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 가수 이효리가 말 한 마디로 중국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게 됐다. 높아진 한류의 위상 만큼 세계 팬들의 기대치까지 충족시켜줘야 하는 짐이 드러난 모양새다.
24일 이효리의 개인 SNS에는 때 아닌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이 빗발치고 있다. 이효리가 어쩌다 이 같은 상황에 처했을까.
논란의 시작은 지난 22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다. '놀면 뭐하니?'에서 이효리, 엄정화, 제시, 마마무 화사로 구성된 프로젝트 걸그룹 환불원정대 구성 과정이 본격적으로 전파를 탄 터.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유재석, 비(정지훈)와 함께 또 다른 프로젝트 혼성그룹 싹쓰리 멤버로 출연했던 이효리는 새로운 캐릭터로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게 됐다.
'놀면 뭐하니?'는 유일한 고정 출연자 유재석을 중심으로 다양한 '부 캐릭터'를 설정해 세계관을 넓혀가는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이에 이효리는 싹쓰리에서 '린다G'라는 부 캐릭터로 활동했던 터. 유재석이 환불원정대 콘셉트에서는 제작자 '지미유'로 변신한 만큼 이효리 또한 새로운 부 캐릭터, 활동명을 고민했다. 이에 그는 "글로벌하게 중국 이름으로 짓자. '마오' 어떠냐"고 제안했다.
한국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가벼운 발언이었건만, 중국 시청자들에게는 달랐다. 이효리의 '마오'가 중국 초대 국가주석인 마오쩌둥(毛澤東, 모택동)을 연상케 한다며 거센 비판 여론이 생성된 것이다. 이에 성난 중국 네티즌들이 이효리의 SNS로 몰려와 비판 댓글을 남기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어는 물론 영어와 번역기를 통한 한글까지 동원해 이효리를 향해 비난 댓글을 남기고 있다. "중국 활동은 생각하지 마라"와 같은 비난 댓글부터 "나도 한국에서 데뷔하려고 한다. 이름은 세종대왕이다"와 같은 비꼬는 댓글까지 등장했다. 이에 한국 팬들이 나서 이효리를 두둔하며 "아사다 마오부터 생각났다", "이효리는 마오쩌둥은 전혀 생각 안 한 것 같은데"라고 맞서 양국 네티즌들의 설전까지 벌어지는 양상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놀면 뭐하니?' 측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지난 8월 22일 방송 중, 출연자인 이효리 씨가 활동명을 정하는 과정에서 언급한 '마오'와 관련해 일부 해외 시청자분들이 불편함을 느꼈다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제작진은 앞으로 보다 세심하고 신중하게 방송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만 "보내주시는 우려처럼 특정 인물을 뜻하는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더 이상의 오해를 막기 위해 어제(23일)부터 제공되는 유료 서비스에서는 해당 내용을 편집했다. 이효리 씨의 최종 부 캐릭터 활동명은 다른 이름으로 정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놀면 뭐하니?'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중국 네티즌의 성난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에 맞춰 한국 팬들의 성토 또한 높아졌다. 때 아닌 논란은 새삼스럽게 달라진 한류의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 K팝, 한국 드라마를 넘어 한국 예능까지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시대. K팝 아이돌 스타, 한류배우를 넘어 한국 예능에 대한 중화권 대중의 관심 또한 전례 없이 높아졌다. 그만큼 인기 콘텐츠의 경우 한국 시청자들만 감상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를 대상으로 해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기준점 또한 높아진 셈이다.
물론 지나치게 예민한 시청자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며 일일이 대응해야 하는지 의문점도 존재하는 터. 한국 정서와 문화를 반영한 문화 콘텐츠까지 중국 시장의 눈치를 봐야하는 지점이 됐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기도 하다. 결국 한류 콘텐츠의 시장성이 확장되는 가운데 이효리가 그 선두에서 머리채 잡힌 꼴이 됐다. 단, 이미 커진 시장을 좁힐 순 없다. 한류 시장의 확장을 누리기 위해선 어떤 면에서라도 콘텐츠의 만족도 또한 높아져야 하는 가운데, 전에 없던 제작진과 출연자의 고민이 생겨나는 시점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