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매병 생긴 예능들, 꼭 러브라인 엮어야만 속이 후련했냐! [박소영의 PSY]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20.08.26 15: 51

예능 프로그램이 병에 걸렸다. 이름하여 중매병. 아주 그냥 러브라인을 못 엮어서 안달이다. 즐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난감한 건 당사자들일 터다. 
MBC 가상 결혼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포맷을 말하는 게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SBS ‘X맨 일요일이 좋다’ 시절부터 떠올릴 수 있다. 주인공은 김종국과 윤은혜. 
당시 두 사람은 어떤 질문에도 ‘당연하지’라고 답해야 하는 가운데 진짜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핑크빛 러브라인을 그렸다. 김종국이 윤은혜의 귀를 막고 다른 이의 질문에 “당연하지”라고 답한 순간은 예능 속 러브라인의 레전드로 손꼽힌다. 

SBS '런닝맨'의 개리와 송지효도 SBS 예능이 탄생시킨 제2의 김종국-윤은혜였다. 그래서 개리가 갑작스럽게 '런닝맨'에서 하차하며 러브라인이 깨지자 이를 안타까워하는 국내외 시청자들이 엄청났을 정도다. 
그런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욕심내는 예능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차라리 대한민국 대표 만혼 남녀들의 리얼한 가상 결혼 생활을 그린 JTBC ‘님과 함께’ 같은 예능은 대놓고 기획의도를 잡았으니 순수하다 볼 수 있다. 
SBS ‘불타는 청춘’은 김국진과 강수지라는 진짜 부부를 탄생시켰으니 그나마 괜찮다. 이후로 박선영-임재욱, 구본승-강경헌, 이연수-홍일권, 조하나-한정수 등 ‘불청 2호 커플’ 타이틀을 단 케미가 대거 탄생했던 바다. 심지어 구본승은 이후 안혜경과 계약연애 커플로 또다시 그려지기도. 
‘불타는 청춘’은 멤버들이 같이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케미를 이루는 거라 덜 거북하지만 문제는 제작진만 신난 억지 러브라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MBC ‘나혼자 산다’다. 
‘나혼자 산다’는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유명인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스스로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3월 22일 첫 방송돼 MBC를 대표하는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제작진의 억지 러브라인 만들기가 시청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커플(현재는 헤어졌지만)을 탄생시켰던 맛이 쏠쏠했던 듯 박나래와 기안84를 시작으로, 박나래와 김충재, 임수향과 성훈, 성훈과 손담비 등 청춘남녀들을 닥치는 대로 엮고 있다.    
박나래와 기안84는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받긴 했지만 너무 질질 끈 나머지 흥미를 잃었다. 손담비는 25일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자꾸 성훈 님 얘기하는데 성훈 씨랑은 좋은 친구다. 너무 괜찮은 친구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너무 좋은 친구다. 현재 남자 친구는 없다"고 직접 해명까지 했다.  
젊은 선남선녀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핑크빛 기류를 충분히 뿜어낼 순 있다. 그러나 제작진만 신난, 제작진이 엮고 싶어 안달이 난 러브라인은 보는 이들을 거북하게 만들 따름이다. 특정 커플이 엮일 때마다 주기적으로 깔리는 배경음악까지 질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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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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