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블랙페이스' 인종 차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20일(현지시간) BBC는 '샘 오취리: 한국에서 인종차별과 싸우는 흑인 남자(Sam Okyere: The black man fighting racism in South Korea)'라는 제목 아래 샘 오취리와 진행한 '포커스 온 아프리카(Focus On Africa)' 인터뷰를 공개했다.
인터뷰에서 샘 오취리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내가 캠퍼스에서 거의 유일한 흑인이었지만 최근 라이베리아, 가나, 우간다 등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프리카인은 한국을 잘 모르고 한국인은 아프리카 문화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서로에게 상대의 문화를 알려주고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하게 됐다"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는 흑인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묻는 질문에 "한국인은 아프리카의 다양성을 배우고 접할 기회가 부족해 텔레비전 등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흑인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런 경향은 한국인이 특별히 인종차별적이라기보다는 다른 모든 나라에서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샘 오취리는 최근 국내에서 화제를 모은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 속 '관짝소년단'에 대해 "학생들이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조롱하려는 목적으로 흑인 분장을 한 게 아니라 패러디를 제대로 하려는 의도였음을 안다"면서도 "'블랙페이스'가 많은 흑인과 다문화 국가에서는 금기시하는 부분이 있다. 흑인이 '블랙페이스'를 모욕적으로 받아들이는 역사적 맥락을 알려주고 싶었다. 한국인들이 블랙페이스에 얽힌 역사를 잘 모르고 왜 모욕적인지 이해가 부족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내가 ('관짝소년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을 때는 몇몇 한국인과 나 사이에서 매우 의미 있는 대화가 오고 갔다. 하지만 어디를 가든 맥락 없이 공격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큰 목소리를 내서 논란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JTBC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눈 찢기 포즈로 동양인 비하 비판을 받은 것에 대해 "한국인을 흉내 내거나 비하하려는 목적 없이 스페인의 '못생긴 얼굴 대회' 이야기를 하면서 얼굴을 최대한 일그러뜨리려고 한 것 뿐이다. 한국에서 살며 일하는 내가 한국인을 비하할 이유가 없다. 이를 안 좋게 받아들였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매회 졸업사진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의정부고등학교 측은 지난 3일 '2020 의정부고 졸업사진 모음집'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가나의 춤추는 장례문화를 패러디한 학생들의 사진이 '관짝소년단'이라고 불릴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이와 관련 샘 오취리는 개인 SNS를 통해 사진 속 학생들이 장례 문화를 따라하는 것을 넘어 얼굴을 검게 칠하며 '블랙페이스' 분장을 한 것에 대해 "흑인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과거 샘 오취리가 '비정상회담'에서 눈 찢기 포즈를 취한 것이 뒤늦게 회자되며 논란이 불거지자, 그는 SNS를 통해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는데 내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으나 선을 넘었다. 경솔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비정상회담' 속 포즈는 동양인 비하 의미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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