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면 종종 '나 혼자 산다' 하차설이 따라나온다. 최근 웹툰 '복학왕'의 여혐 논란이 퍼졌을 때도 하차 요구가 빗발쳤고, 단체 사진에도 빠지면서 관심이 쏠렸지만 제작진은 "개인적인 일정으로 불참했다"라며 하차설에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MBC 대표 예능 '나 혼자 산다'가 '나 얘랑 논다'로 변질됐다며 욕먹는 와중에도 기안84는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낸 출연자로 꼽혀왔다. 여기 외에는 TV 출연이 거의 없기 때문에 희소성도 더해진다.
가위로 직접 머리를 자르고, 빗물에 얼굴을 씻고, 영감을 얻기 위해 뛰고 또 뛰는 '기인'같은 기안84. '잘나가는' 웹툰 작가지만 퇴근 후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그 흔한 밥상 하나 없이 맨바닥에서 깡소주와 흡입하는 장면은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박나래와 손담비가 기안84의 일상에 불편한 리액션을 했다는 이유로 네티즌들에게 호된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이처럼 기안84는 없어선 안 되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악플을 많이 받는 '논란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얼마 전 여혐 논란 이후, 일부 시청자들은 그를 예능에서 보고 싶지 않다며,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이유가 뭘까.
일회성 논란이 아닌 그동안의 크고 작은 논란과 잡음들이 쌓이고 쌓여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이미지를 만든 것이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마냥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기안84가 한 행동보다 더 과하게 질타하고 악플을 퍼붓는 경향도 없진 않았다.
그러나 웹툰을 둘러싼 각종 구설을 비롯해 SNS 사진, 이름 뜻까지 여러 번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기안84는 팬과 인증샷을 찍었고, 이 여성 팬은 자신의 SNS에 "미투 때문에 멀찍이 서서 찍어야 한다고"라며 기안84의 발언을 게재했다. 이후 해당 SNS 내용이 퍼지면서, "당시 사회 분위기로 봤을 때 '미투' 운동의 진짜 의미와 무게를 고려했다면 할 수 없는 멘트"라는 비판이 일었다.
웹툰 '복학왕-전설의 디자이너' 편에는 30살 여성 노안숙이 꿈속에서 거인 우기명에게 잡아먹히기 직전, "하지마! 누나는 늙어서 맛없어"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때 전반적인 내용이 조롱과 왜곡된 묘사로 문제가 돼 일부 수정, 삭제됐다.
또한,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도 부적절하게 묘사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복학왕'의 청각장애인 여성이 "닥꼬티 하나 얼마에오?"라는 대사도 모자라 "하나마 머거야디", "마이 뿌뎌야디", "딘따 먹고 딥엤는데" 등 생각도 어눌한 것처럼 묘사해 논란이 커졌다.
당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청각장애인을 지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희화화한 것은 명백한 차별 행위"라며 사과를 촉구했고, 기안84는 "캐릭터 묘사에 있어 많은 지적을 받았다. 작품을 재밌게 만들려고 캐릭터를 잘못된 방향으로 과장하고 묘사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더 신중하겠다"라며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은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면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럴수록 사과문의 진정성은 반 토막 나고, 그 순간 위기를 모면하려고 급하게 내놓은 반쪽짜리 사과에 지나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 반성이나 달라지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꼭 필요한 출연자라고 해도 '보기 불편한 존재'로 롱런할 순 없다. 최소한 비슷한 실수와 논란은 되풀이하지 말아야 이번 사과문의 진정성도 보여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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