤다. 매 회 시청률과 실시간 시청자 반응을 온라인으로 찾아보며 사람들의 추리를 지켜보기도 했다. 그는 "누가 범인인지 추리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귀엽다'고 생각했다. 범인을 첫 방송부터 맞추는 분들도 있어서 놀라기도 했다. 또 선이는 용의선상에서 제일 벗어났는데 마지막까지 저를 의심하는 분들도 계셔서 오히려 기뻤다"며 웃었다.
추리극인 만큼 극 분위기는 시종일관 살벌했지만 정작 촬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단다. 연기 경력으로나 나이로나 촬영장에서 막내였던 김시은은 "처음엔 어려울 거라 생각해서 긴장도 많이 했는데 선배님들이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많이 도와주셨다. 덕분에 기 죽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극 중 유빛나 엄마 김지혜 역의 오나라와 화가의 가정부 박 여사 역의 남미정에게 깊은 고마움을 밝혔다. "연기할 때 막히는 게 있을 때마다 '이런 식으로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너무 잘하고 있다'고 조언해줬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선배님들 덕분에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극 중 친구 관계인 유빛나 역의 김혜준과도 돈독하단다. 김시은은 "유빛나와 독고선이 친구 관계라 김혜준 언니와 정말 친구처럼 지냈다. 실제로는 김혜준 언니가 나이가 더 많다. 작품 끝나고 따로 한번 만나서 밥을 먹었는데 언니가 팔찌도 만들어줬다. 얼마 안 되긴 했지만 받은 뒤로 한 번도 안 뺐다"고 밝혔다. 실제 그는 개인 SNS에 김혜준에게 받은 팔찌를 자랑하는가 하면 인터뷰 현장에도 이를 착용하고 와 훈훈함을 자아냈다.
이처럼 선배 연기자들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종영 후에도 연락을 하며 지내는 일상. 불과 3년 전의 김시은은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2018년 지금의 소속사 키이스트에 둥지를 틀며 성인이 된 뒤 배우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꿈꿨으나 반대하는 부모를 설득하기 위해 대학교에 진학한 뒤에야 배우를 준비했다는 그다. 이에 한국외국어대학교 체코슬로바키아어학과에 합격해 새내기로 한 학기를 보낸 뒤 휴학하며 본격적으로 배우로서 오디션에 뛰어들었다고.
다만 이제는 김시은의 부모 또한 딸의 꿈을 응원하고 있었다. 김시은은 "부모님도 '십시일반'을 보시고 다른 사람들한테 자랑하는 전화도 많이 하시고 엄청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범인인지 첫 방송부터 계속 알려달라고 물어보셨는데 끝까지 안 알려드리고 마지막 회를 같이 보기도 했다"며 웃었다.
작품 종영 후에도 그는 가족들의 응원 속에 새로운 오디션을 준비하며 차기작을 물색 중이다. 영화 '노트북' 속 할리우드 배우 레이첼 맥아담스나 한국 배우 조정석처럼 자유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꿈꿨던 소녀가 배우로서 걸음을 떼기 시작한 터.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다음을 궁금하고 기대하게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어떻게 실현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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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민경훈 기자 /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