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아스트 장률의 뉴 마스터피스 ‘후쿠오카’가 오늘(27일) 개봉한 가운데,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관람 포인트 셋과 주연배우들의 친필 메시지를 공개했다.
‘후쿠오카’(감독 장률, 제작 률필름, 배급 인디스토리・률필름)는 28년 전 한 여자 때문에 절교한 두 남자와 귀신 같은 한 여자의 기묘한 여행을 담은 작품.
#1. 드디어 베일을 벗은 도시 3부작, 그 여정의 끝
‘후쿠오카’는 시네아스트 장률의 도시 3부작의 마무리 격 작품으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사랑이라는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소재를 역사적 아픔과 모순이 공존하는 도시를 배경으로 그려낸 ‘경주’(2014),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2018)에 이어 ‘후쿠오카’가 도시 3부작 사이를 잇고 장률 유니버스를 확장했다. ‘경주’와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연결고리가 장률 감독의 페르소나 배우 박해일이었다면,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와 ‘후쿠오카’를 통해 배우 박소담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경주’의 인연을 상징하는 촛불 시퀀스와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의 주은의 일본 인형, 윤동주 시인 등 전작을 알고 보면 더욱 흥미로운 설정도 곳곳에 녹아 있다. 도시의 기묘한 질감과 정서를 포착하고, 그 안에 저마다 상처를 안고 사는 문제적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풀어 모든 경계를 마음대로 넘나드는 판타지적인 요소로 관계에 대한 담론을 던진다.
#2. 권해효X윤제문X박소담의 기묘한 연기 앙상블
명품 배우진이 장률 감독의 지휘 아래 트리플 앙상블을 선보인다.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 권해효와 윤제문의 불협화음 케미스트리는 박소담이라는 연결고리로 극대화된다. 실제로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권해효와 윤제문이 28년 차 앙숙 해효와 제문으로 완벽 변신, 불협화음 만담 케미를 선보인다. 박소담은 시간과 언어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제적 캐릭터 소담으로 분해 미스터리한 면모를 보여준다. 세 배우의 조합이 특별한 데는 남녀임에도 불구하고 로맨스를 표방하지 않는다는 것. 장률 감독은 “셋 사이의 연애 가능성 같은 건 애초에 생각하지도 않았다. 두 남자는 서로에게 꽂혀있다”며 캐스팅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첫사랑 순이를 잊지 못한 채 청춘을 허비한 50대 남성을 연기한 두 배우는 사실상 ‘후쿠오카’의 멜로라인을 담당한다. 더불어 배우들의 본명을 그대로 사용해 일체감을 높인 문제적 캐릭터의 향연을 예고하며 기대를 높인다.
#3. 곱씹을수록 맛있는 대사, 오묘한 코미디
‘후쿠오카’에서 단연 돋보이는 대목은 시적인 리듬과 오묘한 코미디. 영화를 다루지만 모호함과 긴장감 사이를 줄타기하고, 간결함 속에 심도 깊은 이야기를 담아낸 시네아스트 장률은 이전 작품들을 통해 은근히 웃기고, 점점 빠져들게 하는 오묘한 코미디를 선보이며 팬덤을 쌓아왔다. 장률 감독은 ‘후쿠오카’에서 해효와 제문의 서로 말꼬리를 잡고 잡아 늘어지는 불협화음 만담 케미스트리로 자신만의 유머 코드를 이어나간다. 상상 못 할 답변과 50대 중년 남성이라고 믿기지 않는 유치한 대화들이 집요하게 반복된다. 절대 맞춰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의 불협화음은 우리가 눈치조차 채지 못한 때, 완벽한 합주로 자리 잡아 있다. 위트로 버무려진 대사는 곱씹을수록 진가가 드러난다. “우린 너무 긴장하고 살아서 그래요”처럼 실없는 소리 사이 숨겨진 의미와 겹겹이 쌓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단절과 경계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내면적인 치유를 선사한다.
시네아스트 장률이 기묘한 여행 속 완성한 ‘후쿠오카’는 오늘부터 전국 100여 개 스크린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 purplish@osen.co.kr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