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2년차 김한별(24)이 마침내 우승 물꼬를 텄다. 작년 시즌 투어 데뷔 동기이자 신인상 수상자인 이재경(21)을 상대로 매치 플레이 같은 명승부를 펼쳤고, 연장전 끝에 감격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김한별은 30일 경기도 포천 ‘일동레이크 골프클럽(파72/7,209야드)’에서 열린 ‘헤지스 골프 KPGA 오픈’(총상금 5억 원, 우승상금 1억 원) 최종 4라운드에서 8타를 줄이는 맹타 끝에 최종 합계 8언더파 267타(66-67-70-64)의 성적으로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김한별은 이번 대회에서 4라운드 내내 좋은 스코어를 적어냈지만 특히 4라운드에서 활약은 눈부셨다. 챔피언조에서 편성돼 최종일 경기를 펼쳤지만 전반 9개홀에서 더 이상 잘 할 수 없는 성적을 뽑아 놨기 때문에 심리적 압박을 누르고 우승컵까지 차지할 수 있었다.
챔피언조에는 3라운드까지의 공동선두 이재경 함정우, 그리고 한 타 뒤진 김한별이 편성됐지만 최종라운드 경기 흐름은 시작부터 이재경과 김한별의 매치 플레이 양상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둘은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루키 동기다. 나이차는 좀 있지만 지난 시즌에 나란히 투어에 데뷔했고, 생애 단 한 번 노릴 수 있는 신인왕은 이재경의 차지였다.
김한별은 전반 9개홀에서 거짓말 같은 몰아치기를 했다. 2번과 7번홀을 제외한 나머지 7개홀에서 모조리 버디를 쓸어 담았다. 전반전을 마쳤을 때 김한별은 20언더파, 이재경은 18언더파가 돼 있었다. 생애 첫 우승이 쉽게 오는 듯했다.
하지만 이재경은 작년 한 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다. 후반홀에 가서도 기복없이 버디 사냥을 해 나갔다. 이재경은 파5 11번홀, 파4 15번홀에서 착실하게 버디를 잡았다. 그 사이 김한별은 파4 13번홀에서 잡은 버디가 전부였다.
분위기는 이재경 쪽으로 급격히 흐르기 시작했다. 파5 17번홀에서 이재경에게 절호의 찬스가 찾아왔다. 투온에 성공한 이재경은 6미터 남짓한 거리에서 이글 퍼트를 시도했다. 한 순간에 전세가 역전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무심한 공은 홀컵에 떨어지지 않았고, 버디에 만족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돌렸다.
김한별은 올 시즌 이미 연장전 패배의 경험이 있다. 7월 19일 솔라고CC에서 벌어진 ‘KPGA 오픈’에서 연장전까지는 갔으나 연장 1차전에서 낙마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았다. 18번홀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 두번째 샷을 홀컵 2미터 남짓한 거리에 붙였고, 한 번의 퍼트로 홀컵에 공을 떨어뜨렸다. 8미터 거리에서 시도한 이재경의 버디 퍼트는 홀컵을 빗나갔다.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굵직한 눈물로 아로새긴 김한별은 “그 동안 아버지한테 기대고 투정부린 게 미안하다. 이 단계까지 왔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 앞으로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물론 “아버지 어머니 사랑합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100c@osen.co.kr